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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억 팔린 옵티머스펀드, 피해규모 어디까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6.22 08:16

▲옵티머스자산운용


[에너지경제신문=윤하늘 기자] 사기극으로 거듭난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사모펀드가 연일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금융당국이 검사에 나선 가운데 안정적인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겠다면서 실제로는 대부업체가 발행한 사모사채를 대거 다들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피해 규모만 5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운용하던 ‘옵티머스 크리에이터 채권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제25호, 26호’에서 환매 연기 사태가 발생했다. 환매연기금액은 NH투자증권이 217억원, 한국투자증권이 167억원으로 총 390억원이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54개가 순차적으로 설정된 이 펀드는 편입 자산의 95% 이상을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삼는다고 소개해 투자자를 모은 전문사모펀드다.

문제는 부실 사모사채를 편입해놓고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양수도한 것처럼 계약서를 위조해 펀드를 운영해왔다는 것이다. 이번에 환매가 연기된 펀드에는 주로 NPL(부실채권), PF(프로젝트파이낸싱) 등이 채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옵티머스크리에이터 펀드의 발행 초기부터 A대부업체가 발행한 사채를 주요 자산으로 담아왔다. 실제로 옵티머스운용은 펀드 명세서에 ‘**공사 매출채권’ 등 운용 취지에 맞는 상품을 편입한 것처럼 채권명을 기입해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A대부업체가 발행한 사모사채 등 공공기관 매출채권과는 무관한 사채를 주요 자산으로 편입해온 것이다.

옵티머스운용 측은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옵티머스운용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옵티머스운용은 딜 소싱 과정을 맡았던 법무법인이 채권을 위조했으며 판매사와의 대책회의에서 이를 시인했다"라며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 밝힐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옵티머스자산운용이 환매 중단된 25·26호 펀드와 비슷한 구조의 다른 펀드들도 다수 판매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줄줄이 환매가 중단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옵티머스운용의 펀드들은 주로 3·6·9개월의 만기로 구성됐고, 6개월짜리 상품이 주로 팔렸다. 목표수익률을은 연 3~4%였다.

지난 4월말 기준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의 전체설정잔액은 5565억원이다. 판매회사별로는 NH투자증권이 4778억원(85.86%)로 가장 많고, 한국투자증권 577억원(10.37%), 케이프투자증권 146억원(2.63%), 대신증권 45억원(0.81%), 한화투자증권 19억원(0.34%)으로 나타났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드러난 이야기를 감안하면 손실 규모가 더 커지는 것은 기정사실이다"라며 "전액 손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인 만큼 투자금을 얼마나 회수하느냐가 관건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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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증권가. (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전문가들은 명세서와 다른 사채가 안전한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둔갑해 펀드에 담긴 채 일반 금융소비자에게 팔린 것은 ‘전문사모펀드’로 출시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옵티머스자산운용은 펀드 사무수탁회사의 허술한 관리체제를 노렸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은 전문사모펀드는 수탁회사나 사무수탁사가 편입 자산의 진위를 감시·견제할 의무가 없다는 점을 이용한 셈이다.

이들은 부실 사무 사채를 편입해놓고 사무수탁을 맡은 한국예탁결제원에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이름을 바꿔달라고해 명세서를 조작했다. 수탁은행인 하나은행에는 부실채권 매입을 지시했다. 이같은 이유로 판매사가 확인했을 때는 멀쩡한 채권이 포함돼있었던 것이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운용사가 펀드 안에 어떤 종목이 편입됐는지를 알려주면 그 리스트대로 기준가를 산정한다"라며 "사무수탁사에선 자산이 위조됐는지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판매사들도 관련 서류를 꼼꼼히 대조했지만, 서류가 위변조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리스크 방지를 위해 펀드 자산 명세서 등 하나도 빠짐없이 확인 후 판매한 것"이라면서 "운용사 실사 때도 모든 투자 건의 양도 통지확인서를 수령해 매출처와 양수도 금액 등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판매사 관계자는 "펀드에 대한 자산 내역을 들여다보려고 해도 예탁원 펀드명세서가 전부였다"라며 "판매사들은 운용행위에 참여하는 것이 엄격히 금지된 제도에 문제가 분명히 있다"라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사모펀드 제도 개선안에 수탁은행과 PBS의 사모펀드 감시 책임 강화와 관련된 내용을 담았지만, 사모수탁회사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금융감독원도 이미 지난해 사모펀드 전수조사를 진행하면서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자금 흐름에 이상한 낌새를 인지하고 있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검사시기를 미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금감원도 옵티머스운용사의 매출채권이 아예 잘못됐을 가능성은 인지하지 못했다.

금감원은 이달 19일부터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에서 서면조사 때 발견된 문제점과 함께 펀드 환매 연기 관련 사실관계를 명확히 파악할 계획이다. 금감원 조사는 통상 2주정도 소요되지만 이번 사안은 그 이상 걸릴 전망이다.


윤하늘 기자 yhn770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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