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국내 4대 금융그룹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디지털’ 금융에 사활을 걸고 있다. 4대 금융그룹은 금융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을 자유자재로 접목하며 소비자들에게 보다 친숙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복안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4대 금융그룹이 선보인 디지털 금융은 크게 인공지능, 생활금융, 인재양성, 상생 등으로 요약된다. 우선 하나금융그룹은 ‘손님 중심의 데이터 기반 정보회사’로 나아가기 위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코딩교육을 실시하는 등 인재 양성이 공을 들이고 있다. 하나금융 임직원들이 IT, 혁신기술 등 1개 이상의 분야에서 전문화된 인재가 되는 것을 목표로 그룹 전반에 걸친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디지털전환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인 만큼 직원들의 디지털 역량을 향상해 손님들에게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선사한다는 복안이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것이 인천 청라 하나글로벌캠퍼스에 출범한 ‘DT 유니버시티(University)’다. DT 유니버시티는 그룹 전반에 걸친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디지털 맞춤형 실무교육을 진행하는 통합 교육 플랫폼으로, 교육 과정을 총 3단계로 나눠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와 별개로 하나금융은 지난해 하반기 사원부터 임원에 이르기까지 그룹사 전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스크래치를 활용한 코딩 기본교육도 실시했다. 스크래치는 간단한 게임, 애니메이션 등을 직접 만들고 온라인에서 공유할 수 있는 기초 코딩 프로그램으로 게임을 하듯이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신한금융그룹은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디지털 신기술을 강화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 내 모든 계열사들이 유기적으로 협업해 금융당국의 정책에 적극 부응하는 한편 고객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발굴하는 점이 특징이다. 지난해 9월 국내 금융권 최초로 설립한 인공지능 기반 투자자문사인 ‘신한AI’는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도 효자 역할을 톡톡이 수행하고 있다. 신한AI는 코로나19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자사의 예측 시스템을 리스크 관리 등 그룹의 주요 사업에 활용하고 있다. 실제 신한AI의 인공지능 투자자문 플랫폼인 네오를 적용한 증권투자신탁은 코로나19로 인한 변동성 국면에서도 액티브 주식형 펀드나 해외 주식형 펀드보다 더 나은 수익률을 보여주고 있다.
그룹사 최고경영자가 디지털 핵심 기술을 직접 관리하는 ‘디지털 후견인 제도’도 주목할 만 하다. 올해 4월 도입한 디지털 후견인은 디지털 핵심 기술을 각 사의 CEO가 맡아 기술 역량을 강화하고, 그룹 차언의 기술별 협업 사업을 발굴한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AI를,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은 빅데이터를 담당하며 클라우드 분야는 신한금융투자가 후견인을 맡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개방형 혁신) 전략을 통해 외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그룹이 홀로 디지털 혁신을 이루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다양한 스타트업과 협업해 새로운 금융 플랫폼을 구현하는 점이 눈길을 끈다.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디노랩’은 우리금융그룹만의 디지털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예시다. 우리금융은 최근 깐깐한 심사를 거쳐 아파트 정보 콘텐츠를 제공하는 부동산 플랫폼 기업ㅇ니 ‘아실’과 위치기반 모임관리 지원서비스를 영위하는 위밋 등 15곳의 스타트업을 선발했다. 이들은 다음달 새로 오픈하는 디노랩 통합센터에 입주해 우리금융그룹 사내벤처팀과 함께 다양한 시너지를 창출한다. 우리은행 뿐만 아니라 우리카드, 우리종금, 우리에프아이에스 등 전 그룹사가 스타트업과 적극적으로 협업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굴하는 것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제조사들도 특정 금융사보다는 다양한 금융사와 협업할 수 있는 핀테크 업체와 제휴를 맺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며 "금융사들이 디지털 시대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금융이라는 틀을 깨고 소비자 입장에서 다양한 서비스들을 학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KB금융그룹의 디지털 전략은 ‘생활금융’으로 요약된다. KB금융그룹은 디지털 기술이나 다른 기업들과의 경쟁에 집중하기보다는 디지털을 통해 고객들에게 더 나은 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KB모바일인증서다. KB금융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사설 인증서인 KB모바일인증서를 발급받으면 은행 지점에 방문하지 않고도 신규 회원가입부터 금융상품 가입까지 스마트폰을 통해 ‘원 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다. 매년 갱신을 해야하는 공인인증서와 달리 KB모바일인증서는 유효기간이 없어 재발급에 대한 스트레스나 번거로움이 없다. 해당 인증서는 작년 7월 출시 이후 10개월 만에 가입자 360만명을 돌파하며 고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KB국민은행의 부동산 데이터와 금융을 하나의 플랫폼에 담은 부동산 플랫폼 리브온과 디지털 플랫폼 KB차차차도 KB금융만의 대표적인 디지털 플랫폼"이라며 "오직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이나 핀테크 기업과는 달리 국내 최대 규모의 오프라인 채널 네트워크 기반 위에서 모바일 혁신을 통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