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책임론' 美·中 '일촉즉발'..."2차 무역전쟁땐 세계 경제 더 큰 위기"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2020.05.20 14:2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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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왼쪽),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책임을 놓고 세계보건기구(WHO) 탈퇴 가능성을 거론하고 무역합의 카드까지 꺼내들면서 다양한 방면으로 ‘중국 때리기’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를 계기로 격화된 미·중 갈등이 ‘제2 무역전쟁’으로 확산될 경우 양국은 물론 세계 경제도 더 큰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의 행사에서 전날 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에게 보낸 서한과 관련, ‘WHO가 어떠한 개혁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서한 안에 쓰여 있다. 다시 복기하고 싶지 않다. 그 서한은 매우 자세하다. 긴 서한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기본적으로 그들은 그들의 행실을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 그들은 일을 보다 잘해야 한다"며 "그들은 미국을 포함해 다른 나라들에 대해 훨씬 더 공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그들과 관여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별도의 방식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밝히면서 WHO가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관계를 끊겠다는 엄포를 이어갔다.

WHO의 ‘중국 편향성’을 우회적으로 거듭 비판하면서 근본적인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면 ‘절연’ 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WHO가 30일 이내 ‘실질적 개선’을 이루지 못할 경우 미국의 자금 지원을 영구적으로 중단하겠다고 경고한데 이어 회원국 탈퇴까지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WHO가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발병 관련 보도를 무시했으며, 지나치게 친(親) 중국적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최근 열린 WHO 총회 연설에 나서지 않으면서 ‘WHO가 중국의 꼭두각시’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기타 회원국들은 트럼프 대통령에 이러한 결정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전날 팬데믹 극복을 위한 국제적 협력을 강조했다. 유럽연합(EU)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를 강력 비판했고 러시아 역시 WHO에 대한 공격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 무역합의까지 거론하는 美…"무역전쟁 감당 못해"

▲미중 무역 1단계 합의 서명식(사진=AP/연합)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WHO에 대한 엄포에 이어 미중 무역합의까지 거론하면서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중국을 계속해서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각국으로 퍼졌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중국)은 그것이 일어나도록 내버려 뒀다"며 중국은 바이러스가 미국을 포함한 다른 세계로 퍼져나가는 것을 막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중국에 대한 보복 결정이 가까이 와 있느냐는 질문에는 "난 보복에 관해선 얘기하지 않는다"며 구체적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는 또 중국과의 무역합의와 관련해 "많은 구매를 시작하고 있지만, 나는 지금 그 합의에 대해 3개월 전과 다르게 느낀다"며 "그리고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볼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하지만 그것은 매우 실망스러운 상황이었다. 중국에서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 일어났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 속에 벌어지는 미중 분쟁에 대해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로 미국과 중국 모두 수년 이래 최악의 경기침체를 경험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의 갈등이 ‘무역전쟁 전면전’으로 치달을 경우 두 국가 모두 버텨낼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세계 경제에 대한 흐름도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한 2년 전과는 달리 매우 취약해져 글로벌 경기 회복에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신용평가사 S&P 글로벌 레이팅스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달 초 낸 보고서에서 "관세 인상과 기술 냉전 심화는 기술 분야의 무역 및 투자를 저해해 그나마 올해 기대되는 회복 동력의 힘을 빼려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무역 갈등이 발생한 시점이 이보다 더 나쁠 수도 없다"고 우려했다.

CNN은 "미중 무역 전쟁은 작금의 세계 경제에 가장 필요치 않은 것"이라고 표현했다.


◇ 中 무역합의 이행가능성은? "불가능에 가까워져"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중국의 합의안 이행 가능성이 불분명해졌다고 진단했다.

양국은 지난 1월 15일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했으며 중국은 향후 2년간 2000억달러 어치의 미 상품을 추가 구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처럼 올 초 미중 1단계 무역합의가 성사되면서 양국이 ‘휴전’에 들어간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갈등을 봉합한 수준이었고, 중국이 향후 2년간 2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을 추가 구매한다는 합의조건은 코로나19 사태가 아니었어도 실현이 어려웠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여기에 중국 측은 미국과의 합의안을 이행하는데 부담을 느끼고 있고, 좀 더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을 재개하고 싶어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데이비드 달러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단계 합의의 구매 목표는 비현실적이었는데 이제는 불가능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싱가포르대 비즈니스 스쿨의 알렉스 카프리 방문 연구원도 "중국의 소비 수요가 이렇게 낮아진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훨씬 많은 미국산 물건을 구매한다는 약속을 지킬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나마 중국 정부의 경제·무역 담당 관료들이 1단계 합의를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으나 이제는 중국 내 반미 감정 고조가 또 다른 악재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대한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고,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수급 차단 조치에 나서면서 중국 내에서 반미 여론이 확산해 중국 지도부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데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급기야 관영매체인 글로벌 타임스가 중국의 보복 조치 가능성을 시사하며 미중 2차 무역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처럼 양국 간 갈등이 계속해서 고조되면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세계 경기는 회복이 더 지연될 수밖에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코로나19 여파로 세계 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를 경험하고, 회복에도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지난 8일 유럽대학연구소서 열린 행사에서 미중 무역전쟁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국경 안으로 물러서려는 자연스러운 경향에 저항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가주의’의 부상을 경계한 것이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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