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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환매중단 펀드 반토막, 일부 자펀드는 전액 손실"...투자자들 가슴 ‘철렁’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2.14 16:55

라임 AI 스타 1.5Y 1~3호 펀드, TRS 레버리지 비율 100%
라임 "증거금보다 편입자산가치 더 하락...전액손실 가능성"
무역금융펀드 약 50% 손실 예상...이달말 기준가격 하락 반영

▲(사진=라임자산운용 홈페이지 캡쳐)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라임자산운용이 지난해 10월 환매를 중단한 1조6700억원 규모 사모펀드 가운데 절반 이상이 손실 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은 일부 자펀드는 전액 손실을 본 것으로 집계됐다.

라임자산운용은 14일 보도자료를 내고 기준가격 조정 결과 이달 18일 기준 평가금액이 ‘플루토 FI D-1호’는 -46%, ‘테티스 2호’는 -17%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같은 기준가격 조정은 삼일회계법인이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간 진행한 펀드 회계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집합투자재산평가위원회에서 평가한 결과다.

‘플루토 FI D-1호’와 ‘테티스 2호’는 작년 10월 말 기준 자산이 각각 9373억원, 2424억원이었다.

특히 라임 AI스타 1.5Y 1호, 라임 AI 스타 1.5Y 2호, 라임 AI 스타 1.5Y 3호 펀드 등 세 펀드는 모 펀드 기준가격 조정에 따라 전액 손실이 발생했다. 라임 측은 "이 펀드들의 기준가격이 크게 하락한 이유는 TRS를 사용해 레버리지 비율이 100%였기 때문이다"며 "증거금보다 편입자산의 가치가 더 하락해 현재로서는 고객의 펀드 납입자금이 전액 손실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TRS 계약은 증권사가 자산을 대신 매입해주면서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일종의 대출 개념이다. 증권사는 1순위 채권자 자격을 갖게 돼 펀드에 들어간 금액을 투자자들보다 먼저 회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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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라임자산운용)

아울러 라임은 모 펀드인 플루토 FI D-1호와 테티스 2호의 기준가 변경일이 이달 17일이 아닌 14일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모 펀드의 기준가격 조정에 따른 자 펀드의 기준가격 조정은 14일부터 시작해 오는 21일까지 자펀드 별로 순차적으로 반영된다.

라임자산운용은 해당 펀드들의 환매대금 지급 방식을 지난해 10월에 정한 환매 신청 순서대로가 아니라 수익자의 보유 지분에 따라 지급하는 안분 배분 방식으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2개 모펀드 가운데 종전에 환매 1순위 투자자들을 위한 환매대금 미지급금으로 설정돼 이번 평가 대상에서 제외된 금액이 다시 반영될 수 있다고 라임 측은 설명했다. 이를 포함하면 플루토는 약 3%, 테티스는 약 2% 정도 손실률이 개선된다.

라임 측은 "투자자들이 가입한 자 펀드 별로 기준가격의 조정 시점이 차이가 있는 만큼 개별 자 펀드의 조정된 기준 가격은 판매사를 통해 확인하라"고 말했다.

이밖에 현재 실사가 진행 중인 ‘플루토 TF 펀드’(무역금융펀드)에 대해서는 기준가격이 약 50% 정도 하락할 것으로 라임자산운용은 추정했다.

무역금융펀드는 케이만 소재 펀드(이하 무역금융 구조화 펀드)에 신한금융투자와의 TRS 계약을 통해 투자하고 있으며, 납입 담보금 대비 2배 이상의 레버리지를 활용하고 있다.

무역금융 구조화 펀드는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를 일으킨 미국 헤지펀드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그룹(IIG) 펀드를 포함한 여러 펀드의 수익 증권을 싱가포르 소재 회사에 직·간접적으로 매각하기로 결정했고, 그 대가로 5억 달러의 약속어음을 받았다. 이 약속어음과 관련해서는 원금 삭감에 관한 계약 조건이 있었는데, IIG가 공식 청산 단계에 돌입하면서 IIG 펀드 이사들로부터 지분 이전에 대한 최종적인 동의를 받지 못했다. 그 결과로 1억 달러의 원금 삭감이 발생했다.

IIG는 헤지펀드 손실을 숨기고 최소 6000만 달러 규모의 가짜 대출채권을 판매하는 등 증권사기 혐의로 지난해 1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등록 취소와 펀드 자산 동결 등의 제재를 받았다.

라임자산운용 측은 "무역금융 구조화 펀드에 대해서는 독립적인 글로벌 사무수탁기관이 기준 가격을 산출하고 있으며, 2월 마지막주 정도 원금 삭감으로 인한 기준가격 하락을 반영할 예정이다"며 "이 경우 플루토 TF 펀드의 기준가격은 약 50% 정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라임자산운용의 이같은 발표를 접한 투자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법무법인 광화가 법적 대응에 나설 투자자들을 모집하기 위해 만든 인터넷 카페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피해자 모임’에는 투자자들이 게시글 댓글을 통해 "멍하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등의 허탈함을 털어놨다.

대신증권을 통해 라임자산운용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이날 서울 중구 대신증권 본사와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대신증권 불법행위 특검수사를 촉구한다" 등을 외치며 불법판매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반포 WM센터에서 2017년 말부터 이듬해 중순까지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판매하면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투자성향 분석도 진행하지 않았다는 일부 투자자들의 주장이 제기된 상태다.

한편, 라임자산운용은 지난해 12월 3일 추심 전문 로펌인 법무법인 케이앤오와 자산회수 및 추심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라임자산운용 관계자는 "법무법인 케이앤오에서 가능한 모든 담보와 권리 설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라임에 남아있는 모든 임직원들은 최대한 많은 금액을 회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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