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1단계 무역합의, 원유수요 이끌까…전문가들 "유가 반등 어렵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2020.01.14 14: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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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무역합의 불구 최대 수입국 수요둔화로 하방압력 전망

中, 원유수요 2.4% 증가하지만 2008년 이후 최저...자동차시장도 침체

미국과 2단계 무역협상도 진통 예쌍...원유재고 증가도 하락 원인

"非OPEC 산유국 등 공급확대...브렌트유 60달러 무너질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왼쪽),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마침내 1단계 합의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원유 수요도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글로벌 경기와 원유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국제유가의 향방을 가르는 최대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양국은 오는 1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1단계 무역합의문에 공식 서명할 예정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최대 원유수입국인 중국의 올해 원유수요가 1단계 무역합의 서명에도 작년보다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본격적으로 반등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 국제유가와 직결된 ‘미국·중국’


▲WTI 가격추이(사진=네이버금융)


최근 몇 년간 국제유가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미국과 중국 간의 관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지난해 세계경제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양국이 무역협상 모드로 돌입하자 국제유가도 덩달아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양국이 다시 ‘관세 폭탄’을 놓고 신경전을 벌일 때는 국제유가가 하염없이 무너졌다. 하지만 연말에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협상’에 도달했고 공식 서명도 가질 것이라는 발표도 나오면서 국제유가는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 실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미중 1단계 무역합의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지난 한달 동안에만 무려 10% 가까이 급등했다.

최근 들어서는 중동지역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갈등으로 인해 유가가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다. 미군이 이란 군부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살해하고 이란 또한 이에 대한 보복조치로 이라크 내 미군 기지를 공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유가는 장중에 4% 이상 뛰었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의 군사충돌 리스크가 빠르게 완화하면서 국제유가는 5거래일 연속으로 하락세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1.6%(0.96달러) 하락한 58.08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3월물 브렌트유도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1.20%(0.78달러) 내린 64.20달러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 오일프라이스닷컴은 14일 "최근 글로벌 원유시장은 미국과 이란의 갈등에 초점을 맞췄지만 양국간의 최악의 시나리오가 더 이상 없다는 결론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그동안 원유시장을 크게 움직였던 미중 무역전쟁에 초점이 귀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매체는 이어 "현재 국제유가는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암살되기 전의 수준보다 더 밑도는 상황이다"며 "이는 원유시장이 지정학적 리스크보다 수요둔화와 과잉공급에 더 많은 우려를 표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 1단계 무역합의에도 중국 원유수요 주춤



하지만 문제는 1단계 무역합의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가 반등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14일 로이터통신, 블룸버그통신 등의 외신에 따르면 중국 국영기업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 소속 싱크탱크인 ‘CNPC 리서치’가 보고서를 통해 올해 중국의 원유수요는 2.4%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인 지난 2008년 이후 최저이며 작년의 5.2% 증가율에 절반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중국이 세계 최대의 원유수입국인 점을 고려하면 이같은 수요둔화 전망은 국제유가에 하방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

CNPC 리서치는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중국 경제의 악영향은 (1단계 합의에도) 단기간 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CNPC 리서치는 이어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6% 수준에 맴돌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자동차 시장도 침체기를 이어가고 있어 원유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기에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심지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관영 경제지인 경제일보는 소셜미디어 계정 ‘타오란 노트(Taoran Notes)’를 인용해 "무역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1단계 무역합의 서명은 게임의 첫 라운드일 뿐"이라고 보도했다. 타오란 노트는 중국이 무역협상 관련 대외 메시지를 관리하는 창구로 인식된다.

타오란 노트는 이어 "아직 무역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며 "미국은 아직 중국에 부과한 모든 관세를 취소하지 않았고, 중국도 보복 조치들을 여전히 시행하고 있으며 아직도 많은 불확실성이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1단계 무역합의가 완전한 종전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주장인 만큼 글로벌 경기와 원유수요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어 결국 유가 반등을 이끌기에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미중 2단계 무역협상에 대한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옥스퍼드대 중국센터의 연구원 조지 마그너스는 "1단계 협상은 덜 중요한 이슈들이 다뤄진 만큼 다음 단계에서는 보다 어려운 사안들을 놓고 오랜 기간 협상을 이어갈 것"이라며 "만약 2단계 무역 협상이 타결된다면 매우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앞서 2단계 무역 합의의 더 나은 결과를 위해서는 대선 이후까지 기다리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하는 등 향후 추가 협상을 두고 양국의 신경전은 계속되는 양상이다.

중국에서 원유재고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점도 향후 유가하락을 야기시킬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1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공급부족 리스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최근 들어 원유재고량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원유재고량이 과거 2015년 1억9100만 배럴에서 작년 8억 배럴까지 늘었다고 추산했다. 이와 관련 골드만삭스의 제프리 커리 애널리스트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중국 등의 신흥국가들 사이에서 원유재고량이 과거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 달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유가가 쉽게 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코메르츠방크는 최근 투자노트를 공개하면서 "1단계 무역합의는 원유수요를 이끌기에는 부족하다"며 "기껏해야 수요가 더 침체되는걸 막아주는 역할에 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자은행은 이어 "순수하게 수요공급 펀더멘털 관측으로 봤을 때 유가는 현재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리스타드 에너지의 비요날 톤하우겐 원유시장 리서치 부문장도 원유시장 비관론에 가세했다. 톤하우겐 부문장은 "미국 주도 비(非)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들의 늘어나는 원유 공급량과 수요둔화가 맞물리면 결국 올해 원유시장은 과잉공급에 못 벗어난다"며 "이에 따라 브렌트유가 배럴당 60달러 선이 붕괴되는 것도 충분히 그럴싸한 전망이다"고 밝혔다.


◇ 올해 천연가스 가격도 사실상 하락세 예고


한편, 원유와 함께 올해 중국의 천연가스(LNG) 수요도 작년보다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해 글로벌 천연가스 역시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일본 다음으로 세계에서 천연가스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이다.

CNPC 리서치는 중국의 경기둔화로 인해 올해 천연가스 수요가 8.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작년의 증가율인 9.6%보다 하락한 수준이며 2016년 이후 최저치이기도 하다. CNPC 리서치는 "중국의 거시경제가 계속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석탄을 계속 사용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천연가스 수요를 둔화시킬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중국의 수요 둔화는 이미 공급과잉과 낮은 스팟가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글로벌 LNG 시장을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중국은 정부주도 천연가스 국산화로 인해 자국내 천연가스 생산량이 전년대비 8.2% 증가한 187.5 bcm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의 천연가스 수요둔화와 국산화가 맞물린다는 것은 곧 중국의 천연가스 수입량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글로벌 천연가스 가격도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CNPC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천연가스 수입량은 9.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금융그룹 ING는 지난해 10개월 동안 중국의 천연가스 수입량이 14% 증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문제는 넘치는 공급이다. ING는 글로벌 공급과 수요의 격차가 지난 한 해 동안 크게 벌어졌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공급과잉 사태를 우려했다. ING에 따르면 작년 글로벌 천연가스 공급량은 미국, 호주와 러시아 주도로 인해 3000∼3500만 톤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는데 올해에는 추가 3000만 톤의 공급량이 더 따를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ING의 워런 패터슨 원자재 전략 총괄은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천연가스는 에너지전환 등으로 인해 수요가 다시 오를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은 향후 몇 년 동안 공급과잉에 직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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