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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샌드박스가 지난해 1월 시행되었다. 정부는 시행 1년 만에 195건의 과제를 승인했고 이 중 58개 과제가 시장에 출시되었다고 발표했다. 산업 분야별로는 혁신금융(77건 39%), ICT(40건 21%), 산업융합(39건 20%), 지역혁신(39건 2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는 158건(81%)이 실증특례, 21건(11%)이 임시허가, 16건(8%)이 적극행정 등으로 승인됐으며, 승인기업의 70%가 중소기업이었다. 시행 1년만에 제도가 안착된 것을 보면 초기성과는 꽤나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규제샌드박스의 한계는 분명하다. 시행 초기부터 지적되어온 것이 일부 기업에 대한 특혜논란이다. 승인을 받은 특정 기업에 대해 특정한 사업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소위 ‘특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규제샌드박스의 승인을 받은 기업은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되는 반면, 후발주자는 사업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기회조차 없다. 시장경쟁 측면에서 보면 다른 경쟁사업자가 시장에 참여할 수 없도록 정부가 진입장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장기적으로는 소비자 후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승인을 받은 기업도 마냥 좋은 것만도 아니다. 사업의 영속성을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증특례의 경우 승인기간이 최대 4년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관련 법령의 개정되지 않으면 사업을 중단과 함께 재정적 부담도 감수해야 한다. 예를 들어 규제샌드박스 1호인 도심 수소충전소는 실증특례를 받아 ’19년 9월 10일 국회에 설치되었다. 수소 충전소는 건설에만 약 25~30억 원의 투자가 필요한 시설이다. 만일 실증특례 기간 동안 도심에 수소충전소 설치를 허용하는 관련 법령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시설 설치ㆍ유지 비용은 매몰비용으로 전락하고, 투자기업은 시설의 철거비용까지 부담해야 할지 모른다.
지역특구제도의 적용범위가 수도권으로 한정된다는 것도 문제이다. 규제샌드박스의 정책목적은 현행 규제로 어려운 신산업을 한시적, 지역적인 범위에서 ‘테스트’하고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미래 신산업을 발굴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 목표에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부수적 정책목적까지 달성하려고 한다면 자칫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와 비슷한 지역특구제도를 운용하고 있는데 도쿄 등 수도권을 제외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승인된 사업 중 47%가 도쿄, 간사이권 등 대도시 중심이다.
운용상의 문제도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일선에서 들리는 가장 우려스러운 목소리는 공무원들이 규제개혁을 회피하기 위해 규제샌드박스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규제개선을 건의하면 일단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하라고 종용하는 것이다. 또한 일부 지자체에서는 규제샌드박스 승인시 부과하지 않았던 추가적인 조건을 부과한다는 이야기도 일부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규제샌드박스의 한계는 일부 제도의 보완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렵다. 한시적, 지역적 규제특례라는 내재적 한계는 제도 설계상 극복이 불가능하다. 일부 기업에 대한 특혜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규제시스템의 획기적인 개혁밖에 없다. 구호만 요란한 네거티브 규제방식을 실질적으로 확대 적용해야 한다. 얼마 전 크게 논란이 되었던 ‘타다금지법’의 규제 형식을 보면 규제당국의 허가가 있어야 사업을 할 수 있는 전형적인 포지티브 규제 방식이다. 신산업에 대해 네거티브 규제를 적용하겠다던 정부의 의지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또한 규제 신설ㆍ강화로 발생하는 비용만큼 기존 규제비용을 절감해야 하는 규제비용관리제도 미국과 같이 신설ㆍ강화 규제 비용의 2배에 해당하는 규제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으로 확대해야 한다. 이외에도 14년 이후 중단된 등록규제 개수 공개도 고려해야 한다. 규제샌드박스 시행 1년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이러한 성공에 안주하지 말고 본격적이고 과감한 규제개혁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