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세 멈췄다…"선진국 덕분"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2020.02.12 14: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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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2019 글로벌 에너지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량 (단위 : 기가톤) 범례: 주황(선진국가) / 노랑(세계 기타국가)(자료:IEA)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지난해 글로벌 에너지 관련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이 증가세를 멈춘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석탄발전 비중이 줄어들고, 재생에너지·천연가스의 발전량이 늘어나는 등 발전구조가 변하면서 약 10년 동안의 증가세를 이어왔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마침내 정체기에 돌입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협정) 체결 이후 세계 각국이 기울여온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노력이 앞으로도 순항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11일(현지시간)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경제성장률이 전년대비 2.9%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작년과 같은 33기가 톤(330억 톤)에 머물렀다.

글로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최초로 하락 반전한 2009년 이후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간 보합세를 보였지만 2017년부터 다시 배출량이 늘어나기 시작해 2018년에는 사상 최대치인 33기가 톤을 기록했다. 그러나 작년에는 2018년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주목할 점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석탄발전량이 대폭 줄면서 감축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신흥국에서 늘어난 배출량을 상쇄시켰다는 점이다. IEA에 따르면 지난해 선진국의 석탄발전량은 전년대비 15% 줄면서 석탄사용에 따른 글로벌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작년보다 200메가 톤(2억 톤) 감소했다.

이에 따라 선진국의 경우 지난해 에너지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작년보다 0.4기가 톤 줄은 11.3기가 톤을 기록했지만 신흥국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년대비 0.4기가 톤 증가한 22.0기가 톤을 기록했다. IEA는 "신흥국에서 소비되는 에너지 중 절반 이상이 석탄에서 비롯됐다"며 "이산화탄소 증가분의 80%가 아시아 지역에서 발생됐다"고 설명했다.

선진국에서 석탄발전이 줄어든 이유는 △풍력·태양광을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 △천연가스(LNG) △원자력 발전 등 비중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IEA에 따르면 선진국에서 재생에너지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지난 1년 동안 130메가 톤의 이산화탄소가 절감됐다.

특히 작년의 경우 풍력이 가장 크게 성장했는데 풍력발전 비중이 전년 대비 12% 증가했다. 태양광 또한 지속적으로 발전비중이 늘어나면서 전체 발전량 가운데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28% 가까이 끌어올렸다.

천연가스의 경우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하락 현상이 지속되면서 석탄을 대체했는데 이로 인해 100메가 톤의 이산화탄소가 절감됐다. 한국과 일본에서만 가동되는 원전으로 인해 최소 50메가 톤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되지 않았다는 해석도 나왔다.

IEA는 "발전에 따른 글로벌 배출량이 결국 170메가 톤(1.2%) 줄었다. 선진국의 경우 발전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발전 수요가 현재보다 적은 1980년대 후반과 비슷한 수준이다"며 "이러한 흐름으로 봤을 때 최소 발전부문에서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작년보다 다소 온화했던 날씨와 일부 신흥국가들 사이에서 주춤세를 보이고 있는 경제성장률 등도 이산화탄소 감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배출량 증가가 멈췄다는 것은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는 일종의 희망"이라며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배출량 증가를 위한 일시적인 주춤이 아닌 글로벌 배출량의 최고 정점으로 기억되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환경 인증기관인 영국 카본 트러스트(Carbon Trust)의 사이몬 리텔락 이사는 "선진국 중심으로 석탄발전이 지속적으로 줄면서 글로벌 배출량이 늘지 않았다는 소식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노력이 실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작년 배출량이 최고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선 선진국들은 빠르게 청정 발전원으로 전환하고 수송과 농업 부문에서도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 이산화탄소 가장 많이 줄은 국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


그렇다면 선진국 사이에서 이산화탄소가 가장 많이 감소된 국가는 어디일까. 1위는 미국으로 꼽혔다. ‘기후변화 주장은 사기’라며 파리협정에서 탈퇴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反)환경 정책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미국의 지난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년대비 140메가 톤(2.9%) 줄은 4.8기가 톤을 기록했다. 이는 과거 2000년 대비 약 1기가 톤 감소한 수준이며 해당 기간동안 미국보다 더 많은 감축량을 기록한 국가는 없다.

특히 미국의 경우 석탄이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천연가스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작년 천연가스 평균 벤치마크 가격이 2018년 대비 45% 가량 줄었는데 이로 인해 천연가스 발전비중은 사상 최대 수준인 37%까지 올랐다. 반면 전력 생산을 위한 석탄소비량은 전년대비 15% 줄었다.

냉난방을 위한 지난해 전력수요가 전년대비 줄어든 점도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을 포함한 EU에서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작년보다 160메가 톤(5%) 낮은 2.9기가 톤으로 집계됐다. EU도 미국처럼 발전구조의 변화로 인해 배출량이 감소됐는데 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의 비중을 늘리면서 발전부문에서 이산화탄소가 12% 감축됐다. EU에서 석탄발전 비중은 25% 이상 감소한 반면 천연가스 비중은 15% 까지 늘어나면서 석탄을 앞질렀다.

EU 국가별 기준, 독일이 가장 이산화탄소를 많이 감축한 국가로 떠올랐다. IEA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 배출량은 전년대비 8% 감소한 620메가 톤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1950년대 이후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이다. 독일은 재생에너지가 전체 발전 비중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작년에는 풍력발전이 전년보다 11% 오르면서 크게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은 석탄 발전량을 뛰어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에서 사상 처음으로 ‘기후변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영국에서도 탈(脫)탄소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IEA에 따르면 전체 발전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해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해상풍력이 이같은 석탄발전의 감소세를 주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영국에서는 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가 발전비중의 각각 40% 가량씩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IEA에 따르면 작년 3분기에는 재생에너지로 인한 발전량이 화석연료 전체를 합친 것보다 더 높았다.

일본에서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작년보다 줄은 것으로 나타났다. IEA에 따르면 작년 일본의 배출량은 전년대비 4.3% 줄어든 1030메가 톤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2009년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작년에는 일본 원전들이 재가동되면서 원자력 발전량이 40% 가량 증가했는데 이로 인해 석탄, 천연가스, 석유 등 화석연료 기반 발전량이 줄었다는 게 IEA의 설명이다.

한편, 아시아 신흥국은 석탄 소비로 인해 약 10기가 톤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늘었지만 경제성장 둔화, 저탄소 발전원의 증가 등으로 인해 이산화탄소 배출의 상승세가 제한되었다.

인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증가세를 보였지만 재생에너지의 비중 증가와 석탄발전 감축으로 인해 발전부문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다소 하락했다. 특히 석탄발전의 경우 1973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수송 등 다른 부문에서 화석연료에 대한 수요가 견고해 발전부문으로 감축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상쇄됐다는 게 IEA의 지적이다. IEA는 "동남아시아의 경우 왕성한 석탄 수요로 인해 배출량이 많이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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