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일을 무기한 연기하면서 투자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계의 부진이 길어지는 가운데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도 빨간불이 켜지면서 향후 주가 방향성에 관심이 집중된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달 29일 공시를 통해 당초 지난달 30일이었던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예정일을 삭제, 변경했다.
HDC현산은 주식 취득일을 따로 명시하지 않고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구주)의 경우 구주매매계약 제5조에서 정한 거래종결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날로부터 10일이 경과한 날 또는 당사자들이 달리 거래종결일로 합의하는 날로 변경했다.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로 발생하는 주식(신주)은 신주인수계약 제4조에서 정한 거래종결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날로부터 10일이 경과한 날의 다음날 또는 당사자들이 별도로 거래종결일로 합의하는 날의 다음 날로 정했다.
주식 취득일 날짜를 따로 특정하지 않고 유상증자 등 선행조건이 모두 중촉되면 계약을 클로징(종료)하겠다는 의미다.
또 다른 선행조건 중 하나인 해외 6개국에 대한 기업결합신고는 현재 미국과 중국 등 5개국의 승인이 떨어졌고 러시아 한 곳만 남은 상태다.
HDC현산은 작년 말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올해 4월 30일까지 주식 취득을 완료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가 운항 중단 등 직격탄을 맞으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가 악화되자 HDC현산의 고심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코로나19로 국제선 운항이 98% 감소하면서 올해 상반기에만 항공사는 6조원 이상의 매출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연초 이후 아시아나항공 주가 추이.(사진=구글 화면 캡쳐) |
이에 정부는 아시아나항공을 대상으로 유동성을 수혈하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지난달 21일 아시아나항공에 마이너스 통장 형태인 한도 대출로 1조70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 역시 HDC현산 입장에서는 상환해야할 ‘빚’에 불과한데다 항공업 회복이 늦어질 경우 아시아나항공 인수시 누릴 수 있는 ‘시너지 효과’보다 재무구조 악화가 더욱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실제 HDC현산은 당초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그 자금으로 산은과 수은 차입금 1조1700억원 정도를 갚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를 연기하고, 회사채 발행도 중단하면서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꾸준히 제기된다.
두 회사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올해 3월 19일 2270원에서 지난달 말 4170원으로 83% 급등했다. 이 기간 HDC현산 주가도 50%가량 급등했다. 코스피지수가 3월 19일 1457.64에서 지난달 말 1947.56으로 33% 넘게 급등한 점이 두 회사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두 회사 주가의 방향성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다. 증권가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당기순손실만 258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만일 손실이 확정된다면 아시아나항공은 2018년 당기순손실 1959억원, 지난해 8179억원에 이어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셈이다. 부채비율은 작년 말 기준 무려 1386%까지 치솟았다.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항공업종이 코로나19 여파로 큰 위기에 빠지면서 증권사들도 리포트를 내놓지 않고 있다. 올해 2월 말 한국투자증권을 제외하고 아시아나항공 관련 리포트를 내놓거나 목표주가를 제시한 증권사는 전무하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항공수요가 살아나지 않는 한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가치나 재무구조를 파악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