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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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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 늘리고 판촉 높이고…해외 가전, ‘韓시장 공략’ 궤도 수정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12.03 15:30

다이슨

▲다이슨이 한국 서울 사무실에 문을 연 회사 최초의 ‘헬스 & 뷰티 리서치 랩’에서 연구원이 제품을 분석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이종무 기자] 해외 가전업체들이 최근 한국 시장에서 판매하는 품목을 늘리고 판촉을 강화하는 등 한국 시장 전략을 잇달아 수정하고 있다. 수익성이 높은 분야에서 외형을 키우고, 한편에선 서비스의 질을 올리는 방향으로 궤도 변경을 하는 모습이다. 국내 가전업체의 시장 장악력이 커지면서 이른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밋밋한 전략으로만 ‘고집’할 경우 결국 ‘고립’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 대형가전 시장 진출…연구소 설립까지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스웨덴 가전업체 일렉트로룩스는 지난 2일 식기세척기를 선보이며 국내 대형 가전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일렉트로룩스가 한국 시장에 식기세척기를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2년 한국 시장에 발을 디딘 일렉트로룩스는 그동안 국내에서 청소기(무선·유선·로봇)와 블렌더(믹서기), 무선주전자 등 소형 가전 부문에 집중해왔다.

이번에 출시된 식기세척기는 국내 식기세척기 시장 공략을 위해 세계 최초로 특화 기술(컴포트 리프팅 시스템)을 장착한 것도 특징이다. 식기세척기 문을 열면 하단 선반을 25㎝ 높이까지 들어올릴 수 있게 하는 기술로 사용자가 허리를 구부리지 않고 식기를 담을 수 있도록 했다. 자체 실험을 통해 2만 회 이상 들어올리는 것이 가능하도록 내구성도 갖췄다는 게 이 회사의 설명이다.

일렉트로룩스는 최근 스웨덴 본사 차원에서 조직 개편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형가전 사업부가 대형가전 사업부로 통합돼 소형가전과 대형가전 부문을 하나로 모았다. 이러한 방식은 국내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한국 시장에서 소형 가전에 집중하던 전략을 바꾸고 대형 가전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일렉트로룩스 코리아 측도 "이번 식기세척기를 필두로 다른 대형 가전 제품군을 차례대로 선보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영국 다이슨은 지난 9월 회사 최초로 모발 과학과 대기 질을 중심으로 연구하는 ‘헬스 & 뷰티 리서치 랩’를 서울 사무실에 열었다. 한국인의 모발 관리 방식과 생활 습관·환경을 이해해 국내에 특화된 신제품 개발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다이슨은 국내 공기중 잔해물 실험·분석 등 연구를 통해 현재 국내에 판매중인 공기청정기와 무선청소기, 헤어 스타일러 기술에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이슨은 여기에 그동안 홍역을 치렀던 기존 사후서비스(AS) 정책을 지난해부터 대폭 개선해오고 있다. 전국 AS 센터를 기존 30여 개에서 50개로 확대하고, 대표 제품인 무선청소기 무상 보증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다. 소비자가 보증기간 내 제품 수리를 맡길 경우 72시간 안에 제품을 수리하는 서비스도 도입했다.

다이슨 측은 헬스 & 뷰티 리서치 랩 개소식에서 "한국 소비자와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보다 잘 이해하고, 이를 통해 실제 한국 가정 환경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을 지속적으로 설계해 현지화된 기술을 발전시켜 신제품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국내에서 토스터기로 잘 알려진 일본 발뮤다가 올해 초 공기청정기를 한국 시장에 처음 출시하는 등 국내 시장을 일종의 ‘테스트베드’로 판단해 진출하는 외국 업체도 늘었다.

일렉트로룩스

▲일렉트로룩스가 국내에서 최초 출시하는 ‘식기세척기 800’.

◇ 설 자리 좁아지는 외산업체들…"변해야 산다"

해외 가전업체들이 이처럼 국내 시장 공략 ‘다변화’에 나선 데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뿐만 아니라 국내 중견 가전업체도 기술 경쟁력이 증가하면서 ‘생존’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거론된다. 변화 속도가 빠른 국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보다 밀착된 서비스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은 새로운 브랜드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특징이 있어 1차 진입 장벽이 낮고 시장 변화 속도도 빠르지만, 성향이 까다롭고 꼼꼼해 시장 확대를 위한 2차 진입에는 접근을 경계하는 경향도 높다"면서 "한국을 기점으로 시장을 확대하고자 하는 해외 가전업체가 있다면 한국을 ‘국가 속의 국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일부분으로 보는 전략은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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