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마스크 좀 구하셨습니까?

에너지경제 ekn@ekn.kr 2020.02.10 11: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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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의 진짜유통연구소 ·3R랩스 대표


"마스크 좀 구하셨습니까?" 한동안 ‘안녕하십니까’보다 더 자주 듣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좀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는 빠른 전염성에 비해 치사율은 높지 않지만 전염병 그 자체로 촘촘히 모여 사는 현재 상황에서는 큰 위험 요소임에 틀림없다. 당연히 사람 많은 곳에 가지 않고 안전한 집에 머무르면 좋겠지만 누구나 일을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출·퇴근은 필연적이다.

모두가 자가 차량으로 이동하는 것도 아니고 자가 차량으로 이동한다 해도 사무실에서는 모여서 근무하게 마련이다. 일부 재택 근무 형태로 운영하는 업무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회사 업무라는 것이 말 그대로 모여서 하는 일이다. 하루에도 빽빽한 버스, 지하철 그리고 지나는 길에 수많은 사람을 마주치게 된다. 이럴 때 혹시나 모를 신종 코로나 감염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방법이 바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가 비말, 즉 재채기할 때 나오는 미세한 물방울을 매개로 전파되는 만큼 서로의 안전을 위해서 마스크 착용은 필수다. 그래서 지금 마스크 가격이 끝없이 오르고 있다. 대부분 별 관심 없이 보던 마스크에 붙어 있는 등급부터 어떤 종류가 있는지 전 국민이 마스크에 대해 모르는 게 없을 정도가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제의 기본인 수요 공급 법칙이 현실에 빠르게 적용되기 시작했다. 평소 장당 600원 정도에서 최대 2000원 수준이던 KF94 마스크가 인터넷에서 배송비 별도로 묶음에 2000원 수준만 돼도 금세 매진이 된다. 최대 3000원까지 판매되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대체품으로 구매하는, 소위 덴탈 마스크라고 불리는 일반 일회용 마스크는 평상시 장당 40원, 50매 한 팩에 2000원 하던 것이 최근에는 장당 600원 한 팩에 3만 원에 파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지금도 잘 팔리고 있다.

주요 인터넷 쇼핑몰 검색어 순위와 베스트 판매 상품, 특가 상품 등을 확인해봐도 거의 대부분의 쇼핑몰의 검색어는 마스크, KF 마스크, KF80, KF94로 도배돼 있다. 2000원 미만 KF 필터 제품은 대부분 품절이나 발송이 되지 않는다는 공지 글이 쇄도하고 있었다.

특히 가장 심각한 것은 원래 가격이나 조금 올린 가격으로 판매했던 업체들도 강제 주문 취소를 해서 물건을 보내지 않고 더 올린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는 점이다. 생산은 한정돼 있고, 불안감으로 수요는 계속 올라가는 상황인 데다 일회용품이라 날마다 최소 1장은 필요한 제품, 여기에 해외 수요까지 겹치면서 부르는 게 값이 되니 원래 마스크 유통·판매를 하던 곳이 아닌 업체들마저 한탕을 위해 뛰어들고 있다. 그나마 대형 마스크 브랜드나 대형 유통업체들이 가격을 어느 정도 유지해주는 것은 다행이다.

현실은 이러한데 뉴스에 나오는 모든 생산업체와 유통업체는 모두가 한목소리로 "우리는 원래 공급가로 공급하고 있다", "공급가가 3∼4배 올라서 원래 가격에는 팔 수 없다"는 말을 한다. 이에 정부에서는 마스크 매점매석 행위를 금지하고, 별도 조직을 구성해 현장 조사와 적발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럼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정부는 지난 6일 결국 긴급 수급 조정 조치를 발동해 마스크 생산업체와 도매업체에 신고 의무를 부여하기에 이르렀다. 이제 모든 마스크 생산업체는 생산량과 국내 출고량, 수출량을 매일 신고해야 하고, 도매업자는 일정 수량 이상 판매 시 구매자, 단가, 수량 등을 즉시 신고해야 한다. 만약 어길 시에는 ‘물가안정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및 5000만 원 이하의 벌금 등이 부과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여러 가지 조치를 내놓는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여러 위험 요소가 있더라도 어느 정도의 수량만큼은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매입해 관리·공급하는 부분도 고려했으면 한다. 현실적으로 지금 마스크 소매가격 수준이 유지된다고 하면 적발된다 해도 벌금 규모가 위법적인 마스크 판매로 얻는 수익에 비해 크지 않다. 전 세계의 위기를 바탕으로 한탕을 노리는 이들이 그 정도 벌금을 무서워할까? 그러니 조금은 더 적극적으로 전염병이라는 재난 상황에 개입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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