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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롯데그룹주가 20일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의 별세로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호텔롯데 상장으로 한국롯데 지주 체제를 완성하기 위한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호텔롯데 상장을 위해서는 최대주주인 일본 롯데홀딩스의 동의를 얻어 내야하는 만큼 빠른 시일내에 진행되기는 어렵다는 얘기도 나온다.
◇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에...롯데그룹주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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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롯데지주) |
2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롯데지주는 전일 대비 5.88% 오른 3만7800원에 마감했다. 롯데정밀화학(0.73%), 롯데케미칼(1.84%), 롯데정보통신(1.59%) 등도 상승세를 보였다. 이처럼 롯데그룹 상장사들이 일제 강세를 보이는 것은 신 명예회장 별세를 계기로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재편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증권가에서 주목하는 것은 신동빈 회장의 한국롯데 제체를 완성하기 위한 지배구조 개편 핵심 ‘열쇠’인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다. 호텔롯데의 IPO가 중요한 것은 롯데그룹의 복잡한 지배구조와 연관돼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 2017년 10월 롯데제과에서 분할해 롯데지주를 출범시켰지만, 신 회장표 ‘뉴 롯데’는 아직 미완성 상태에 놓여있다. 롯데그룹은 지배구조상 일본롯데홀딩스를 중심으로 호텔롯데 → 롯데지주 → 각 계열사로 이어지는 옥상옥 구조를 취하고 있다. 롯데지주는 현재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일본 롯데홀딩스가 최대주주인 호텔롯데 아래 있는 롯데물산, 롯데건설, 롯데렌탈과 롯데상사 등은 갖고 있지 않다.
실제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현재 일본 롯데홀딩스 등 일본 롯데그룹 계열사의 지분 비중이 99.28%다. 일본 롯데홀딩스(19.07%)가 최대주주고,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 주주인 광윤사(5.45%)와 일본롯데홀딩스가 보유한 L투자회사(72.65%) 등이 대부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지주와 호텔롯데가 함께 지분을 보유한 주요 롯데 계열사는 롯데쇼핑, 롯데푸드, 롯데칠성, 롯데제과, 롯데지알에스, 롯데상사, 롯데글로벌로지스 등이 있다. 호텔롯데가 독자적으로 지분을 가지고 있는 곳은 롯데면세점제주(100%), 롯데물산(31%), 롯데알미늄(38%), 롯데건설(43%) 등이다.
호텔롯데 상장이 중요한 이유는 일본 주주 지분율을 50% 이하로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롯데가 일본 롯데홀딩스에게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선 상장을 통해 호텔롯데에 대한 일본 주주들의 지분을 희석시켜 영향력을 줄여야 한다. 또 상장 이후에는 호텔롯데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떼어내 롯데지주로 가져와야만 신 회장이 그리는 완벽한 지주사 체제가 완성된다.
실제 신 회장은 지난해 12월 단행한 인사에서 호텔롯데 상장에 대한 강한 의지 보였다. 호텔롯데 상장을 진두지휘한 송용덕 롯데지주 부회장을 지주 공동대표로 선임했고, 그룹 재무통으로 불리는 이봉철 롯데 사장을 호텔&서비스BU(Business Unit)장에 임명한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호텔롯데가 상장하기 위해서는 면세점 부문의 실적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호텔롯데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577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이는 2016년(3436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중국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조치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기업가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호텔롯데가 상장을 하려면 일본 롯데홀딩스의 동의를 이끌어 내야하는데, 그럴려면 현재는 실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 면세부문 실적 개선세 주목...이르면 올 상반기 추진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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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호텔롯데 홈페이지 캡처) |
다만 호텔롯데의 주력사업인 면세 부문의 실적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호텔롯데의 지난 2018년 연결 기준 매출의 82.3%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 부분의 지난해 1~3분기 영업이익은 267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7%가량 증가했다. 면세 부문 수익성 개선에 힘입어 전사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47% 성장했다.
최근 중국 관광객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올해 역시 이같은 개선세는 계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적이 좋으면 IPO 과정에서 공모가가 높게 책정되면서롯데 오너와 일본 롯데홀딩스 등 주주들을 설득하는데도 보다 용이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선 이르면 올해 상반기부터 호텔롯데가 유가증권시장 상장에 재도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호텔롯데 상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실적이다"라며 "호텔롯데 상장은 롯데지주와의 합병으로 한국롯데의 지배구조를 완성할 수 있는 필수 조건인 만큼 오른 면세부문의 실적 개선에 힘입어 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 위험은 적은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현재 신 회장이 일본롯데 주주들에게 우호적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안정적인 지배력 확보와 경영권 행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강조했다.
[에너지경제신문=윤하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