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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전기차가 진정한 '친환경차'가 되기 위한 필요조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1.08 20:14

이종수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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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만대였던 한국의 전기차 누적 보급 대수는 2019년 11월 기준 8.7만대로 최근 3년동안 약 8배 증가하였으며, 올 상반기에는 1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전기차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것은 정부가 각종 세금 감면 및 구매보조금 지급, 충전소 보급 확대, 공공구매 등 다양한 정책적 수단을 이용하여 전기차 보급 확산에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기차 보급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노력은 자동차 산업 경쟁력 강화와 같은 경제적 이유도 있지만, 미세먼지 및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환경적 이유가 보다 큰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차와 비교할 때 얼마나 친환경적일까?

주행 중 배출가스가 전혀 없는 전기차가 당연히 내연기관차에 비해 훨씬 친환경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자동차를 구성하는 부품의 생산부터 폐기에 이르는 전 생애주기를 고려하면 답은 단순하지가 않다.

수송부문에서 감축되는 미세먼지 배출량에 비해 전기차 생산 및 충전과 관련된 다른 연관 산업에서 추가로 발생하는 미세먼지 배출량이 높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기차에 반드시 필요한 배터리 생산을 위해 미세먼지 배출 집약도가 높은 후방 산업의 생산이 증가하고 동시에 전기차 생산 및 운행에 필요한 전력 공급을 위해 화력발전 위주의 전력 생산량 역시 증가하기 때문이다.

즉, 현재의 전기차 생산 기술과 발전 믹스에서는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전기차 보급 확대가 오히려 국가 전체적으로 미세먼지 직접 배출 혹은 온실가스를 증가시키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전기차의 생애주기를 고려할 때, 전기차가 진정한 친환경차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첫째, 전기차의 에너지원이 되는 전력이 친환경적으로 생산되어야 한다.

특히 발전부문의 경우 미세먼지 직접배출량 외에 2차 생성에 기여하는 황산화물 배출량이 높은데, 이는 수송부문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 오염물질이다.

현재 정부는 에너지 전환을 통해 발전부문의 환경성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따라서 전기차 보급 속도 역시 발전 믹스의 개선에 맞춰 완급을 조절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미세먼지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 전기차 생산과 관련된 개별 사업장에 대한 미세먼지 규제를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전기차 부품 생산과 관련된 1차 금속 산업의 원단위 미세먼지 배출량은 전력산업을 포함한 다른 모든 산업의 원단위 배출량보다 높은 상황이다.

이처럼 전기차 생산과 관련하여 후방 산업의 생산량이 증가하면 미세먼지 배출 역시 증가하는 것을 피할 수 없으며, 따라서 수송부문의 미세먼지 배출 감축이 타 산업으로 이전되지 않도록 제조업 전반의 미세먼지 감축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전기차 산업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 및 투자가 필요하다.

전기차의 가격이 낮아지는 것이 정부 보조금 지급을 통해서건 혹은 전기차 산업의 생산성 증가를 통해서건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 지불하는 비용에는 차이가 없다.

하지만 소비자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보다 전기차 산업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산업 경쟁력 뿐만 아니라 환경적으로도 보다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전기차 보급 및 확산을 통해 수송부문의 미세먼지 배출량은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전기차 보급 그 자체에만 매몰되어 수송부문의 미세먼지 배출 감축량이 관련 다른 산업의 미세먼지 배출 증가량으로 이전되어서는 안된다.

국가 전체적으로 발전 믹스, 제조업의 미세먼지 배출, 산업 생산성 등과 같은 제반 조건들을 함께 고려하여 전기차 보급 속도의 완급을 조절할 때 전기차는 진정한 친환경차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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