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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김용훈 교수(왼쪽) 및 연구팀 (사진=KAIST) |
[에너지경제신문 송기우 에디터] 국내 연구진이 70년 난제로 꼽히던 준-페르미 준위 분리 현상의 원자 수준 규명에 성공했다.
KAIST(총장 신성철)는 전기및전자공학부 김용훈 교수 연구팀이 반도체 소자 동작의 기원인 준-페르미 준위(quasi-Fermi level) 분리 현상을 제1 원리적으로 기술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27일 밝혔다.
제1 원리적인 방법이란 실험적 데이터나 경험적 모델을 사용하지 않고 슈뢰딩거 방정식을 직접 푸는 양자역학적 물질 시뮬레이션 방법이다.
김용훈 교수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특히 비평형 상태의 나노 소자 내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전압 강하의 기원을 새로운 이론 체계와 슈퍼컴퓨터를 통해 규명함으로써, 다양한 첨단 반도체 소자의 분석 및 차세대 나노 소자 개발을 위한 이론적 틀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주호 박사과정 학생이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4월 23일 字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논문명: Quasi-Fermi level splitting in nanoscale junctions from ab initio)
반도체 관련 교과서에도 소개되고 있는 준-페르미 준위 개념은 반도체 소자 내 전압인가 상황을 기술하는 표준적인 이론 도구로서 그동안 트랜지스터, 태양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등 다양한 반도체 소자들의 구동 원리를 이해하거나 성능을 결정하는데 경험적으로 사용돼왔다.
하지만 준-페르미 준위 분포 현상은 1956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윌리엄 쇼클리(William B. Shockley)가 제시한 지 70년이 지난 현재에도 전압 인가 상황의 반도체 소자 채널 내에서 측정을 하거나 계산을 해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원자 수준에서는 이해되지 못한 상황이 계속돼왔다.
연구팀은 차세대 반도체 소자의 후보군으로 주목을 받는 단일분자 소자에서, 나노미터 길이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전압 강하 현상을 최초로 규명해냈다. 특히 전도성이 강한 특정 나노 전자소자에 대해 비 선형적 전압 강하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이 준-페르미 준위 분리 현상임을 밝혔다.
이러한 연구 성과는 김 교수 연구팀이 다년간에 걸쳐 새로운 반도체 소자 제1 원리 계산 이론을 확립하고 이를 소프트웨어적으로 구현했기에 가능했다. 이는 외산 소프트웨어에만 의존하던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차세대 나노소자 전산 설계 원천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나노소재원천기술개발사업, 기초연구실지원사업, 글로벌프론티어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준-페르미 준위(quasi-Fermi level)
준-페르미 준위는 초기 반도체 이론을 정립하고 트랜지스터를 개발하여 1956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고 같은 해 실리콘 밸리의 첫 번째 반도체 회사였던 쇼클리 반도체 연구소를 설립하기도 한 윌리엄 쇼클리(William B. Shockley)가 1949년 벨 연구소의 고체 물리 그룹을 이끌 때 도입한 개념이다. 반도체 소자는 외부 인가 전압이나 빛을 쪼이는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해 반도체의 전도 에너지띠(conduction band)나 원자가 에너지띠(valence band)의 전자 점유도가 평형 상태에서 변한 비평형 상태에서 작동하게 되는데, 이 때 반도체 소자의 기능이 발현되는 채널 내에 과잉 전자 또는 정공 캐리어의 존재를 설명하는 이론 개념이다.
▷ 제1 원리 계산(first-principles calculations)
제1원리 또는 전자구조 계산은 전자의 거동을 해석할 때 근사 없이, 즉 실험적 데이터나 경험적 모델을 도입하지 않고 지배방정식인 슈뢰딩거 방정식을 직접 푸는 양자역학적 물질 시뮬레이션 방법이다. 저명한 고체 물리학자였던 월터 콘(Walter Kohn) 교수는 제1 원리 계산의 이론체계를 확립한 업적을 인정받아 1998년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 분자전자소자(molecular electronics)
분자전자소자학은 분자를 단위체(buliding block)로 상향식(bottom-up)으로 조합하여 반도체 채널로 사용하여 나노소자를 구현하고자 하는 연구 분야이다.
▷ 란다우어 잔류 저항 쌍극자(Landauer residual-resistivity dipole)
나노소자 이론을 정립한 저명한 물리학자였던 롤프 란다우어(Rolf Landauer)에 의해 제시된 개념으로 전자가 소자 내 결함이나 계면을 통과하면서 발생하는 분극 저항을 지칭하며, 저항이 증가하여 전자 투과도가 감소하는 현상을 이 쌍극자의 분포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이 분극이 존재하는 곳에서 전기화학 전위 또는 정전기 포텐셜이 국지적으로 떨어져서 전압 강하를 초래한다. 이번 연구는 란다우어 쌍극자가 발생하는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준-페르미 준위의 점유도 변화로 설명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