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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파생결합펀드 제재심의...웃고 우는 금융사 CEO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1.13 11:02

윤종규 회장 금융사고 칼날 피해
美CES 참석 등 국내외 일정 소화
주가도 작년 10월 이후 15% 급등

손태승 회장 징계 수위 결정 앞둬
라임 불완전판매 의혹 확산시 거취 영향
주가도 6% 뚝…하락세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가 연초부터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파문을 일으킨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서 비껴간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비교적 편안한 마음으로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0'에 참석해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구상했다. 반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이번주 DLF 제재심의위원회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차기 행장 선임 절차에 주력하고 있다. 미래 가치를 반영하는 주가 역시 상반된 흐름을 보이면서 KB금융, 우리금융이 처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윤종규 회장, CES2020 참석 후 귀국...LEAD 2020 전념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연초부터 국내와 해외를 오가며 숨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윤 회장은 이달 3일부터 이틀간 KB증권 용인연수원에서 열린 경영진 워크숍 일정을 소화한 후 마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 참석하기 위해 곧바로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국내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CES 2020에 직접 참석한 것은 윤 회장이 처음이다. 윤 회장은 새해 첫 해외 출장지인 CES 2020에서 임직원 10여명과 함께 최신 디지털 기술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이를 실제 금융업에 접목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모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윤 회장은 지난 주말 국내로 귀국해 이번주는 해외 일정을 잡지 않고 국내 경영에만 집중할 계획이다. CES 2020에서 확인한 다양한 기술들을 실제 KB금융에 어떻게 접목시킬지 등을 정리하고 푸르덴셜생명 인수 등 올해 KB금융그룹의 전반적인 사안을 검토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신년사에서 천명한 KB금융그룹의 경영 전략인 ‘L.E.A.D’를 구체화하는데도 공을 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L.E.A.D란 △그룹의 핵심 경쟁력을 강화(Level up thecore) △사업영역 확장(Expansion) △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KB 구현(Active & Creative KB) △ 고객중심의 디지털 혁신(Digital Innovation-customer centric) 등 4가지를 의미한다.

이처럼 윤 회장이 국내 금융지주사 회장 가운데 유일하게 CES 2020에 참석할 수 있었던 건 다른 금융그룹사와 달리 KB금융은 모든 금융사고의 칼날을 피했기 때문이다. KB금융은 지난해 불완전판매와 대규모 손실로 논란을 일으킨 DLF를 판매하지 않아 금융감독원의 감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여기에 지난해 10월 환매 중단을 선언해 투자자들 돈을 묶어버린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역시 KB금융은 판매하지 않았다. KB금융은 라임자산운용 펀드 가운데 채권형 펀드만 판매했으며, 이 역시 작년 3분기 중 환매를 완료한 것으로 전해졌다. KB금융 측은 "금융소비자 보호에 기반한 철저한 시장 분석이 이같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 "국내를 떠날 수 없다" 손태승 회장 좌불안석...이번주 제재심


반면 올해 증권사, 캐피털, 보험 등 금융사 인수합병(M&A)을 통해 지주사 체제의 완성도를 높여야 하는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좀처럼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이달 중 차기 우리은행장을 선임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있는데다 DLF 제재심이 열리는 점도 부담이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 (사진=우리은행)


금융감독원은 오는 16일과 30일 DLF 관련 제재심을 열고 손 회장을 비롯한 우리금융, 하나금융 경영진의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 금감원은 손 회장에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DLF 사태로 인해 많은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은데다 불완전판매 정황도 다수 드러난 만큼 문책경고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일 제재 수위를 낮추지 못할 경우 손 회장의 남은 임기는 마칠 수 있지만 3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이에 손 회장은 하나금융 경영진과 함께 DLF 제재심에 출석해 징계 수위를 낮추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보통 제재심을 몇 차례 개최할지, 언제쯤 징계수위를 결정할지는 사전에 확정하지 않는다"며 "16일 첫번째 제재심이 끝나봐야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KB금융그룹과 달리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관련 불완전판매 의혹이 커질 것으로 보이는 점도 손 회장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이달 10일 투자자 3명을 대리해 우리은행, 라임자산운용, 신한금융투자 등 3곳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라임자산운용은 지난해 10월 무역금융펀드 등 3개 모펀드에 투자하는 자펀드의 상환, 환매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펀드에 가입한 일부 투자자들은 판매사로부터 환매 중단 사유 등에 대해서 듣지 못했고, 손실 위험이 있는 사모펀드라는 사실 조차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금융사들이 가입시켰다고 주장했다. 현재 삼일회계법인은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에 대해 자산가치를 평가하는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해당 작업이 끝나면 우리은행은 DLF에 이어 라임자산운용의 불완전판매 의혹으로 곤혹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 KB금융 주가 15%↑, 우리금융 '뚝'...리스크 선반영


KB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이 처한 현실은 주가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KB금융 주가는 10월 10일 4만850원에서 이달 현재 4만6850원으로 15% 급등했다. 지난주 미국과 이란 갈등으로 주가가 출렁일 때도 4만6000원 중반대에서 횡보하며 다른 기업과 달리 주가 방어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KB국민은행이 지난달 말 캄보디아 최대 예금수취가능 소액대출금융기관인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의 지분을 인수한데다 푸르덴셜생명 인수 등 추가 M&A에 대한 기대감도 크기 때문이다. 국내 한 금융사 관계자는 "KB금융은 지난달 금융지주사 가운데 최초로 자사주를 소각한데다 인수합병 등으로 추가 밸류에이션 상승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반면 우리금융지주 주가는 이달 10일 현재 1만500원으로 연초(1만1400원) 대비 7% 하락했다. 특히 이날 장중에는 1만350원까지 하락해 1만원대를 지키는 것도 버거운 상황이다. 우리금융은 3개월 전(1만1200원)과 비교해도 6% 넘게 떨어졌다. 손 회장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올해 주식시장 첫 거래일에 자사주 5000주를 장내 매수했지만, 주가는 좀처럼 반응을 하지 않고 있다. 김진상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DLF 사태, 라임사태, 중동 불안에 따른 주가 약세로 배당수익률은 6% 중반에 달해 매력적"이라고 진단했지만, 투자자들은 좀처럼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국내 한 금융사 관계자는 "주가는 미래 가치를 미리 반영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며 "KB금융과 달리 우리금융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는 것은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른다는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손 회장은 자사주 매입을 통해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향후 성장성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지만, 매입 규모가 절대적으로 작은 만큼 의미있는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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