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상승세’ 미 증시, 바닥 찍었나…"일시적 현상"에 무게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2020.03.25 14: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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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증권거래소(사진=AP/연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가동한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미국 증시가 역대급 상승세를 기록했다. 모처럼 미 증시가 급격하게 반등하자 금융시장에서는 이를 계기로 완연한 회복세로 전환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실물경제 타격이 가시화되는 흐름을 고려하면 이번 증시의 반등은 ‘일시적인 바닥’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주요 지수들이 ‘실제 바닥’에 언제 도달할지 불투명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즉 상황이 악화될 경우 증시가 언제든지 다시 폭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 급반등 보여준 뉴욕 3대 지수…"회복세 감지 시작"


24일 (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2112.98포인트(11.37%) 오른 20704.91에 거래를 마쳤다. 1100포인트 오름세로 거래를 시작한 뒤 꾸준히 상승폭을 키웠다.

30개 초대형 블루칩으로 구성된 다우지수가 11% 이상 치솟은 것은 지난 1933년 이후로 처음이며 120년 역사상 역대 5번째로 큰 상승폭이다. 다우지수는 1920~30년대 대공황 당시 ‘역대급’ 급등락을 되풀이했고, 1933년 3월 15일에는 15% 이상 치솟으면서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바 있다.

뉴욕 증시 전반을 실질적으로 반영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09.93포인트(9.38%) 상승한 2447.33에 마감했다. 지난 13일 상승률(9.29%)을 소폭 웃돌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 이후로 11년여만의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557.18포인트(8.12%) 오른 7417.86에 마쳤다.

현재 시장에서는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될 수 있는 호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나온 상황이다. 미 상원은 최대 2조 달러(약 2500조 원) 규모의 ‘경기부양 패키지 법안’을 조만간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세부사항을 제외하면 공화당과 민주당의 합의에 근접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가 전화 회의를 통해 과감한 대응을 약속한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G7은 공동성명에서 "일자리와 기업, 금융 시스템을 보호하고 경제 성장과 심리를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4월 12일인 부활절 전까지 이른바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완화해 경제 운영을 정상화하길 바란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 완화에 대한 영향은 불확실하지만 당장 뉴욕증시에는 낙관론을 제공한 셈이다.

뉴욕증시 전문가들도 각국 재정 및 통화 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시장의 극심한 불안이 진정될 수 있다는 기대를 내비치고 있다. 갤럭시 디지털의 마이클 노보그라츠 대표는 "시장 관점에서 (불안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면서 지난 월요일부터 증시에서 매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펀드스트랫의 톰 리 애널리스트는 투자노트를 통해 "시장은 지난 2월부터 위험한 모습을 보여왔지만 희망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미 증시의 회복세를 감지하는 신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시각도 나온다. 캐피탈 웰스 플래닝의 제프 사우트 수석 투자전략가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피크 매도세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긍정적인 신호다"고 설명했다.

그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최근 8일 동안 55억 달러 어치를 매도했다. 특히 이번주 월요일 매도 규모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8년 12월 투자자들은 24일 동안 85억 달러 규모의 주식을 매도했는데 이러한 매도세가 주춤해지기 시작했을 시점부터 6일 뒤 증시는 바닥을 찍었다. 이를 근거로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피크에 도달하면서 미 증시도 바닥을 찍었거나 조만간 바닥에 도달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투자은행 JP모건 전략가들도 현재 시장이 ‘과잉매도’된 상황이라며 경기부양 패키지가 기대치보다 크거나 코로나19의 영향이 예상보다 약할 경우 급매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일각선 "하루짜리 상승세…바닥 멀었다"


▲뉴욕증권거래소(사진=AP/연합)


그러나 비관론도 상존한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밝히면서 추가 하락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다.

25일 미 경제매체 CNBC 소속 짐 크래머는 "하루짜리 상승세에 불과하다"며 "(화요일) 주가 흐름은 올 하반기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움직임이다"고 진단했다. 그는 "난 왜 하반기 경제가 좋아질 것인지 알아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계적 매수가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랠리를 싫어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경기부양책이 아닌 경제침체의 근본적인 원인인 코로나19 사태 자체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블리클리 어드바이저리 그룹의 피터 부크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바이러스에 따른 영향이 주식시장을 이끄는 요인이지만 팬데믹이 주춤해져야 시장이 반응할 것"이라며 "증시가 바닥을 쳤다고 전혀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딧스위스의 조나단 골럽 미국시장 수석전략가는 "확진자가 피크에 도달할 수록 주가는 바닥을 향해 내려갈 것"이라며 "그 시점이 오기 전까진 변동성만 난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존스홉킨스대학이 최근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최소 40만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미국에서만 환자수가 5만명을 돌파했다. 또한 미국에서 6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CNBC는 "투자자들은 미국의 코로나19 사례가 피크에 달한 징후를 보여야만 증시회복을 신뢰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실물경제 타격이 가시화되는 흐름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골럽 수석전략가는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가장 중요한 날은 신규 확진자의 증가세가 없어야 하는 것"이라며 "두번째로 중요한 날은 26일(현지시간)이다"고 설명했다.

골럽 수석전략가가 언급한 26일은 3월 셋째 주(15∼21일) 주간 신규 실업수당 신청 건수가 발표된다. 현재 상황에서는 실업수당 신청 건수가 급증할 수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 지난 3월 첫째 주와 둘째 주 신청 건수는 각각 21만 1000건과 28만 1000건으로 집계됐는데 골드만삭스는 셋째 주 신청 건수가 225만 건으로 급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골럽 수석전략가도 "신청 건수가 약 200만에서 225만 건 사이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과거 금융위기 때 기록됐던 통계보다 3배나 더 악화된 수준이다"고 강조했다.

냇웨스트 마켓츠의 존 브릭스 전략 대표 역시 "증시가 바닥쳤다고 보기엔 위험한 판단이다"며 "목요일 발표되는 실업수당 신청 건수가 3백 몇만 건으로 예상되는데 시장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경제지표 외에 기업 실적이 악화될 것이란 전망도 미국 증시의 불안감을 키우는 또 다른 변수로 꼽힌다. 골럽 수석전략가는 코로나19 영향으로 2·3분기 동안 기업 매출이 4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연간 기준으로 봤을 경우 매출이 24% 가량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이에 S&P 500지수가 연말까지 2700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금융시장은 ‘세다리 스툴의자’…반등 위한 조건 세 가지 따라야

▲코로나19 확산으로 한산한 미국 보스턴시(사진=AP/연합)



한편, 미 증시가 실질적으로 반등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따라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된다. 이와 관련 CNBC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금융시장을 ‘세다리 스툴의자’로 비유하면서 다리가 하나라도 빠질 경우 모든 게 무너진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다리로는 통화정책이 꼽혔다. 중앙은행 차원의 유동성 공급계획이 나오면서 시장 안정화가 이루어지고 자금이 필요한 개인과 기업들에게 원활하게 조달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CNBC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시장기능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만큼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하기로 결정하면서 ‘무제한 양적완화’(QE)에 들어간 만큼 첫 번째 다리는 견고하게 장착됐다"고 말했다.

경기부양책은 두 번째 다리로 거론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실업률 증가, 소비 위축, 기업 실적악화 등이 맞물리면서 미국의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심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만큼 강력한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CNBC는 "두 번째 다리가 곧 조립될 것이란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세 번째 다리는 아직 작업장에서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CNBC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억제됐다는 확신이 필요한데 이러한 소식이 나오기 전까지는 증시에서는 폭등락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BNY 자산관리의 빈센트 라인하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기부양책이 발표되고 연준이 시장기능을 꾸준히 지원하면서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음 분기 내 주춤해질 경우 증시는 3분기에 회복해 4분기부터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에겐 경기·통화 차원의 자극제가 주어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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