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많이 내뿜는 SUV…글로벌 자동차시장 점령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2020.02.10 10: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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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차량보다 CO2 25% 더 배출, 판매 증가로 8년간 5억5000만톤↑

低연비에 고성장세 우려 목소리

SUV전기차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전기차 판매 부진에 현실성 지적

▲작년 상반기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토요타 RAV4


전 세계적으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따른 기후변화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SUV가 통상의 중형급 세단보다 에너지를 더 많이 소비해 온실가스 배출량도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지난 주 이탈리아 플로렌스에서 개최된 ‘베이커 휴즈 2020 컨퍼런스’에 참석한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판매된 자동차 중 SUV가 차지한 비중이 무려 42%를 차지했다"며 "이는 전년 대비 3% 증가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비롤 총장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단순 석유·가스 산업뿐만 아니라 기름 등 석유화학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심리도 변해야 한다"며 "SUV는 일반 차량에 비해 이산화탄소를 25% 가량 더 많이 배출한다"고 강조했다.

비롤 총장의 이같은 발언은 소비자들에게 SUV가 막대한 이산화탄소를 뿜어내면서 지구온난화의 또 다른 주범으로 거론되고 있는 점을 상기하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IEA는 과거에도 SUV가 지구 온실가스 감촉목표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경고한 바 있다. IEA는 작년 10월에도 보고서를 통해 SUV ‘판매 붐’이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이어지면 이에 따른 석유 소비량이 2040년까지 하루 200만 배럴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SUV 차량이 약 1억5000만대의 전기차로 감축할 수 있는 온실가스를 상쇄하면서 기후변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SUV는 일반 차량에 비해 더 무겁고 힘이 좋은 만큼 에너지를 더 많이 소비한다. 이로 인해 배출가스가 더 많이 발생한다는 분석이다. IEA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8년까지의 기간동안 일반 차량의 연비 개선으로 하루 200만 배럴의 석유소비량이 감축되고 전기차 보급으로 인해 하루 약 10만 배럴의 석유가 대체됐지만 SUV 열풍으로 인해 하루 330만 배럴의 석유수요가 증가했다.

이에 따라 SUV로 발생된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같은 기간 1억 5000만 톤에서 약 5억 5000만 톤 늘어난 총 7억 톤에 근접한 것으로 집계됐다. IEA는 "2010년 이후 SUV는 발전(發電) 다음으로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요인이다"며 "SUV에 대한 선호도 증가는 차량부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에 걸림돌이 된다"고 말했다. 온실가스 배출 순위를 보면 발전, SUV에 이어 중공업(3위), 화물트럭(4위), 항공(5위), 해운(6위), 기타 내연기관차(7위) 등이 뒤를 이었다.

실제 SUV는 전 세계적으로 매년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IEA에 따르면 과거 2010년에는 약 3500만 대의 SUV가 세계적으로 판매됐는데 현재는 2억 대 이상이 도로 위를 달리면서 470%가 넘는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2018년에 팔린 자동차 가운데 거의 절반은 SUV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세단급 내연기관차의 판매량은 오히려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등의 글로벌 경기침체 요인들이 맞물리면서 자동차 시장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IEA에 따르면 과거 2018년 세계에서 판매된 총 내연기관차는 전년대비 2% 감소했으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첫 하락세이기도 하다. 또한 작년 상반기 중국과 인도의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각각 14%, 10% 줄었다.

세단과 경차를 선호해왔던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지난해 SUV 내수 판매량은 57만5662대로 전년보다 10.7% 증가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전체 내수 판매량은 작년과 비교해 0.8% 감소했다. 판매 비중의 경우, 전체 승용차(대형 상용차 제외) 판매 가운데 SUV의 비중은 지난해 사상 최고치인 44.5%를 기록했다. 즉, 글로벌 SUV 시장만 ‘나홀로 호황’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SUV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주류로 올라선 가장 큰 이유는 차를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여가를 즐기려는 인구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과거 세단의 장점으로 꼽혔던 특징들이 SUV에 탑재되면서 비슷한 가격이면 공간이 넓은 SUV를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 중국의 경우 SUV는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인도에서는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SUV를 구매할 여력이 있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 온실가스 배출 2위인 SUV…해결 방안은?



이렇듯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내연기관차 판매량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연비 효율성이 가장 낮은 SUV의 판매량만 독보적인 성장세를 보이면서 기후위기를 경고하는 IEA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SUV 시장에 변화를 줄 수 있을 만한 현실적인 요인이 없다는 것이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물론 세계 브랜드들은 SUV의 성장이 올해 내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신차개발에 총력을 가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GV80을 시작으로 현대 싼타페, 기아 쏘렌토, 르노삼성 XM3, 지엠(GM)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등 신차 출시가 예정돼 있어 전체 SUV 시장이 커지고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한 SUV 시장의 성장세는 정부주도 보조금 정책으로 급부상한 전기차 시장과 다르게 소비자의 구매심리가 만들어낸 것으로, 운전자들의 마음이 다시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석유시장 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7일 "소비자들이 SUV보다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고 힘도 약한 일반 세단차량으로 마음을 돌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이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SUV 차량의 대안으로 꼽힐 수 있는 전기 SUV를 출시하거나 이를 개발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GM은 22억 달러를 투입해 원래 문을 닫으려고 했던 디트로이트 소재 햄트램크 공장을 전기차 전용 생산공장으로 탈바꿈한다. 햄트램크 공장에서 최초로 생산되는 모델은 ‘허머’ 픽업트럭 전기차가 유력하다. 현대차의 경우 최근 선보인 SUV인 GV80·GV70을 기반으로 한 전기차를 내년 하반기에 생산과 판매를 목표로 삼았다.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고 테슬라 역시 차기 주력 모델인 모델Y SUV 출시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전기차 대중화에 여전히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 대비 전기차 비중이 미미하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7일 전기차 전문매체 인사이드이브이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대비 10% 증가한 221만대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2.5%에 불과하다. 판매된 40대 가운데 1대가 전기차인 셈이다.

심지어 인사이드이브이스가 집계한 수치는 순수 배터리 전기차(B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가(PHEV)가 포함된 수치이다. 실질적인 배출가스가 제로(0)인 BEV의 판매 비중은 2.5%보다 더 낮다는 의미이다.

전기 SUV가 일반 SUV에 비해 비싼 점도 부담이다. BMW는 올해 SUV X3의 순수전기차 BMW iX3를 출시한다. 이와 관련 미 경제매체 CNBC는 iX3의 가격이 아우디의 전기 SUV인 이트론(e-tron)과 비슷할 것으로 과거에 추정한 바 있다. 현재 아우디 이트론은 미국에서 최소 7만 4000달러로 판매되고 있다. 조금 더 저렴한 브랜드인 포드의 전기 SUV 머스탱 마하(Mach)-e의 경우 판매가는 약 4만 3000달러로 알려졌다.

외신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SUV는 약 2만 5000달러의 도요타 RAV4로 나타났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전기 SUV에 대한 가격적인 메리트가 작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가 지난달 출시한 2020 코나 일렉트릭의 경우 우리나라 가격이 전기차 세제 혜택(개별소비세 및 교육세 감면) 후 최소 4690만원이다. 하이브리드(HEV) 차량은 가격이 더 저렴하지만 전기차로 대체하기 위한 과도기적 단계라는 평가도 나와 BEV 시장에 대한 미래가 불투명하다.

이와 관련, 오일프라이스닷컴은 "비롤 총장이 주장한데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면 완성차 업체들은 지금 당장 내연기관 SUV 생산을 중단하고 앞으로 계속 전기 SUV만 생산해야 한다"며 "이는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없어보인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이어 "전기차의 보급 비중이 계속 확대될 것이란 전망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전기차 판매규모는 매년 미지근한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전기 SUV 판매량도 이에 걸맞은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탈(脫)석탄 기조를 강화하는 정부 정책으로 인해 전기차 시장이 더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영국 정부는 15년 뒤인 2035년부터 영국에서 휘발유 및 경유차 판매를 금지할 계획이다. 하이브리드 차량도 판매 금지 대상에 포함된다.

당초 영국은 이같은 규제를 2040년부터 적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럴 경우 2050년 이후에도 여전히 내연기관 차량이 도로를 달릴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시기를 앞당겼다. 존슨 보리스 영국 총리는 "우리는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하나의 국가이자 사회, 지구, 종으로서 우리는 지금 행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영국은 2050년 순 탄소배출 제로 계획을 내놨다. 다른 나라들도 이에 동참하기를 촉구한다"며 "자동차 외에도 영국의 석탄 발전 단계적 폐지를 당초보다 1년 앞당긴 2024년까지 완료하겠다"고 덧붙였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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