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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악재 속에 빛나는 '금융권 해외채권 발행'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2.12 16:38

산은 15억 달러, 수은 5억 달러 글로벌 본드 발행 성공

주금공 아시아 첫 마이너스 금리 채권 발행…"신종 코로나 여파로 금리 떨어져"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송두리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쇼크 속에 국내 금융기관들이 글로벌 본드 발행에 성공을 거두고 있다.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금융기관 채권이 안전자산으로 인정받은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여기다 신종 코로나로 세계 채권 금리 수준이 떨어지고 있어 낮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전염병이 본격 확산된 지난달 중순 후 최근까지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주택금융공사(HF) 등이 해외 채권을 발행했다.

먼저 산은은 지난 11일 총 15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본드를 듀얼 트랜치 구조로 발행했다. 듀얼 트랜치는 만기와 금리 등 조건이 다른 두 개 채권을 동시에 발행하는 방식이다. 이 글로벌 본드는 3년 만기 변동금리채 7억5000만 달러, 5년 만기 고정금리채 7억5000만 달러로 이뤄졌다.

무엇보다 신종 코로나로 세계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발행해 자금조달에 성공했다. 산은은 당초 계획대로 발행을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산은 관계자는 "연간 60억 달러 내외로 외화를 조달하고 있는데, 이번 글로벌 본드도 외화 자금 수급을 위해 계획됐던 것"이라며 "신종 코로나로 아시아 시장은 어려운 부분이 있었으나, 유럽이나 미국 쪽에는 큰 영향이 없던 것으로 판단해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번 글로벌 본드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등록돼 있어 미국 시장에서도 발행이 가능했으며, AA등급의 준정부채로 안전자산으로 인식돼 투자자들 관심이 높았다는 설명이다.

금리도 낮게 형성됐다. 3년물은 3개월 리보(Libor·런던 은행간 금리)에 0.35%포인트, 5년물은 미국 국채 5년 금리에 0.45%포인트를 각각 더했다. 5년물은 산은이 1990년 미국 채권 발행시장에 진출한 후 가장 낮은 가산금리다. 2008년 금융위기 후 발행된 정부채를 제외한 한국물 중 최저 수준이다. 이 결과 당초 목표액(10억 달러)보다 5억 달러 더 많이 글로벌 본드를 발행했다.

앞의 관계자는 "유동성이 워낙 풍부했고, 유럽 쪽 운용 금리가 낮아 중앙은행이나 국제기구 등 SSA 투자자들이 AA등급의 정부채나 준정부채에 투자를 늘리는 분위기라 낮은 금리로 형성될 수 있었다"며 "실제 총 주문액의 37% 이상이 SSA 투자자였다"고 말했다.

앞서 수은 또한 지난 6일 5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마찬가지로 신종 코로나 충격이 있던 때였으나, 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한 후 시점을 잘 포착해 글로벌 본드를 발행했다는 설명이다. 수은이 발행한 글로벌 본드는 만기 5년의 고정금리 채권이다. 미국 5년 만기 국채금리에 0.475%포인트를 더했다.

국책은행인 산은과 수은이 어려운 국제 금융시장 환경에서도 글로벌 본드를 발행한 것은 국책은행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는 취지도 있다. 산은 관계자는 "산은이 외화자금을 수급해 국내 기업을 지원하는 것도 있으나, 시장이 어려울 때 국내 기업이 해외 증권을 발행하기에 앞서 길을 터 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며 "시장이 어렵다고 우리가 나가지 않으면 시장이 어떤 상황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산은 역할을 다하기 위해 글로벌 본드를 발행한 이유도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주택금융공사는 지난달 30일 신종 코로나 여파로 해외 채권 금리가 하락하는 것과 맞물려 마이너스 금리로 커버드본드(5년물) 10억 유로 규모를 발행했다. 금리는 기준금리인 유로미드스왑(-0.26%)에 가산금리(0.24%)를 더해 -0.02%로 결정됐다. 가산금리는 유로화로 발행된 한국물 채권 중 사상 최저 수준이며, 마이너스 발행금리는 아시아국가 채권 최초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 여파로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 생겨 기준금리가 떨어졌는데, 시장에 내놓은 스프레드도 더 떨어져 마이너스 금리가 처음 적용됐다"고 말했다.

이 커버드본드는 지난해 출시한 안심전환대출 자금 약 20조원 등을 조달하기 위해 주택금융공사가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1월 말 발행하도록 미리 세워둔 계획에 따라 발행됐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조달금리를 따져보면 국내 발행보다 해외 발행이 더 유리하다"며 "예기치 않게 신종 코로나 사태가 벌어져 시장이 출렁였으나, 검토 결과 커버드본드는 안전자산이라 발행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해 발행했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커버드본드 발행이 안심대출 등이 확대되며 일각에서 제기된 채권시장 수급 불안심리를 해소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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