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온탕 오가는 국제유가...'트럼프-사우디-러시아' 손에 달렸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2020.04.06 15: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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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유전(사진=AP/연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제유가가 침체되고 있는 가운데 원유시장의 향방을 가르는 산유국들의 움직임이 주목을 받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산유국들을 향해 최대 1500만 배럴 규모의 감산에 나서도록 제안했지만 정작 이들은 원유 감산의 책임 소재를 두고 서로 공방전을 펼치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모았던 감산 합의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유가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원유 수요 급감에다 러시아와 사우디 간 유가 전쟁까지 겹치면서 지난 한달에만 무려 50% 이상 폭락했다. 러시아와 사우디는 지난달 원유 감산 합의에 실패하면서 가격 인하와 증산 예고 등을 통해 ‘유가 전쟁’에 나서기로 천명했기 때문이다. 특히 사우디는 감산 시한이 끝난 4월 1일부터 2월 산유량(일일 970만 배럴)보다 27% 많은 일일 1230만 배럴을 생산한다고 선언했고 이를 실행했다. 사우디의 대규모 증산으로 국제 유가는 배럴당 20달러 이하로 폭락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분위기가 급속도로 반전되면서 유가도 폭등세다. 트럼프 대통령이 감산 합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유가가 상승세로 전환했다. 특히 지난 주 전체적으로는 거의 32%나 올라 주간 기준으로 역대 최고의 상승을 기록한 셈이다.

하지만 사우디와 러시아가 원유 감산의 책임 소재를 두고 격하게 공방을 벌이면서 당초 6일 예정된 OPEC+(석유수출국기구인 OPEC과 러시아 등 10개 산유국의 연대체) 회의는 9일로 연기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감산 제의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지난달 6일) OPEC+의 감산 합의를 결렬시킨 쪽은 러시아가 아니었다"라며 사우디에 책임을 돌렸다. 그는 이어 "사우디가 OPEC+ 합의에서 탈퇴해 산유량을 늘리고 유가를 할인한 것은 셰일오일을 생산하는 경쟁자들(미국)을 따돌리려는 시도와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사우디 측은 즉각 반발했다. 사우디 외무부는 ‘러시아 대통령실의 발표는 진실을 왜곡했다’라는 제목으로 낸 성명에서 "그 (감산) 합의를 거부한 쪽은 러시아였다. 사우디와 나머지 22개 산유국은 감산 합의를 연장하고 더 감산하자고 러시아를 설득했다"라고 주장했다. 외무부는 또 ‘사우디가 미국의 셰일오일을 제거하려고 했다’라는 러시아의 주장에 대해서도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사우디 에너지부 역시 "우리가 미국의 셰일오일을 겨냥해 감산합의에서 발을 뺐다는 러시아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라고 부인했다.

이처럼 두 세력간의 갈등으로 회의 일정이 변경되면서 감산 협상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국제유가는 다시 폭락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어게인 캐피털의 존 킬더프 파트너는 6일 "유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달 2, 3일에는 기대심리가 유가에 많이 반영됐지만 사우디와 러시아가 최근 신경전에 나선 것을 고려하면 두 산유국은 함께 할 것 같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산유국 "미국도 감산 동참하라" 압박


▲미 셰일 원유시추기(사진=AP/연합)


미국의 감산 합의 동참여부도 유가를 좌우할 또 다른 변수로 거론됐다.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사우디와 러시아가 글로벌 원유 공급의 안정화와 관련 미국에게도 협력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메르 알갑반 이라크 석유장관은 산유국 사이에서 감산 합의가 새롭게 성사된다면 미국 등도 이에 동참해야 한다고 5일(현지시간) 촉구했다. 알갑반 장관은 이날 "새 감산 합의는 OPEC+(OPEC과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밖에 있는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같은 주요 산유국도 지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유라시아그룹의 에이험 카멜은 "정치·경제적인 차원에서 러시아와 사우디는 어떠한 형태로든 미국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 미국의 셰일업계는 가격 안정을 위해 감산에 동참해야 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CNBC에 따르면 미국 석유협회는 미국의 석유산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반면 미국 석유가스산업 총괄기구 격인 텍사스 철도위원회(TRC) 위원 중 한명인 라이언 시튼은 감산참여를 고려해보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독점금지법으로 인해 연방차원 정부에서 원유생산량을 조절할 수 없으며 이는 오로지 주 정부에 의해 결정된다. TRC는 지난 1970년 원유 생산량을 제한한 적이 있다. TRC 회의는 오는 14일 열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미국 석유업체 최고경영자(CEO)들과 회의에 나섰다.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에서 감산을 요구했다는 관측이 있었지만 회의에서 합의가 도출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시장이 가격을 결정해야 한다는 업계 견해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해졌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석유업체 대표들과 회의 직후 백악관 브리핑에서 "이들은 훌륭한 기업이다"며 "시장은 자유시장이기 때문에 이들은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원유 수입에 관세부과에 대해 "쓸 수 있는 수단"이라며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카멜은 "OPEC+ 협상이 또다시 무너지면 WTI 가격을 지지하기 위해 미국이 수입 금지나 수입산 원유에 대한 관세 부과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효과에 그쳐 감산에 대한 이야기가 또다시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고유가가 모든 생산업자에게 이득을 안겨주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합의가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바이탈놀로지의 창립자 애덤 크리사풀리 대표는 "공급측면에서 무엇인가 일어날 것 같다"며 "사우디와 러시아는 공개적으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지만 지구상 모든 산유국들은 대책에 나서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심지어 글로벌 공급량 조절에 참여 안하는 캐나다와 노르웨이도 이제는 기꺼이 참여할 것이란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1000만 배럴이 실제 감산될 가능성은 낮지만 이번 주 내로 어느 정도의 감산은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 사우디 아람코, 5월 원유판매가 미뤘다


한편,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사우디는 5월 석유 공식 판매가격(OSP) 출시 일정을 10일까지 연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우디 국영 석유업체인 아람코는 통상 매달 5일까지 OSP 정보를 공개해 이란, 쿠웨이트, 이라크 등의 물가에 대한 추세를 설정한다. 이는 아시아로 향하는 하루 1200만 배럴 규모의 원유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유가전쟁에 돌입한 사우디는 이달부터 할인된 가격으로 원유를 팔겠다고 밝혔지만 OSP 통보를 지연시킴으로써 이를 지렛대 삼아 감산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 로이터통신은 사우디 소식통을 인용해 "(OSP 통지 지연 조치는) 지금까지 아람코가 한번도 단행한 적이 없는 조치이다"며 "5월 가격은 OPEC+ 회의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사우디는 전례 없는 OSP 지연 등의 수단을 동원하면서 감산 합의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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