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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도로 위의 다양한 폭탄, 이제는 운전을 하지 마세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1.08 20:12

김필수(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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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도로에서 운전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급출발, 급가속, 급정지, 난폭과 보복운전 등 양보와 배려가 약하다. 보도 위에 올라오는 이륜차는 물론이고 길가를 따라 불법 운전과 규정 위반의 보행자, 자전거와 전동 퀵 보드, 택시와 버스 정차 등 고려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여기에 불법 주정차, 하루 반이면 취득할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낙후된 운전면허제도 문제다. 재작년까지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4000명을 항상 넘다가 작년 42년 만에 처음으로 3700여명으로 줄었다. 교통사고 후진국이라는 뜻이고 그 만큼 운전하기가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우리가 전혀 모르고 운전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전과자가 될 수 있는 악법 내지는 문제가 심각한 인권 침해의 가능성이 큰 규정 두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도로 위의 흰색 실선에서의 운전방법이다. 일반적으로 흰색 실선 구간은 흰색 점선 구간 처럼 차로 변경을 하지 말고 더욱 조심하라는 뜻으로 알려져 있다. 황색 실선의 경우는 이유 불문하고 차선 침범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여러 명의 사고자가 기소 당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재작년 후반 검경은 흰색 실선에서 차로 변경 시 교통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상자가 발생하면 이유 불문하고 차로 변경 차주를 기소하는 내규를 지정해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흰색실선이 제대로 그려져 있지 않거나 끼어들기를 못하게 하려고 길게 그려놓은 경우도 많고, 다른 교통표시와 상반되어 운전자를 혼동시키는 잘못된 경우도 많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흰색 실선은 교량 위나 고가도로, 터널 등에 주로 활용되고 있으나 최근 끼어들기 등 조건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도를 높여놨다. 이러다보니 일관된 도로 그리기가 아니라 편의주의적 그려놓기도 많은 만큼 운전자에게 함정으로 작용하는 구간이 많아졌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대부분 병원으로 가서 진료를 받고 유리한 입장에서 활용할 수 있게 진단서를 떼는 경우가 많다. 즉 무작정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뒷목을 잡고 병원을 가면 2주짜리 진단서를 발급해 준다. 상대적으로 일본은 6% 정도이나 우리는 60%라 윤리적인 차원에서 문제가 심각하고 불필요한 보험료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사안은 일부러 보험사기를 일으키는 쪽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

두 번째로 최근 ‘민식이 법’이라고 하는 어린이 보호구역, 즉 스쿨존에서의 규정 강화다. 이번에 통과된 규정은 신호등 설치와 과속단속기 설치 등 안전시설을 강화하고 규정을 벗어난 어린이 교통사고에 대하여 가중처벌하는 조항이 핵심이다. 문제는 가중처벌 기준 중 스쿨 존에서 어린이가 사망했을 경우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하다는 것이고 부상자가 발생하면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물론 ‘민식이 법’에 대한 혼동을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시속 30Km 이상의 경우에만 해당된다고 하지만 과도한 처벌 논란으로 심각한 인권 침해가 될 수 있다. 현재 업무상 교통사고 과실치사의 경우도 5년 이하의 금고형에 처하는 만큼 다른 조항과도 형평성에서 문제가 크다는 지적이다. 그 만큼 이번 법안은 심도 깊은 고민을 하기 보다는 즉흥적이고 주변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졸속으로 입법을 진행하다보니 발생하는 심각한 문제를 도외시하고 법안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 법안이 본회를 통과한 만큼 일정 기간을 거쳐 내년 초에 진행이 가능해진다.

더욱 큰 문제는 전국 1만 6000 여 스쿨 존의 형태가 제각각이고 알기가 쉽지 않은 영역도 많아서 운전자가 자신도 모르게 진입해 어린이와 조우할 경우다. 현재 진행형이지만 내년 초 관련법이 진행되면 누가 처음으로 해당되어 처별을 받을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장 빈번하게 스쿨존을 진입하는 교사나 학부모가 대상이 된다는 소문도 있을 정도다. 좀더 심사숙고하고 고민하여 입법을 진행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아마도 이러한 내용을 알고는 운전하기가 겁이 날 것이다. 아예 이 핑계로 운전을 하지 말고 걸어다니는 것은 어떨까?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된 법안을 보기란 불가능한 것일까? 주체 못할 폭탄은 늘어나고 항상 마루타가 된 기분이고, 그 대상이 되지 않으면 운이 좋다고 해야 하는 것인지. 점차 고민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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