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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국내 증권사들의 무게중심이 기업금융(IB)에서 언택트(비대면) 자산관리 쪽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간 IB를 중심으로 인력을 확대해 온 증권사들 역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일부 증권사들은 IB의 인력을 WM 부문으로 이동시키면서 ‘인력 재배치’를 실행에 옮기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가 단기간에 해결될 사안이 아닌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중심으로 당국의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만큼 IB와 WM 간의 균형을 맞추려는 움직임이 점차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 증권사 1분기 인력 추이 봤더니...삼성증권 200명 가까이 늘어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기자본 상위 증권사 6곳의 1분기 총 직원 수는 기간제 근로자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를 포함해 총 1만7660명이었다. 이는 1년 전(1만7439명)보다 221명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각 사별로 보면 인력에 대한 편차가 심했다. 최근 1년 사이에 인력이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삼성증권이었다. 삼성증권은 올해 1분기 총 인원 2541명으로 작년 1분기(2342명)보다 무려 199명 급증했다. 사업부문별로 보면 기업금융(IB) 부문을 중심으로 인력 충원이 두드러졌다. IB부문 소속 근로자는 작년 1분기 124명에서 올해 1분기 187명으로 50% 급증했다. 삼성증권 측은 "IB 등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구조화금융을 중심으로 인력을 계속해서 충원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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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자본 상위 6곳 1분기 인력 현황.(주:해당 인원은 기간제 근로자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를 더한 수치.)(자료=각 사 보고서) |
삼성증권에 이어 한국투자증권도 최근 1년새 인력을 가장 많이 채용한 증권사로 집계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 총 인원 2672명으로 1년 전(2587명)보다 85명 늘었다. 매년 공채로 100여명이 넘는 인력들을 꾸준히 채용하면서 정년퇴직이나 이직 등 자연스러운 인원 감소를 상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신한금융투자(81명 증가), NH투자증권(36명 증가) 등 다른 증권사들도 1년 전보다 인력을 확충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미래에셋대우, KB증권은 1년 전에 비해 인력이 각각 110명, 43명 급감했다. 두 증권사의 경우 2016년 말 인수합병(M&A)으로 인력이 갑작스럽게 증가하면서 희망퇴직 등을 통해 중복 인력을 줄인 영향이 컸다.
특히 미래에셋대우는 최근 기업금융(IB) 인력 10명을 자산관리 센터인 고객솔루션본부로 이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주요 수익원이던 IB부문이 위축되면서 비대면 자산관리를 주력으로 하는 고객솔루션본부로 조정한 것이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비대면 자산관리가 확산되면서 IB부문 인력을 일부 고객솔루션본부로 옮겼다"며 "어느 기업이나 통상적으로 단행하는 인력 재배치로, 구조조정과는 거리가 멀다"고 강조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131명, 신입 33명을 신규로 채용했는데,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경영상 불확실성이 심화된 만큼 글로벌 부문 등 각 사업별로 필요한 인력을 중심으로 채용을 단행하고 있다.
◇ 포스트 코로나 시대, IB보다 WM이 대세...증권가 인력 패러다임 바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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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
업계에서는 앞으로 미래에셋대우처럼 인력을 IB에서 WM부문으로 조정하는 증권사가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대형 증권사들은 WM이 아닌 IB부문에서 채용을 확대했다. 부동산금융 등 IB부문이 증권사들의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잡으면서 고급인력을 채용하려는 증권사들의 눈치 싸움도 활발했다. 그러나 코로나19와 금융당국의 각종 규제로 IB 부문에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증권사들도 고심이 깊어졌다. 국내 한 금융사 관계자는 "실적이 좋을 때는 문제가 되지 않는데, 요즘같이 IB 부문에서 수익을 내는 것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인력 조정이나 재배치를 고민할 수 밖에 없다"며 "특히 WM을 도외시하고 IB에만 집중했던 증권사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비대면 WM을 활성화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사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인력을 조정하는 움직임은 어느 시기에나 있어왔다"며 "지금은 동학개미운동을 중심으로 개인투자자들의 자산관리에 대한 수요가 활발해지면서 증권사들 수익원이 WM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만큼 증권사들 역시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일부에서는 업무에 대한 소속감과 전문성을 도외시한 채 회사 입맛대로 인력을 조정하는 것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장 상황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만큼 인력을 조정하기보다는 언제 어떤 상황이건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도록 인력에 대한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영업점에 있는 인력을 본사 법인영업으로 전환하는 등 유사한 직종으로 옮기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그러나 IB 인력을 전혀 다른 분야인 자산관리 쪽으로 재배치하는 것은 직원 입장에서 자신의 전문성이나 업무의 연속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증권사들의 경영 역시 항상 등락을 반복할 수 밖에 없다"며 "단기가 아닌 중장기적으로 인력을 조정하는 문제는 여러 측면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