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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왼쪽),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책임을 놓고 전방위적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가운데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이 최근 5년간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정부가 화웨이에 대해 제재를 강화하고 있어 중국은 당장 반도체 자급률을 끌어올려야 하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2일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자급률은 지난해 15.7%로 2014년보다 0.6%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22일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자급률은 지난해 15.7%로 2014년보다 0.6%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중국 반도체 자급률은 중국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 지역 생산량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IC인사이츠는 2024년에도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20.7%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매년 1%포인트가량 올라가지만 여전히 더딘 속도이며, '제조 2025' 프로젝트에서 목표로 한 70%와 비교하면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외국계 기업이 중국에서 생산한 물량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중국 기업이 생산한 물량만 보면 지난해 중국의 자급률은 6.1%에 불과하다. 2024년에도 중국내 반도체 생산량의 절반을 외국 기업이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도체 자급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설비투자도 지지부진한 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연내 17나노 D램을 양산할 것으로 알려진 중국 창신메모리(CXMT)는 연간 시설투자가 15억달러 수준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합계 투자액(397억달러)의 3.8% 수준에 불과하다.
중국의 비메모리 반도체 기술이 선두 기업과 비교할 때 수십년가량 뒤쳐진 만큼 이를 드라마틱하게 끌어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IC인사이츠는 "앞으로 5년간 중국이 반도체 자급 수준을 드라마틱하게 끌어올리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며 "향후 10년 동안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과 관계가 악화되면서 중국의 미국 기술기업에 대한 투자가 1분기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점도 주목할 만 하다. 미국이 중국 기업의 미국 증권거래소 상장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전방위적으로 압박을 강화하면서 중국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분석이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기술기업 전문 자문·투자회사인 GP 불하운드(GP Bullhound)의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중국 투자자들의 미국 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는 11건에 4억달러 수준에 그쳤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중국의 미국 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18건, 18억달러)보다 대폭 낮아진 수치다.
올해 1분기 중국의 해외 기술기업에 대한 투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반적으로 축소됐으나, 유럽 지역에 대한 투자 건수는 오히려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에 비해 늘어났다.
중국의 유럽 기술기업에 대한 투자 건수는 작년 4분기에는 7건이었지만, 올해 1분기에는 11건으로 늘어났다.
GP 불하운드는 보고서에서 중국의 투자자들이 미국 기술기업 대신에 유럽 기술기업으로 눈을 돌린 이유에 대해 미국 당국의 규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은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를 비롯한 중국의 기술기업에 대해 국가안보를 이유로 제재를 가했다.
중국 베이징(北京) 소재 'GSR 유나이티드 캐피털'의 리주전 투자 매니저는 "유럽 기술기업에 대한 선호와 미국 기술기업에 대한 투자 감소가 중국 투자자들이 미국 시장에서 손해를 봤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면서 "미·중 관계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