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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 |
[에너지경제신문=이종무 기자] 고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2주기가 20일 차분한 분위기 속에 조촐하게 치러졌다. LG그룹은 고인의 생전 영상을 사내 게시판에 공유하는 것으로 추모를 대신했다. 이런 가운데 과거 외환 위기와 글로벌 금융 위기 등 국란 극복의 동력이었던 결단과 뚝심, 혜안 등 구 전 회장의 리더십이 재조명되고 있다.
◇ 결단, 뚝심, 혜안…국란 극복 동력
LG그룹은 이날 구 전 회장 2주기를 맞아 고인의 삶과 경영 철학을 되새겼다.
재계에 따르면 구 전 회장 2주기는 간소하게 치러졌다. LG그룹 임직원들은 사내 게시판에 올라온 영상을 보며 고인을 추모했다. 영상은 3분 분량으로 고인이 1995년 회장에 오른 이후 23년 간 일군 주요 경영 활동과 리더십을 조명하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주기에는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에서 고인의 장남인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식이 열렸다.
이날 구 전 회장 2주기를 맞아 고인의 과거 리더십도 재조명 받고 있다. 조부인 구인회 LG 창업주와 부친인 구자경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1995년 LG그룹 3대 총수에 오른 구 전 회장은 전자, 화학, 통신 등 3대 사업 축을 완성하며 LG를 ‘세계 속의 LG’로 키웠다. 특히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2차 전지 등을 미래 신성장 사업으로 키워 글로벌 LG의 성장을 견인했다.
2005년 2차 전지 사업이 2000억 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한 당시 구 전 회장은 "끈질기게 하다 보면 꼭 성과가 나온다. 여기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고 독려했다. 이후 LG화학은 중대형 2차전지 분야 ‘세계 1위’로 성장했다. LG전자도 지난해 OLED TV 시장 점유율 55.2%를 점유하며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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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LG 대표가 지난 2월 서울 서초동 LG전자 서초 R&D 캠퍼스 내 디자인경영센터를 방문해 커넥티드 카에 설치된 LG전자 의류관리기 디자인을 살펴보고 있다. |
5년 후, 10년 후를 내다보며(혜안), 용기 있고 과감하게 일을 추진하고(결단), 불확실성 속에서도 끝까지 도전해(뚝심) 결실을 보는 구 전 회장 특유의 리더십은 바통을 이어 받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에서도 힘을 발휘하고 있다.
구 회장은 구 전 회장 별세 후 취임해, 2년여 간 ‘선택과 집중’의 결단력으로 사업을 과감하게 조정하며 미래 지속성장의 기반을 닦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LG전자의 경우 지난해 2월 연료전지 사업을 청산한 데 이어 같은 해 4월 경기 평택의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베트남으로 전격 이전했다. LG전자는 또 이날 구미사업장 TV 생산라인 일부를 이르면 연말까지 인도네시아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밖에 LG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 중 차량용 조명에 집중하기 위해 일반 조명 사업을 철수했고, LG유플러스는 시장에서 밀린 전자결제(PG) 사업부를 모바일 금융 스타트업 토스에 매각했다.
저수익 사업을 과감하게 도려내는 대신 OLED TV와 자동차 전장부품,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와 미디어·콘텐츠, OLED TV와 차세대 배터리 등 ‘잘 하는 사업’을 적극 육성시켜, 신성장 동력 발굴과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로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복안으로 해석된다. 구 회장이 집무실 외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곳도 서울 마곡동에 위치한 그룹의 연구개발(R&D) 전초 기지인 LG 사이언스 파크다.
구 회장의 수평적인 리더십도 구 전 회장의 평소 소탈했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구 회장이 취임 직후 경영진에게 자신을 회장이라는 직급 대신 대표라는 직책으로 불러달라고 당부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미·중 갈등 등 글로벌 경제 전쟁의 포화 속에서 우리 기업들이 고립무원의 처지에 몰려 있는 상황"이라면서 "오늘의 LG를 있게 한 선대 회장들의 기업가 정신이 현재 LG그룹에도 잘 발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