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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코로나19, 개학에 대한 사회적 준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3.26 09:52

이덕환(서강대 명예교수, 에교협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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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례나 연기했던 학교의 개학을 앞두고 교육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학교의 개학 에 대한 결정이 교육부 장관의 일방적인 행정조치로 되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탓이다. 실제로 일부 교육청이 교육부의 일방적인 개학 연기 결정에 격하게 반발했다. 학교와 방역 관계자들과의 협의로 만들었다는 ‘학교 방역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상황이 여의치 못하면 ‘온라인 개학’이라도 밀어붙일 모양이다.

사실 우리의 감염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발원지인 중국의 감염자가 우리보다 8배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의 인구가 우리보다 28배나 더 많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우리의 현실이 중국보다 절대 좋다고 할 수 없다. 누구나 알고 있는 정치적 이유 때문에 정부가 초기의 감염원 유입 차단을 포기해버린 결과다. 겨울철에는 모기를 막아주는 방충망이 필요하지 않다는 보건복지부 장관과 입국 제한은 의료 수준이 낮은 국가에서나 사용하는 ‘투박한’ 정책이라는 외교부 장관이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버렸다.

우리 상황이 그나마 이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는 것은 정말 다행이다. 화약고와 다름없었던 신천지와 콜센터 감염을 관리할 수 있었던 것은 기적이었다. 재빠르게 개발한 신속 진단키트와 감염자 동선 관리를 핵심으로 하는 ‘한국형 과학방역’ 덕분이었다. 전국의 학교 문을 닫아거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도 큰 도움이 되었다.

개학은 정부가 시행한 유일한 방역 정책인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의 완화를 뜻한다. 학교 문을 열어서 1천 만 명이 넘는 학생들이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빠져버리면 감염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자칫하면 인구의 60%에 해당하는 3천 만 명이 감염되고, 30만 명이 사망하는 재앙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 중앙임상위원회의 무거운 경고다.

과연 우리 사회가 학교에서의 감염 확산을 통제할 현실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이 학교에서의 감염 확산이라는 불편한 현실을 받아들일 자세를 갖추고 있는지도 정확하게 확인해야 한다. 개학 후의 학교 감염 확산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교육부가 허겁지겁 내놓은 어설픈 ‘학교 방역 가이드라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지적이다.

물론 학교 문을 언제까지나 닫아 걸어둘 수는 없다. 방역도 중요하지만, 교육도 절대 외면할 수 없는 중차대한 문제다. 실제로 방역은 현재의 문제이지만, 교육은 미래를 위한 노력이다. 그래서 현재의 어려움을 핑계로 미래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학교가 문을 닫고 있으면 가정에서의 경제활동에 문제가 생긴다. 특히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을 두고 있는 가정에서는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로 우리의 경제현실이 극도로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함부로 외면할 수 없는 절박한 현실 문제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불확실한 상황에서 완벽하게 합리적인 의사결정은 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교육부가 제시한 개학의 전제조건은 지나칠 정도로 임의적·기계적·관료적이다. 4개 항의 전제조건을 누가 검토해서 판단할 것인지의 주체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결국은 교육부의 고위 관료들이 밀실에서 일방적인 결정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교육부가 내놓은 가이드라인은 놀라울 정도로 허술한 것이다. 교육부가 제공해주는 방역 자원은 면 마스크 2장이 전부다. 의심자를 가려내는 단계부터 모든 일을 방역 문외한인 교사에게 떠넘겨버렸다. 시설·인력은 모두 학교가 알아서 마련해야 한다. 혹시라도 학교에서 감염이 발생하게 되면 학교와 교사가 모든 책임을 온전하게 뒤집어쓰게 된다. 학교와 교사가 겁에 질려 떨 수밖에 없다. 정작 개학을 결정하는 교육부에게는 완벽한 면책의 혜택이 보장된다.

많이 늦었지만 교육부가 중앙임상위원회의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학교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구체적인 인적·물적 지원 방안을 제시하고, 학교 감염 발생의 책임을 학교 현장에 떠넘기지 않겠다는 약속이 필요하다. 그런 준비를 갖추고 난 후에야 비로소 개학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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