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김연숙 기자] 자기가 그린 그림을 남에게 설명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좋은 점을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자기 자신의 능력에 자신감을 갖고, 자기가 그린 그림에 스스로 자부하는 마음을 지니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자화자찬(自畵自讚)’을 결코 좋은 의미로 사용하지 않는다. 자화자찬에 취하다 보면, 상대적으로 다른 사람을 보잘것없이 여기거나 자아도취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가 이룬 성공이나 업적을 지나치게 자랑하고, 자화자찬하면 자기 자신에 취한다. 이 경우 자신이 저지른 잘못이나 실수마저 합리화해 자기 혼자만의 생각으로 결정하는 독단으로 흐를 수 있다. 경계해야 마땅하다.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로드맵’ 발표 1년. 정부가 그동안의 성과를 설명하며 대대적인 자화자찬에 나섰다. 수소차 판매 1위, 충전소 최다 구축, 연료전지 최대시장 구축 등 호평 일색이다. 자기능력에 자신감을 갖고 스스로 자부하는 마음이 보인다. 현실적이고 체계적인 산업 육성이 이뤄지고 있는지는 뒷전이다.
수천억 원의 지원금을 쏟아 부어 수소차 판매 1위를 했다는 사실은 차지하자.
그렇더라도 총 34기 보급에 도달했을 뿐인데 수소충전소 세계 최다(最多) 구축 운운은 좀 낯부끄럽다. 이미 100기 넘게 보급한 일본은 지난 1년간 거기서 10기를 더 보급했고, 66기 보급했던 독일도 16기를 더 확충했다.
수소차와 충전소 보급대수나 보급목표 비율을 보면 논리적인 근거나 기술적인 고려가 미약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현재 정부는 2022년 수소전기차 6만 5000대, 수소충전소 310기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 개의 충전소에서 210대를 감당하는 형태다. 차 한 대가 10일에 한 번 충전한다고 가정하면, 하루에 21대가 충전하게 된다. 대부분의 수소충전소는 하루에 최소 50대 이상의 충전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충전소 가동률은 50% 이하가 된다는 의미다. 적자운영이 뻔하다.
수소 생산방식, 배관을 통한 수송비용 등을 따지면 경제성 확보까지는 더 먼 얘기가 된다. 자연환경 여건 상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어려운 국내 현실을 따졌을 때 저렴한 그린수소 확보는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
일회성의 대규모 집중적인 투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 투자액이 적더라도 꾸준히 체계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산업육성 방식이 필요하다. 자화자찬을 위해 멈춰선 김에 잠시 되돌아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