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문 대통령이 루즈벨트가 되려면

송경남 기자 songkn@ekn.kr 2020.05.10 11:5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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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남 건설부동산부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앞으로 우리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IMF는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1.2%로 낮췄고,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올 성장률을 -0.5%로 내려잡았다. 기획재정부 차관이 "실업과 실물경제 침체 등 코로나19로 인한 본격적인 악영향이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발언할 정도이니 앞으로의 경제 충격이 얼마나 클지 가늠이 된다.

이에 정부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한국판 뉴딜’을 추진키로 했다. 뉴딜(New Deal)은 1920년대 후반 발생한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1933년부터 4년에 걸쳐 추진한 정책이다. 뉴딜로 미국 경기가 회복되자 많은 나라들이 이를 벤치마킹했다. 세부내용은 달랐지만 대규모 재정 투입을 통한 경기부양을 목표로 했다. ‘한국판 뉴딜’도 같다.

홍남기 부총리는 ‘한국판 뉴딜’에 대해 "기존 토목사업 위주 경기 부양성 사업과는 달리 향후 2~3년간 추진할 성과 프로젝트"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인프라 구축, 비대면 산업 육성, 사회간접자본(SOC) 디지털화 등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SOC 디지털화는 도로·철도 등 노후 시설물에 대한 스마트 관리체계와 국가기반 시설 관련 데이터 수집·가공·공유 등이다. 토목사업과는 거리가 있다.

건설업계는 ‘한국판 뉴딜’과 관련 건설투자 확대가 포함돼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먹고살기 힘들어진 건설업계의 ‘제 잇속 챙기기’라고 치부하겠지만 단기적인 경기부양에는 건설투자 확대만큼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2018년 ‘성장, 분배,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인프라 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다른 조건들이 동일한 상황에서 인프라 투자가 1조원 늘어나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약 0.076%포인트, 취업자 수는 1만3900명 증가한다.

하지만 정부는 건설투자 확대에 소극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고용지표와 성장률 추락을 감수하면서도 건설을 통한 인위적인 경기부양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는 과거 경기부양을 위해 인위적으로 추진했던 건설투자 확대가 가져온 부작용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1998년 출범한 김대중 정부는 IMF 외환위기 이후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등 부동산 규제를 풀었다. 나라에 돈이 없어 민간건축부문을 활성화해 경기를 회복하겠다는 발상이었다. 효과는 있었지만 외환위기가 해소되자 집값 폭등이라는 문제가 발생했다.

2008년 금융위기를 맞은 이명박 정부는 고환율 정책과 대규모 토건사업, 부동산 부양 등을 추진했다. 당시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0.8%에 불과했지만 건설투자는 3.6% 증가했다. 그중 일부가 4대강 사업에 쓰였는데, 이 사업은 지금까지도 ‘환경파괴, 혈세낭비’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정부가 밝힌 ‘한국판 뉴딜’은 국가 경쟁력 확보와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3~5년 이상 걸리는 중장기적인 정책이다. 문 대통령이 주문한 ‘디지털 기반의 대형 IT 프로젝트’는 기술 비중이 커 대규모 고용 창출에 한계가 있고, 전문 지식이 없거나 저숙련자는 신규 진입이 쉽지 않다.

코로나19가 심각했던 지난 3월 일자리 19만5000개가 사라졌다. 특수고용직과 플랫폼 근로자, 프리랜서, 영세자영업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렸고, 교육·음식·여가 등 서비스 업종에서 일하는 청년들의 일자리도 사라졌다. 앞으로 산업 전반에 걸쳐 구조조정이 시작되면 실업자는 더 늘어난다. 디지털경제 전환과 4차 산업혁명도 대비해야 하지만 지금 당장 경기를 띄우고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더 시급하다. ‘한국판 뉴딜’이 성과를 내려면 토목사업을 무조건 배제시킬 것이 아니라 적정 수준 함께 해야 한다. 다만 토목사업을 추진하되 과거와 같은 부작용과 사회적 갈등을 반복하지 않으면 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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