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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중형 세단의 굴욕…SUV 열풍에 '미운오리' 신세 내몰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2.05 16:59

현대차 등 업계 ‘준중형 전략' 놓고 부심

▲현대차 2019년형 아반떼


현대자동차 아반떼는 한때 국내에서 ‘생애 첫차’로 통하며 준중형 세단의 대명사로 통했다.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국내에서만 연간 10만대 안팎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국내 완성차 시장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최근 2∼3년새 쇄락의 길을 걷고 있다. 

◇준중형 세단 시장 2010년대 중반 이후 급속 쇠퇴

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준중형 세단 시장 규모는 ‘소형 SUV 열풍’이 불기 시작한 2010년대 중반 이후 급속이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아반떼의 경우 지난 1월 판매량이 2638대로 지난해 동기(5428대)의 절반 이하(51.4%)로 줄었다. 같은 기간 중형 SUV인 싼타페(3204대) 보다도 적게 팔리며 체면을 구겼다. 기아차 K3도 같은기간 판매량이 56.6% 줄어든 1800대가 출고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살펴봐도 아반떼(6만 2104대)의 판매실적은 전년보다 18.1% 줄었고 전성기의 2010년대 중반 이전(연 10만대 안팎)에 비해서는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완전변경 모델을 새롭게 선보인 K3도 지난해 외형을 확장에 실패했다. 해마다 ‘10만대 클럽’에 꾸준히 가입하며 고객들의 눈길을 잡았던 과거와는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아반떼의 경우 2011년에는 13만987대가 팔린 것을 비롯해 2012년 11만1290대, 2013년 9만3966대, 2014년 9만3895대에 2015년 10만 422대, 2016년 9만 3804대가 팔리는 등 10만대 안팎을 유지했다. 하지만 2017년 이후 판매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이는 여가시간 증가 등 생활패턴 변화와 함께 티볼리, 코나 등 소형 SUV가 인기를 끌며 준중형차 구매 고객이 소형 SUV로 옮겨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완성차 업계 준중형 전략 놓고 고심 중

상황이 이렇게되자 완성차업체들이 준중형 전략을 놓고 고민이 커지고 있다. 수요가 급격히 줄어 마케팅 전략을 다시 짜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내수에서 위상은 예전 같지 않지만 중국·미국 등에서는 여전히 주력 모델 역할을 하고 있어 신차 개발을 소홀히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완성차 기업들은 르노 클리오 등 해치백 모델 정도를 들여왔을 분 준중형 세단 신모델은 내놓지 않았다. 대신 베뉴, 셀토스, 스토닉 등 SUV 신차를 쏟아냈다. 급기야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은 크루즈, SM3 등 차량을 단종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산업계를 뒤흔들었던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사태의 배경에도 준중형 세단(크루즈) 수요 감소가 있었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상반기 내 신형 아반떼 출시를 앞두고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7세대로 돌아오는 신형 아반떼에는 현대차그룹이 새롭게 개발한 신규 파워트레인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디자인을 크게 개선하고 기존 모델에서는 접하기 힘들었던 편의·안전 사양도 대폭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아반떼가 미국,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여전히 인기 모델인 만큼 상품성 개선에 총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아반떼는 지난달 미국(현지명 엘란트라)에서 7500대가 넘게 팔렸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가 신형 아반떼의 상품성을 크게 끌어올리면서도 국내 판매 가격을 공격적으로 책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UV 라인업이 초소형-소형-준중형 등으로 세분화돼 있어 ‘틈새 시장’ 공략도 힘든 만큼 정공법을 통해 활로를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세금이나 유지비 등에 혜택이 있는 경차와 달리 준중형 세단은 SUV 대비 비교우위를 지닐 포인트가 많지 않다"며 "(현대차 입장에서는) 가격을 낮춰 판매 확대를 노리거나 베뉴를 출시하며 ‘혼라이프’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던 것처럼 신선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는 방법 등을 염두에 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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