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경ㅣ창간 31주년 특별인터뷰]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2020.06.01 15:07:13

  •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목록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이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회관 접견실에서 열린 에너지경제신문 창간 31주년 특별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국경제는 물론 세계경제가 전대미문의 혼란에 빠져 들고 있다. 코로나19가 몰고온 거대한 파도는 인류에게 가보지 않은 길을 재촉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언택트문화를 확산시키고 이것은 5G와 인공지능을 기저로 하는 4차산업 혁명을 재촉할 것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로의 전환은 지금까지의 세계 경제질서와 산업지형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창간 31주년을 기념해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 접견실에서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겸 한국경제연구원장을 만나 포스크 코로나시대 경제상황 진단과 해법을 들어봤다. 권 부회장은 포스트 코로나시대, 뉴노멀 시대에 한국경제가 위기를 기회로 돌려놓기 위해서는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편집자주>


Q 코로나19 팬데믹이 한국 경제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A. 지금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국제금융위기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외환위기 때는 우리가 환율을 조정하고 수출을 통해 살아났고, 금융위기 때는 우리가 아닌 유럽·미국발 위기로 잘 넘어갔지만, 코로나19로 전 세계 경제가 위축된 상황이다. 한국경제는 대외 무역의존도가 높아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일본과 미국은 내수 비중이 높은 반면 한국은 수출의존도가 70%를 넘기 때문에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Q. 코로나19 이후 한국 경제 및 산업환경 패러다임은 어떻게 변할 것으로 보나.


A.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라진다고 해도 ‘뉴노멀’(new normal·시대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 시대가 온다. 코로나 이전과 코로나 이후로 시대가 나뉜다는 의미다. 코로나 이전에는 세계 각국이 협조해 자유무역이 활성화되면서 한국경제도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지금까지의 질서가 무너지고 상황이 악화되면서 세계 각국이 각자 도생의 길을 걷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로 인해 보호무역주의가 일반화될 것이다.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면 세계 각국 간 협력보다는 힘의 논리가 중요해진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더 불리해지게 된다. 코로나 백신이 내년 봄에 나온다고 해도 백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세계 각국으로 보호 무역주의가 확산되면 상당 기간 경제 침체가 지속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도 변수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이 세지면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도 줄어들게 된다. 그렇게 되면 한국경제는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은 지난 20년간 계속 떨어져왔다. 기업·산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소비·투자·수출 기반 약화되면서 경제체력이 떨어져 있는 데, 여기에 코로나 충격까지 더해지면 과거 경제위기 때 같은 빠른 경제회복은 힘들 것으로 본다.


Q. 한국은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A. 무역이 안 된다면 우리도 내수를 키워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키울 수 있는 내수는 결국 서비스산업이다. 의료·관광·교육·법률 산업을 키워서 먹고 살아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과 유럽은 서비스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는다. 특히 미국 제조업의 생산성은 90%에 이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서비스 산업 비중이 60%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떨어진단 소리다. 서비스 산업 활성화가 시급한 이유다. 최근 은행업은 서비스산업 규제 영향으로 망하고 있다. 기업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투자한 금액보다 시가총액이 많아야 한다. 그런데 투자한 것이 1000억 원인데 시가 총액이 500억 원이면 불리면 불릴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된다. 생산성이 떨어지면 한국경제는 점점 없어지게 될 것이다. 중국 직구를 통해 게임을 해야 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도 서비스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개입하고 규제해서는 안된다. 우리가 잘살게 된 이유는 개인의 자유다. 옛날 왕정국가는 왕의 지시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들어오면서 개인이 장사하는 것도 자유가 됐고, 한국 경제는 성장하게 됐다. 정부가 간섭하면 생산성은 떨어지게 된다.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왼쪽)이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회관 접견실에서 열린 에너지경제신문 창간 31주년 특별인터뷰를 하고 있다.


Q.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주목받을 산업은?

A.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끌 유망산업은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원격교육, 인공지능 분야다. 사회적·신체적 거리두기가 코로나 종식 후에도 이어지며 뉴노멀이 시대가 온다. 교육·사무 등을 비대면으로 하는 ‘언택트(untact·비대면)산업’이 부상할 것이다.


Q. 코로나19 이후,즉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국제정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데.


A. 우선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 규제개혁은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규제 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은 기득권의 반대다. 지난 2006년 당시 한미 무역 분쟁으로 스크린 쿼터제(한국영화 의무상영제) 축소 논란이 일자 광화문에는 유명배우들이 모여 100일간 삭발 투쟁을 했다. 그러나 전 노무현 대통령이 한국영화 상영기간을 6분의 1로 축소하는 등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이후 국내 영화가 다 죽는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한국영화 점유율은 오히려 늘었다. 과거에는 점유율이 40%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점유율이 60%를 넘는다. 옛날 외환위기 전에도 ‘자동차 수입개방하면 전부일제차가 된다’, ‘전자제품 거래하면 일제 전자기기가 다 차지한다’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지금은 우리 전자제품이 훨씬 낫다. 서비스산업 분야도 규제를 완화하고 개방하면 당장은 손해 보는 것 같지만 결국 일자리가 더 생긴다. 우리도 개방 마인드를 가지고 서비스 산업을 육성해야한다. 두 번째는 노동경직성을 해결해야한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인공지능(AI), 드론, 원격의료 등과 관련된 4차 산업 분야 육성이 활발해질 것이다. 우리나라도 4차 산업 등 새로운 분야에 빠르고 자유롭게 진출하기 위해서는 안되는 분야의 고용을 줄이고 인력을 옮기는 구조조정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한국은 이에 대한 지원 대신 무조건 고용을 유지 시키려고만 하는 경직적 노동시장과 규제환경이 문제다. 우리나라도 원격의료가 이뤄지려면 사회가 신축적으로 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개혁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이 젊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사회를 신속하게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Q 문재인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이른바 탈원전 정책에 대해서는.


A. 10년 전 터키에 갔을 때 당시 원전을 지을 수 있는 나라는 한국과 중국, 러시아 프랑스 4개 나라 밖에 없었다. 이중 원전을 제일 잘하는 나라는 프랑스다. 그런데 한국이 프랑스와의 경쟁에서 이겼다. 우리 원자력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과 캐나다, 프랑스 방식을 전부 복합해 만든 모델(APR1000, APR1400)은 성능이 우수해 중동 시장에 도전할 수 있었다. 지금 미국은 원전시장에 진출하려고 한다. 그런데 원전을 지으려도 해도 생태계가 마비돼 할 수 없다. 원전을 지을 수 있는 기자재 등 관련 협력업체들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념과 철학이 같은 우리나라와 협력할 수밖에 없을 텐데 우리가 원전을 포기하는 것은 결국 일자리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본다. 옛날에 광해군은 명이 상전나라지만 약해지고 있다는 걸 알고, 명과 청 사이에서 실리를 취하려고 했다. 하지만 명나라를 중시하는 주자학파들이 들고 일어나서 인조를 왕위에 올렸다. 그러나 청나라 콩타이지가 15만 군사를 거느리고 오면서 인조는 산속으로 도망가며 40일 동안 감금을 당했다. 이렇게 당한 이유는 당파싸움에 국제정세를 몰라 대비를 안했기 때문이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때도 마찬가지다. 약한 나라는 늘 준비하고 국제정세를 잘 알아야한다.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중심을 잘 잡고 대응을 해야 된다고 본다.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


Q.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정부가 한국판 뉴딜 정책을 짜고 있다. 한국판 뉴딜 정책은 어떻게 보나

A. 코로나19 사태로 4차 산업 혁명시대는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5G 등 디지털 인프라 구축하고 비대면 산업을 육성, 사회간접자본(SOC)을 디지털화하는 정부의 한국판 뉴딜 정책방향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하지만 한국판뉴딜보다는 서비스산업, 4차 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개혁 등 제도 개선이 우선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돈을 풀기만 해서는 안 된다. 미국과 일본은 위기에도 안전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문제가 없지만 우리나라가 돈을 지나치게 많이 풀어 재정이 엉망이 되면 한국은 위기 대응능력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게 된다. 그렇게 되면 신용등급이 떨어지게 되고 바로 위기가 온다. 돈만 푸는 뉴딜 정책보다는 내실 있게 돈이 안들고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


대담=에너지경제신문 정훈식 산업부장/국장 
정리=서예온 기자




배너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