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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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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해외부동산 투자 늘렸는데 재매각 깜깜...당국 '주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12.04 08:10

포트폴리오 다각화-수익원 확대...부동산투자 과열

업력 부족-재매각 실패 속출...유동성 리스크 부각

당국 연내 금투업계 관리감독방안 발표..."모니터링 지속"

▲여의도 증권가.(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에너지경제신문=윤하늘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앞다퉈 부동산 투자를 확대한 가운데 해외 건물의 경우 국내 기관투자자에게 셀 다운(인수 후 재매각) 하는 과정에서 미매각 물량들이 넘쳐나고 있다. 금융당국은 국내 증권사들의 부동산 투자 확대가 금융시장 리스크와 건전성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모니터링을 지속하는 한편 관리감독방안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프랑스 오피스 ‘큰 손’ 떠오른 증권사들...미매각에 ‘골머리’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등 국내 상위 8곳 증권사의 해외 대체투자 규모는 2017년 말 3조70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13조9000억원으로 10조원 이상 급증했다.

증권사들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보다 공격적으로 해외 부동산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문제는 부동산 투자 열기가 과열되면서 셀 다운에 실패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 부동산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진 기관투자자들이 우량한 물건만 골라서 사들이면서 증권사들은 미매각 물량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셀다운에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는 프랑스 파리 오피스 빌딩 투자다. 국내 증권사들은 올해 들어 앞다퉈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건물들을 인수했지만, 올해 10월 말 기준 6000억원 가량이 미매각 상태로 남았다.

증권사별로 보면 A금융사는 올해 6월 총 9200억원 규모의 프랑스 파리 크리스탈빌딩을 매입했다. 이 중 3700억원을 국내 기관투자자들에게 매각했지만, 현재 약 1000억원 정도가 셀 다운에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매각 준비 중으로, 막바지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B금융사도 올해 C금융사와 손잡고 5800억원 규모의 파리 CBX타워를 인수했지만, 약 30%가 재매각을 완료하지 못했다.

글로벌 부동산 투자에서 두각을 보이는 E증권사와 F증권사도 올해 9월 말 프랑스 라데팡스에 위치한 빌딩을 1조원 규모에 매입했다. 두 금융사가 국내 기관들을 대상으로 셀 다운에 나선 것은 약 2300억원 규모다. 1000억원은 두 금융사가 동시에 보유하기로 약속했지만, 나머지 1300억원에 대해서는 적합한 주인을 찾지 못했다.


◇ "해외투자 경험 아직, 경쟁만 과열"...금융당국 모니터링 강화

이처럼 국내 증권사들이 셀다운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해외 IB에 비해 대체투자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증권사들의 경우 글로벌 경쟁사에 비해 대체투자에 대한 업력이 짧은 만큼 우량한 건물을 조기에 인수하고, 이를 재매각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증권사들이 수익원을 확대하기 위해 너도나도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다보니 실사 과정에서 제대로 된 점검을 거치지 않은 점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한 IB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해외 투자 경험 미숙과 과도한 투자 경쟁이 맞물리면서 유동성 리스크가 불거지고 있다"며 "해외 부동산은 인수 후 빠른 시간 안에 재매각하지 않고 오랜 시간 보유할 경우 각종 리스크에 노출될 수 밖에 없어 증권사들의 재무건전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당국도 증권사들의 해외 부동산 미매각 물량이 건전성 우려 등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금융감독원의 자기자본 대비 총 자산 비율인 레버리지비율 권고기준은 1100%다. 이를 넘어가면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개선 권고 등의 규제를 받는다. 대부분 증권사는 레버리지비율을 1000% 안팎에서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대형사들의 경우 해외 부동산 투자를 확대하면서 레버리지비율 1000%를 상회하는 사례도 속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신용평가는 올해 9월 말 세미나에서 "증권·보험사의 해외 대체투자 익스포저가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증권사 위험 증가 속도가 가팔라 유동성이나 투자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당국은 이르면 올해 안에 금융투자사의 대체투자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한 구체적인 관리감독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투자업계에 미매각 물량에 대한 것은 그동안 중점적으로 모니터링을 해왔다"며 "최근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고 대체투자 자산에 대한 투자 제한 및 보호를 위해 가이드라인을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발표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윤하늘 기자 yhn770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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