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영의 눈] "살기 좋은 곳? 그런 거 몰라요"

오세영 기자 claudia@ekn.kr 2020.02.10 16: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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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부 오세영 기자


"나 집 알아보는데 괜찮은 곳 없어? 마포구 상암동으로 출퇴근 편하고 저렴한 전세로 알아보고 있거든."

건설부동산을 취재하니까 이 동네 저 동네에 대해 많이 알 거라고 생각에서일까 지인들이 종종 찾는다. 계약만기가 다가와 새로운 터를 찾아야 하는 지인 A씨도 어젯밤 이사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했나 보다.

"상암동 출퇴근이면 공덕 어때? 아니면 은평구?" A씨의 질문에 나는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지역을 툭 던지듯 대답했다. "그 쪽에 살기 좋은 아파트나 오피스텔 뭐 있나?" 되돌아오는 A씨의 질문에 갑자기 말문이 턱 막혔다. ‘살기 좋은? 음 뉴타운 호재니 뭐니 이런 것만 아는데 뭐라고 말하지….’

당장 답변을 내놓지 못하더라도 도움이 되는 정보를 알아봐줘야 하는데, 이건 취재(?)할 방법 조차도 가닥이 잡히지 않았다. 출퇴근이 편리하려면 우선 지하철 역과 가까워야 하니 범위가 역세권으로 좁혀진다. 그러나 2년 동안 마음 편히 거주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무슨 수로 알아볼 수 있을까.

A씨는 따져야 할 게 많다. 출퇴근이 편해야 하고 전셋값도 자금 사정과 맞아 떨어져야 한다. 최소 거주하는 2년 동안 집주인과 얼굴 붉히지 않는 게 좋으니 집안 내부에 하자도 없어야 한다. 패턴이 불규칙한 직업이니 삶의 질을 조금이라도 챙기려면 소음이나 녹물, 냉난방 등과 관련된 걱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겉치레보다 실속이 중요하다. 외빈내실(外貧內實) 유형의 집을 찾아야 한다.

A씨 입장에서는 ‘친한 학교 후배가 마침 부동산 분야를 취재한다니 믿고 물어봐야지’ 싶었을 거다. 잘못 짚었다. 지금까지 내가 다뤘던 기사의 내용들은 ‘강남 집값이 떨어졌데요’ 혹은 ‘저기 개발 호재래요’ 등이니까 말이다. 부자들이 얼마나 돈을 더 벌었는지 나서서 설명해주는 데 그친 셈이다.

우리 주변에는 A씨와 같은 부류가 많다. 재건축 호재가 있는 한남 혹은 대치동의 조합원도 아니다. 1억원이 오를까 2억원이 오를까 배부른 고민을 하는 집주인도 아니다. 사겠다는 것도 아닌 잠깐 살다가 갈 운명임에도 거주지를 구하지 못하는 30대 청년이 대다수다.

A씨의 집 구하기 고민은 나의 고민으로 이어졌다. 어느 지역에 어떤 신축 단지가 들어서는지는 알면서 어떤 아파트가 튼튼한지는 왜 모르고 있었을까. 신도시는 알고 있으면서 정말 개발이나 보수가 필요한 동네가 어디인지는 왜 모를까. 사기 좋은 집의 조건은 알면서 살기 좋은 집의 조건은 왜 모르고 있을까. 이사와 기사 고민으로 물든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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