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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커지는 콘솔 게임…게임업계 "60조 콘솔 시장 잡아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5.18 16:58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국내 게임 시장 판도가 모바일에서 콘솔로 옮겨갈 전망이다. 국내 게임업계는 연내 콘솔용 게임 신작 발표를 줄줄이 예고했고, 문화체육관광부도 모바일과 온라인에 치우친 국내 게임시장의 다양성을 키우기 위해 멀티 플랫폼 게임에 대한 심의 수수료를 낮추고, 콘솔 시장에 대한 단계별 지원 전략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약 60조 원에 달하는 글로벌 콘솔 시장에서 국내 게임업계가 저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콘솔에 눈 돌리는 게임업계 "올해가 폭발 성장 분수령"

18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과 엔씨소프트, 넷마블, 펄어비스, 스마일게이트, 네오위즈 등 국내 게임업계가 콘솔 게임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1분기 실적발표를 진행한 기업들 중 대다수는 현재 콘솔게임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를 연내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콘솔 게임이란, 비디오게임용 기기를 텔레비전이나 모니터에 연결해 즐기는 게임을 뜻한다. 모바일 기기보다 큰 화면으로 즐길 수 있기 때문에 큰 화면 특유의 몰입감을 느낄 수 있고, 별도의 게임 패드를 이용해 미세한 조작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콘솔게임을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기기로는 소니 사의 플레이스테이션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사의 엑스박스(X Box), 닌텐도 사의 스위치 등이 있다. 콘솔 게임 시장은 소니나 MS, 닌텐도와 같은 플랫폼 사업자가 개발사에 기술을 지원하고, 배급사가 유통하는 구조로 형성돼 있다.

2018년 전 세계 게임 시장 규모는 1783억6800만 달러(약 219조5000억 원)로, 그중 콘솔게임은 27.5%에 해당하는 459억6800만 달러(약 56조6000억 원)의 시장 규모를 갖고 있다. 플랫폼 별로 따져보면, 콘솔 게임은 모바일 게임에 이은 2위다.

하지만 그간 한국 시장은 서구권에 비해 콘솔 게임의 불모지로 여겨져 왔다.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이 발간한 ‘2019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국내 콘솔 게임 시장규모는 2018년 기준 5285억 원으로, 전체 게임 시장의 3.7%에 불과했다. 모바일(6조6558억 원, 46.6%)과 PC(5조236억 원, 35.1%)에 비하면 미약한 수준이다.

국내 콘솔게임의 낮은 이용률은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축적된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서 기인했다는 해석이 많다. PC게임은 교육목적으로 빠르게 보급된 PC플랫폼에 의해 특수를 누렸으나, 콘솔게임은 비주류 플랫폼으로 여겨져 왔다는 분석이다.



게임업계가 최근 콘솔형 게임 개발에 집중하는 이유는 콘솔 게임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다고 판단해서다. 관련업계는 특히 올해가 콘솔게임 시장 폭발 성장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플레이스테이션의 후속 기종이 올해 12월, 엑스박스의 후속 기종이 2020년 말 출시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과거 콘솔 게임 매출은 콘솔 게임기 판매량과 연동돼 나타나곤 했다. 콘솔용 신규 하드웨어가 등장해 인기를 끌면 콘솔 게임 매출액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신규 기기의 인기가 시들해지면 콘솔 게임의 성장도 주춤한 식이었다. 실제 콘솔게임 시장은 지난 2017년과 2018년 전년대비 각각 42.2%, 41.5% 성장했지만, 업계가 추산하는 2019년과 2020년 성장률은 각각 3.4%, -2.4%다.

콘진원 측은 "콘솔 게임 시장은 2017년과 2018년에 걸쳐 큰 폭의 성장이 이루어졌는데 이는 지난 2017년 12월에 발매된 닌텐도 스위치의 인기 등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올해 말 관련기기들의 출시가 예정된 만큼, 2021년 국내 콘솔시장은 큰 폭으로 성장할 전망"이라며 "2021년 국내 콘솔시장 매출액은 7042억 원으로, 전년대비 32% 성장할 것"이라고 전했다.

▲(자료=한국콘텐츠진흥원)




◇ 콘솔 게임 개발에 용이한 인프라…시장 확대에 한몫 할 듯

최근 콘솔 게임을 개발하고, 또 즐길 수 있는 기술적 인프라가 과거에 비해 확연히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게임 산업 전반에서 크로스 플랫폼(cross platform) 지원이 강화된다는 것은 콘솔 게임 시장의 성장을 이끌 가능성이 있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최근 에픽게임즈는 대형 콘솔게임 개발의 시간을 단축시키는 신형 엔진 ‘언리얼엔진5’를 공개했다. 에픽게임즈는 해당 엔진을 내년 초 프리뷰 버전으로 출시한 뒤, 2021년 말 정식 버전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또 지난해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5G(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스트리밍 서비스(클라우드 게임)도 콘솔 게임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전망이다.


▲(사진=에픽게임즈)

정부도 콘솔 게임 시장 확대에 드라이브를 거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7일 게임산업진흥종합계획을 발표하며 모바일과 온라인에 치우친 국내 시장의 다양성을 키우기 위해 멀티 플랫폼 게임에 대한 심의 수수료를 낮추고, 콘솔 시장에 대한 단계별 지원 전략을 수립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체부는 또 글로벌게임허브센터 내 ‘콘솔전환센터’를 구축, 개발 전용 공간 마련해 콘솔 시장 제작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게임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 확연히 달라졌다는 점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언택트(Untact)’ 여가 생활이 확산하고 있다는 점 역시 콘솔 게임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끈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 대표적인 예다. 해당 게임은 이동형 콘솔 기기인 닌텐도 스위치 플랫폼을 통한 타이틀이긴 하지만, 코로나19 특수를 제대로 누렸다는 것이 중론이다.

◇ 자사 대표 IP를 콘솔 게임으로…게임업계 플랫폼 확장

과거 국내 콘솔 시장에서 인기를 누린 게임은 회사의 대표 IP에 기반으로 만들어진 게임인 경우가 많았다. 게임개발사 펍지는 지난 2017년 PC 게임으로 시작한 ‘배틀그라운드’가 큰 인기를 얻자 이듬해 4월 엑스박스 버전의 게임을 내고, 같은해 12월 플레이스테이션4 버전의 작품을 출시했다. 업계에 따르면, 엑스박스 원 버전은 발매 이틀 만에 판매량 100만 장을 기록했고, 플레이스테이션4 버전은 출시직후 북미와 유럽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 월간 다운로드 순위에서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펄어비스 역시 지난 2015년 출시된 ‘검은사막’ 콘솔 버전으로 톡톡한 성과를 거뒀다. 펄어비스는 지난 2019년 3월 북미와 유럽 지역에 ‘검은사막 엑스박스 원’ 버전을 정식 출시해 첫 달 패키지 판매량은 24만 장 이상을 달성했다. 또 지난해 8월에는 북미/유럽 지역 및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 ‘검은사막 플레이스테이션4’ 버전을 출시해 큰 인기를 끌었다.

[이미지] 검은사막 PS4


국내 게임업계는 이 같은 과거 사례를 바탕으로 자사의 대표 IP를 콘솔 게임으로 제작하는 플랫폼 확장 전략을 취하는 분위기다.

넥슨은 회사의 대표 IP(지식재산권)인 ‘카트라이더’를 기반으로 한 신작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국내외에 출시할 예정이다. 이는 콘솔과 PC의 크로스플레이를 지원하는 넥슨의 첫 멀티 플랫폼 프로젝트로, 오는 6월 2차 글로벌 CBT(비공개시범테스트)를 진행한다.

드리프트

▲넥슨의 첫 멀티플랫폼 프로젝트 타이틀인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메인 이미지. (사진제공=넥슨)

엔씨소프트는 리니지의 후속작으로 불리는 ’프로젝트TL‘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로젝트TL의 TL은 The Lieneage(더 리니지)의 이니셜에서 따왔다.

넷마블이 준비 중인 작품은 역시 자사 IP ‘세븐나이츠’를 활용한 게임 ‘세븐나이츠-타임 원더러(Time Wanderer)-’다. 앞서 넷마블은 지난해 3분기 다수의 콘솔 게임 타이틀을 개발 중인 게임개발사 ‘니오스트림 인터랙티브’에 약 30%의 지분 투자를 진행하며 콘솔 게임 개발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넷마블-세나


스마일게이트는 인기 IP인 ‘크로스파이어’를 활용한 첫 콘솔 게임 크로스파이어X를 올 하반기 출시한다. 해당 타이틀은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엑스박스(X box)를 통해 출시될 예정으로, 스마일게이트 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하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서비스한다.
[스마일게이트 엔터테인먼트]크로스파이어 X 로고
이 외에도 국내 게임사들의 콘솔게임 개발 및 론칭 소식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전망이다. 엔씨소프트는 북미법인인 엔씨웨스트를 통해 올 가을 북미와 유럽 시장에 신개념 인터랙티브 음악 게임 ‘퓨저(FUSER)’도 선보인다. 일찌감치 ‘검은사막’의 콘솔 버전으로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맛본 펄어비스의 차기작 라인업 중 3종도 콘솔 플랫폼을 지원한다. ‘붉은사막’은 오는 2021년 4분기, 도깨비와 플랜8은 각각 2022년과 2023년에 출시할 예정이다. 네오위즈는 산하 개발사 Round8과 함께 액션 RPG(역할수행게임) 장르의 콘솔 게임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네오위즈는 지난 3월 ‘블레스’ IP를 활용한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블레스 언리쉬드’를 출시하며 콘솔 시장에 불을 지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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