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서울 성동구, '뛰는' 공시지가 위에 '나는' 임대료

윤민영 기자 min0@ekn.kr 2020.02.13 15:3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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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공시지가 상승률 11.16%로 1위
빠르게 치솟는 상가 임대료에 큰 자본만 살아남아

▲서울 성동구가 공시지가 상승률 11.16%를 기록하며 강남을 넘어섰다. 사진은 성동구의 공시지가 주요 상승원인으로 예상되는 성수동 카페거리 일대.(사진=윤민영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윤민영 기자] "공시지가는 신경도 안 써요. 이미 성수동 임대료는 공시지가를 저만치 따돌리고 폭주기관차처럼 달리고 있거든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유명하다는 카페거리를 13일 방문했다. 공식적으로 ‘땅값 비싼 곳’이 된 성수동 상권에서 임대료 상승 우려에 대한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올해 표준지 공시지가가 상승률은 성동구가 11.16%를 찍으며 서울 1위를 차지했고 그 주된 이유가 성수동의 카페거리가 중요한 요인이 됐다.

서울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성수역 3번 출구에 내렸는데 ‘여기가 카페거리가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거리는 아기자기하고 예쁠 것이라는 편견과 달리 어디가 공장이고 어디가 카페인지 구분이 안가는 풍경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심지어 가장 먼저 눈에 띈 카페는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였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들어가 지도상에 나타난 이곳이 진짜 카페거리가 맞냐고 물었다. 그는 공장을 개조해서 만든 카페가 많기 때문에 얼핏 보면 구분이 안가니, 유명한 카페를 몇 개 알려주겠다고 했다.

공인중개사가 알려준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주변을 살펴보니, 공사를 하는 곳이 많았다. 기존에 있던 가게가 철수하고, 다른 가게가 들어서는 것이다.

전자담배 홍보문구가 붙어있는 한 공인중개사를 방문했다. 한쪽 벽면 전체를 차지한 성동구 일대의 지도의 색깔이 노랗게 바래 있었다. 꽤 오랜 영업을 진행한 곳 같아서 성수동의 상가 시세와 공시지가 영향, 상권의 반응 등을 물어봤다.

돌아오는 대답은 "이곳은 공시지가와 시세격차가 정말 큰 곳인데 지금 시세가 10년 동안 너무 많이 올랐고 지금도 멈출 줄 모른다"며 "1층 상가는 3.3㎡당 1억원 정도로 보면 되고 아파트도 평당 6000만 원을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시세가 오르면 중개보수도 많으니 좋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일회성 중개보수가 높은 거 보다는 거래건수가 꾸준한 게 도움이 되는데 경기를 많이 탄다"며 "지금 여기 임대료도 걱정이다"며 한숨을 쉬었다.

▲공시지가 상승으로 인한 각종 세금부담이 임대료 상승 등 임차인의 부담으로 전가될 우려가 나온 가운데 이미 거대자본으로 잠식된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대.(사진=윤민영)


취재와 점심을 함께 해결할 겸 건물 코너에 차지한 초밥집에 들렀다. 사장님께 주변 상권 시세가 적당하다고 보는지 물었다.

그녀는 "성수동은 낮에는 오피스 인구, 밤에는 주민들, 주말에는 외부인구 유입이 많아서 상권이 일주일 내내 북적이는 편이지만 그걸 감안해도 너무 비싸서 우리도 고민이다"라며 "건너편에 보이는 공사현장은 모 프랜차이즈 카페가 들어오는데 요즘엔 건물주들이 저런걸 선호한다고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 이유는 임대료 몇 푼에 울고 웃는 개인사업자보다는 시세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대기업 자본만이 오랫동안 자리를 지킬 수 있고 건물의 가치도 올라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성수동에서 유명하다는 몇 몇 카페도 기업형으로 운영되고 있고 자체 건물을 갖고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영세업자는 진입장벽을 뚫기 힘들다.

공시지가가 오른다는 것은 보유세와 건보료 등 각종 세부담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많이 가진 사람이 세금도 많이 내는 것이 당연한 시장논리지만 이 논리가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건물주들은 세 부담을 임대료에 반영하며 세입자들의 부담을 과중시키는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기도 했다. 임대료 상승을 이기지 못한 상가 세입자가 재계약을 못하고 다른 곳으로 쫓겨나다시피 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이태원 경리단길을 들 수 있다. 경리단길은 주택을 개조해 개성 있는 가게가 많아 마니아 층을 형성했던 곳이다. 하지만 입소문을 타고 점차 유명해지자 건물주들은 임대료를 마구 올리며 더 큰 자본을 가진 임차인을 원했다. 결국 그곳은 텅텅 빈 공실로 한차례 후폭풍을 겪고 현재는 그저 그런 프랜차이즈가 즐비한 곳으로 남게 됐다.

이 때문에 성수동도 공시지가 급등으로 인해 토지소유주나 건물주들이 늘어난 세부담을 임차인에게 전가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이미 임대료가 최고 수준까지 올라 세부담 을 전가하는 건물주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성수동2가 인근 상가부지의 경우 공시지가가 ㎡당 550만 원에서 600만 원으로 9% 넘게 상승했다. 부지 면적은 총 133.2㎡이며 이 경우 토지 소유주가 내야 할 올해 보유세는 지난해보다 10% 상승한 256만 원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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