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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하는 '우한 폐렴'에 美증시도 출렁…"제2의 사스 우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1.22 13:18

▲뉴욕증권거래소(사진=A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인 ‘우한(武漢) 폐렴’이 중국 대륙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특히 미국에서도 첫 감염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최근 상승랠리를 이어온 뉴욕증시에도 제동이 걸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한 폐렴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만큼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 미국에서 우한 폐렴 첫 환자 확인


21일(현지시간)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최근 중국 우한으로 여행을 다녀온 미국 워싱턴주(州) 시애틀 인근 주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우한 폐렴 환자로 진단됐다. 30대 남성인 이 환자는 지난 15일 시애틀-타코마 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으며 워싱턴주 에버렛의 의료시설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이 남성은 우한 폐렴과 관련한 뉴스를 읽은 뒤 자신의 증상이 유사하다고 보고 자발적으로 의료 당국을 찾았다. 의료진 또한 이 환자의 증상과 그가 중국으로 여행을 다녀왔다는 점을 들어 우한 폐렴을 의심해 채취한 시료를 CDC에 보냈다. 이후 검사를 진행한 결과 확진 판정이 내려졌다. 다만 이 환자는 현재 안정적인 상태다.

워싱턴주 보건 관리 크리스 스피터스는 이 환자에 대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단기간 관찰하기 위해 병원에 입원해 있다"며 "병이 심각하기 때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CDC는 확진 환자가 나오면서 이 환자와 접촉한 다른 사람들이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지 역학 조사에 나섰다. CDC 관계자는 "우리는 미국,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추가 발병 사례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CDC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새로운 검사법을 개발했다고 밝혔고 우한에 대한 여행 경보를 2단계로 상향 조정하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CDC는 여행 경보 2단계일 때 여행객들이 아픈 사람이나 동물 등과 접촉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

CDC는 미국에서도 더 많은 우한 폐렴 환자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이에 대비하고 있다. 실제 CDC는 17일부터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3개 공항에서 중국에서 온 여행객들에 대한 검역 활동을 벌여왔다. 지금까지 1200여 명의 여행객을 상대로 검역을 했으나 추가 검사가 필요한 사람은 발견하지 못한 것을 전해졌다. 이번에 나온 첫 우한 폐렴 환자는 공항 검역이 시작되기 전 시애틀 공항을 통해 미국에 들어왔다.

CDC는 이번 주 중 애틀랜타 하츠필드-잭슨 국제공항과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 등 2곳에 대해서도 검역 활동을 확대할 예정이다.


◇ 신종 전염병에 휘청이는 글로벌 증시…투자자들 ‘제2의 사스’ 우려


이렇듯 신종 전염병인 우한 폐렴이 미국까지 확산됐다는 소식에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사상 최고치 행진을 멈췄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52.06포인트(0.52%) 내린 29,196.04에 마감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8.83포인트(0.27%) 하락한 3,320.79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8.14포인트(0.19%) 떨어진 9,370.81에 장을 마쳤다. 다우지수는 최근 6거래일 만에 첫 하락세를 보였고 S&P500과 나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까지 3거래일 연속 상승했지만, 이날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동안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미중 1단계 무역합의에 이어 미국 경제 지표까지 호조세를 보이면서 사상 최고치 행진을 계속 이어갔지만 중국발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공포감으로 인해 위험회피 심리가 작용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인 우한 폐렴 사망자가 나오고, 확진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등 확산 공포가 커지면서 투자 심리에 부담을 줬다. 특히 중국 최대 황금 연휴인 춘제(春節·중국의 설)를 맞이해 몇억명의 대이동을 앞둔 상황이어서 중국 전역에 비상이 걸렸다.

글로벌 투자회사 제프리스의 아시아시장 애널리스트들은 "중국에서는 수백 만명의 인구가 고향으로 향하는 춘제를 앞두고 있다"며 "신종 바이러스가 단순 발병에서 세계적인 전염병으로 변하는지 여부가 핵심이다"고 말했다.

심지어 과거 2002~2003년 경제를 강타한 제2의 사스가 되는 것 아니냐는 공포도 투자자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사스 등과 같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전염병은 글로벌 경제에 악영항을 끼치는 요인으로 작용되기 때문이다. 사스 발병 당시 7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한국, 미국, 캐나다 등 세계 곳곳에서의 감염자가 약 8000명에 달했다.

국제항공협회(IATA)는 2006년 5월 경제 브리핑에서 사스 때문에 전 세계의 국내총생산(GDP)이 0.1% 감소했다고 추정했고 한국의 이종화 교수와 워윅 맥키빈은 논문에서 2003년 사스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400억달러로 추산했다. 미 경제매체 CNBC는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사스 전염병으로 인해 중국 GDP 성장률이 1% 감소했다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아시아증시가 큰 폭 하락하는 등 위험회피 심리가 짙었고 그 분위기는 그대로 뉴욕증시에도 전달됐다. 특히 미국에서도 우한 폐렴 환자가 첫 발생해 장중 다우지수는 200포인트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튜더 인베스트먼트의 설립자이자 최고운용책임자인 폴 튜더 존스는 "백신도 없고 치료법도 없지만 잠복기간 조차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다"며 "신종 바이러스가 얼마나 치명적인지는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사스보다는 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내가 투자자라면 정말로 긴장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주요 아시아 증시의 대표 지수는 지난 21일 1% 안팎의 하락세를 보였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41% 하락 마감했고 선전 종합지수도 1.28% 떨어졌다. 한국의 코스피 지수와 코스닥 지수도 각각 1.01%와 1.02% 내렸고 일본의 닛케이225 지수는 0.91% 하락했다. 대만 증시는 춘제 연휴로 휴장했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주가 과열 부담 속에 악재들이 매도를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슈왑센터의 랜디 프레드릭 트레이딩·선물 매니징 디렉터는 "중국에서 폐렴이 확산해 뉴욕증시 선물을 일부 낮췄지만, 장중에는 이 폐렴이 미국 국내 이슈가 될 수도 있다는 인식에 더 큰 영향을 받았다"며 "시장이 사상 최고치에 근접할 경우 어떤 악재에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직 유럽에서는 우한 폐렴 환자가 나오지 않았지만, 관광 위축 등에 따른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 지수가 21일 0.54% 하락하고 범유럽지수인 유로 Stoxx 50지수는 0.26% 내리는 등 다른 나라도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파리 증시에 상장돼있는 명품 브랜드 기업 크리스티앙 디올과 케링그룹 주가는 각각 2.3%와 2.1% 하락했고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도 1.1% 내렸다.

전 세계 항공주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항공주인 IAG는 영국 런던 증시에서 3% 가까이 떨어졌고 프랑스 파리 증시의 에어프랑스(-2.6%), 미국 뉴욕 증시의 유나이티드항공(-4.4%)과 아메리칸항공(-4.2%) 등도 일제히 하락했다.


◇ 우한 폐렴, "사스만큼 심각하지 않아…주가 하락세는 일시적"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한 폐렴에 대한 심각성이 과거 사스만큼 심각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2의 사스가 발생되지 않을까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고조되는 상황이지만 결국 기우에 불과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스위스계 투자은행 UBS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현재 투자자들은 사스 발병 때처럼 행동하지만 이러한 주가 하락세는 일시적일 것"이라며 "만약 좋지 않은 소식들이 지속적으로 나올 경우 하락세는 봄까지만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UBS는 이어 "과거 사스와 달리, 우한 폐렴은 빠르게 확인되고 있는 상황이고 중국을 비롯한 세계 국가들은 대규모 확신 방지에 총력을 가하고 있다"며 "과거와 다르게 중국 정부는 전염병에 대해 투명적으로 정보를 공개하고 병원들도 전염병을 더욱 능숙하게 다룰 수 있다"고 덧붙였다.

UBS는 그러면서 "우리가 수집한 정보에 의하면 우한 폐렴은 전반적으로 통제가 잘 되어있음으로 사스에 비해 심각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가레쓰 래더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우한 폐렴이 최초로 발병했을 때 중국 당국의 반응은 다소 느렸지만 최근에는 검역 총력전에 들어갔다"며 "기타 국가들도 공항 모니터링에 집중하고 있으며 바이러스 감염에 의심되는 사람은 바로 격리조치를 시킨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과거 2003년 사스 사태의 심각성과 확산성을 은폐하는데 급급한 중국 정부가 비판을 받았던 모습과 대조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인천공항공사는 우한 폐렴 환자가 국내에서 확진된 만큼,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우한에서 항공편이 도착하면 해당 구역에 추가 방역을 하고, 검역을 강화하기 위해 우한발 입국 항공편은 전용 게이트를 이용하도록 했다.

공사는 바이러스 확산 질병관리본부, 국토교통부 등과 협조해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총력을 가하고 설 연휴 기간에는 특별교통대책본부를 운영한다.

일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공항을 포함한 입국 경로에 검역 수준을 강화하도록 지시했으며 우한을 방문한 경우 별도의 서류를 작성토록 했다. 사스 발병 당시 큰 피해를 당한 홍콩도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비행기와 열차에 대한 소독을 강화하고 있다. 인도 역시 중국 입국자에 대한 체온 점검 기계 설치를 현재 3개에서 7개 공항으로 늘렸다.

중국인 관광객이 많은 호주는 우한에서 오는 중국인 탑승객들에게 감염 증상을 설명해 놓은 중·영문의 안내서를 배포하고 증상이 있을 경우 신고토록 하고 있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국민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삼아 강력한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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