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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태풍의 눈' 된 보험사 인수…KB·우리금융 '기싸움 팽팽'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1.22 07:58

푸르덴셜생명 인수 참여 공식화 KB금융…신한금융 자리 넘보나

우리금융-사모펀드 손잡고 등판하면 판세 뒤바뀔 가능성

▲푸르덴셜생명.(사진=푸르덴셜생명)


[에너지경제신문=송두리 기자] 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이 달아오르며 금융그룹지주 움직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KB금융그룹이 푸르덴셜생명 인수 의사를 밝히며 향후 판도를 바꿀 수 있을 지 주목되는 가운데, 우리금융그룹도 사모펀드(PEF)와 인수전에 참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거론되며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낮출 수 없게 됐다.

여기다 하나금융그룹은 더케이(The-K)손해보험을 인수하며 손보업계 진출에 성공했다. 올 초부터 보험사를 중심으로 금융그룹 간 격돌이 벌어지고 있다.


◇ KB금융, 푸르덴셜생명 인수 의지…신한금융 위협하나
  

▲KB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사진=각사)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6일 진행한 푸르덴셜생명 예비입찰에 KB금융을 비롯해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IMM 프라이빗에쿼티(PE) 등 사모펀드 3곳과 대만의 푸본생명이 참여했다. 이중에서 인수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다고 거론되는 곳은 KB금융이다. 국내 굴지의 금융그룹사로 전략적 투자자(SI)인 데다 그동안 생명보험사 인수를 벼르고 있었던 만큼 과감한 배팅을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꾸준히 생보사 인수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내비쳤다. 그룹 내 KB생명보험이 있으나 규모가 크지 않아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생보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푸르덴셜생명은 놓쳐서는 안되는 알짜 매물로 꼽힌다. 보험업계 불황에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킥스(K-ICS) 도입 등 보험환경 변화까지 겹쳐 보험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탄탄한 자본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푸르덴셜생명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지급여력(RBC)비율은 505%로 독보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자산 규모는 약 21조원으로 생보사 24개 중 11위지만, 누적 순이익은 지난해 9월 말 1465억원으로 7위를 기록했다.

KB금융은 신한금융과 격차를 좁히는 데도 푸르덴셜생명 인수가 절실하다. 신한금융이 리딩금융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 또한 생명보험사인 옛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2018년 오렌지라이프 지분 59.2%를 인수했는데, 지난해 3분기까지 오렌지라이프 순이익 약 1300억원(지분률 반영)이 그룹 순이익에 포함됐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 격차는 약 1200억원이다. 향후 오렌지라이프 100% 인수가 됐을 때 상황은 달라질 수 있으나, KB금융이 이번 매각 대상인 푸르덴셜생명 100% 지분을 인수한다면 당장 신한금융을 순이익 면에서 따돌릴 수 있는 격차다. 특히 신한금융과 KB금융 간 격차는 비은행 부문에서 나타나고 있어 KB금융에게는 이번 인수가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 KB국민은행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조67억원으로, 신한은행(1조9765억원)과 제주은행(158억원) 순이익 합보다도 앞서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신한금융은 비금융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1등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성공하면 리딩금융을 되찾는 데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뒷심 노리는 우리금융, 사모펀드 손잡나…하나금융, 손보업계 진출

▲우리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사진=각사)


변수는 우리금융그룹의 등판이다. 푸르덴셜생명 예비입찰에 KB금융과 라이벌로 꼽혔던 우리금융이 참여하지 않았으나, 사모펀드와 손을 잡고 본입찰에 뛰어들 가능성은 아직 열려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롯데카드 입찰에서도 MBK파트너스와 손 잡고 뒤늦게 뛰어들어 롯데카드를 최종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롯데카드 지분은 MBK파트너스가 60%, 우리은행이 20%를 보유하고 있는데, 향후 MBK파트너스가 지분을 팔게 될 경우 우리은행의 롯데카드 추가 지분 확보가 가능해진다.

이번에도 롯데카드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금융이 사모펀드와 컨소시엄을 꾸려 공동 인수를 추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거론된다. 우리금융이 아직 위험가중자산 산정 시 내부등급법 승인을 받지 않아 단독 입찰보다는 자본 부담이 덜 한 방법을 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금융은 3월께 금융당국으로부터 내부등급법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후에는 수조원의 M&A 실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장 우리금융이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 참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가능성은 우리은행 과점주주인 IMM 프라이빗에쿼티(5.96%)와 손을 잡는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예비입찰 후에도 우리금융이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완전히 접은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며 "인수금융에도 참여할 수 있고, 재무적 투자자(FI)로 지분투자도 하는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이 등판하게 된다면 푸르덴셜생명을 둘러싼 인수전은 한층 더 가열될 전망이다. 현재 푸르덴셜생명 인수 가격은 약 2조원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가격도 이보다 더 올라갈 수 있다. 비금융 확대가 절실한 두 금융그룹 간 대결로 향후 금융그룹 지형도 바뀔 수 있다.

이와 함께 하나금융그룹 또한 20일 더케이손보 인수를 확정하며 손보업계 새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하나금융은 이날 연 이사회에서 더케이손보 지분 70%를 인수하기로 했다. 인수가는 약 1000억원 내외다. 현재 손보업계 진출한 금융그룹은 KB금융과 NH농협금융그룹뿐이다. 하나금융 또한 손보업계 시장에 진출하며, 은행은 물론 캐피탈 등 다양한 자회사 간 시너지가 기대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보험사 시장 상황이 악화되고 있기는 하더라도 금융그룹 입장에서는 방카슈랑스 등 계열사 간 협업으로 신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통로가 되는 데다 장기 고객을 유치할 수 있어 보험사를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본력을 갖춘 알짜 매물이 나온다면 관심을 둘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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