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름의 눈] 코로나19·N번방, 우리는 불신사회에 놓여있다

김아름 기자 beauty@ekn.kr 2020.03.26 10:3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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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증권부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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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요즘이다. 가까운 사람에 대한 나의 신뢰마저 의심하게 된다. 오래 전부터 ‘불신 사회’라고 하나 최근엔 그 정도가 심하다. 기침 한번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은 아닐까 몸을 피하게 되고 휴대전화 한편에 자리한 텔레그램 앱에 ‘N번방’을 의심하며 색안경을 끼고 본다. 의심의 의심만 이어지는 꼴이다.

코로나19의 위세는 꺾이긴커녕 세력을 뽐내듯 연일 맹공이다. ‘잘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뭉친 사람들의 의지는 오랜 싸움에 지쳐가고 있다. 확산 방지를 위해 시작한 물리적 ‘사회적 거리두기’는 심리적 거리마저 멀어지게 한다. 확진자들은 ‘날아가는 총보다 무섭다는 눈총’을 익명의 다수에게 받고 있으며 정확하지 않은 동선은 ‘∼카더라’로 십리 이상 퍼져 제2, 3의 피해자를 만들고 있다. 잠깐 벗은 마스크는 모르는 이들의 따가운 시선을 모으는 행동으로 자리잡고 00발(發) 내국인의 엑소더스(많은 사람이 동시에 특정 장소를 떠나는 상황)는 ‘먹튀’ 논란까지 불러오고 있는 상황이다. 얼굴조차 모르는 상대에게 욕을 듣고 반대로, 얼굴조차 모르는 누군가에게 불신의 분노를 터뜨리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모르는 사람에 대한 불신이 가족, 친구, 혹은 애인으로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엔 ‘남자 친구가 N번방에 있었던 것을 아닐까’, ‘친오빠가 이상하다. N번방에 있던 그 놈은 아닐까 의심된다’, ‘동기(혹은 직원)들이 N번방에서 낄낄대진 않았을까’ 등 텔레그램 ‘N번방’ 관련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관련 내용으로 헤어지거나, 싸웠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린다. ‘N번방’에서 일어난 엽기적인 일은 말할 것도 없고 이를 주도한 ‘박사방’의 정체가 흔히 내 주변에 있을 법한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에서, 또 해당 방에 있었다는 수 만명의 남성들이 나와 연을 맺고 있는 누군가는 아닐까 라는 이유에서다.

심리 전문가들은 불안 정도가 높아질수록, 불신의 크기가 커진다고 한다. 때문에 불안을 키우는 근본적인 요인을 잠재우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불안이 불신을 만드는 씨앗이라면 무작정 상대에 대한 불신으로 책임을 떠넘기거나, 분노를 표출하기 보단, 그 불안의 원인이 무엇이며 이를 없애기 위해 개인이, 사회가, 정부에서 어떻게 나서야 하는 지를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불안하지 않은 사회, 믿을 수 있는 정부와 인간 관계를 만들기 위해 모두가 나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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