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화재 [사진제공=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이현정 기자] ESS(에너지저장장치시스템) 화재 관련 2차 조사위가 화재 원인으로 배터리 제조사를 지목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1차 조사위가 ESS 화재 원인을 ‘복합적인 원인’이라고 결론낸 것과 달리 2차조사위는 배터리 셀의 결함을 지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1차 조사위의 부실조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1차 조사위)를 설치하고 원인조사를 벌였다. 약 5개월간의 조사 끝에 1차 조사위는 ▲배터리 보호시스템 미흡 ▲운영환경관리 미흡 ▲설치 부주의 ▲통합보호·관리체계 미흡 등 4가지를 직·간접 화재원인으로 꼽았다. 또 일부 배터리셀의 제조상 결함도 발견됐으나 이는 화재 원인으로 확인되지는 않았고 화재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조사위의 화재원인 발표는 오히려 ESS업계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조사위의 발표는 화재가 날 수 있는 상황을 열거한 것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23건의 화재를 조사했던 1차 조사위는 당시 배터리 제조사에 소견요청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1차 조사위의 발표 이후에도 화재가 발생하자 정부는 산자부 산하 ESS화재 2차 조사위원회를 통해 올해 8월부터 10월 사이 발생한 5건의 ESS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위원회 구성은 1차 조사위에 참여했던 인원에 외부 전문가가 더해져 약 20명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2차 조사위가 진행 중인 5건의 ESS 화재에는 LG화학의 배터리가 탑재된 화재가 3건, 삼성SDI의 배터리가 탑재된 화재가 2건이다. 현재 2차 조사위는 LG화학과 삼성SDI에 배터리 결함과 관련한 지적을 해 두 회사는 최근 조사위에 소명자료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는 2차 조사위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두 회사 관계자는 "현재 2차 조사위에서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조사 결과를 기다릴 것이고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른 대응을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현재 조사위에서 요청한 모든 내용에 대해 소명을 다 했다. 배터리에 결함이 없다는 점을 확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결과 발표를 열흘 앞둔 시점에 2차 조사위가 두 배터리 제조사에 소견을 요청했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것이다. 이미 결론이 나와있는 단계에서 두 회사의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냈으면 굳이 소견 요청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차 조사위가 제대로 된 조사를 했더라면 더욱 빠른 시간에 화재 원인을 규명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 달 삼성화재 의뢰로 글로벌 품질 인증·위험 관리회사인 디엔브이지엘(DNV GL)이 ESS 화재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제조상 결함을 비롯해 다른 나라보다 미흡한 안전관리가 원인이라고 했다. 반면 1차 조사위는 5개월 간 훨씬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도 ‘원인미상’ 결과를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