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이나경 기자] 연간 40조원에 달하는 렌털시장을 놓고 기업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과거 정수기로 시작된 렌털시장이 가구 구조와 소비트렌드 변화와 함께 안마의자, LED마스크(피부관리기), 침대 매트리스, 음식물처리기, 연수기, 커피 제조기, 반려동물 용품, 카메라 등에 이르기까지 품목이 다변화하며 고속성장하고 있다.
◇올해 렌털시장 40조원…계정 1200만개 넘어
25일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기업과 소비자간 랜털시장 규모는 2012년 4조6000억원에서 2019년 12조원, 2020년에는 18조5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기업간 거래 랜털 시장까지 합하면 올해 4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계정 수 역시 1200만개가 넘는다. 이렇듯 국내 랜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 데에는 경기 침체 이외에도, 소비욕구 및 인구구조의 변화, 관리 서비스에 대한 기대감 등을 원인으로 찾을 수 있다. 실제 최근에는 공유 경제에 발맞춰 제품에 대한 소비욕보다는 공유 및 랜털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국내 랜털시장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그간 랜털시장을 중견기업인 코웨이, SK매직, 청호나이스 등이 선도해왔지만 최근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은 물론, 통신기업까지 너도나도 랜털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랜털시장 압도적 1위는 코웨이다. 국내시장은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안정적으로 계정수를 늘려간 코웨이는 지난해 창사이래 최초로 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 최근에는 정수기, 공기청정기, 매트리스를 외에도 홈 뷰티 기기(피부관리 가전제품) 시장에 진출하면서 관련 시장 파이를 넓혀가고 있다. SK매직과 청호나이스 등은 업계 2위 싸움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가전업계,렌털시장 선점 경쟁 가열
주방 가전 시장에서 ‘전통 강자’로 꼽히는 SK매직은 동양매직 시절부터 쌓아온 역량을 바탕으로 식기세척기, 전자레인지, 의류건조기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는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등 위생을 강화한 신제품을 잇따라 내놓을 계획이다. 랜털시장 초장기 진출 기업 중 하나인 청호나이스는 최근 자사의 주력제품인 정수기와 비데, 공기청정기 등을 전면에 내세워 온·오프라인 마케팅을 강화해 국내 2위 입지를 굳히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대세 광고모델 미스터 트롯 임영웅을 필두로 CM송 및 각종 온라인 이벤트를 진행해 홍보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랜털 전문 기업 모두랜털은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국내 최초로 음식물 처리기 ‘에코체(ECOCE)’를 출시해 랜털시장에 진출했다. 홈쇼핑 유통망을 통해 활발한 마케팅을 진행 중인 에코체는 최근 홈쇼핑에서 누적 콜수 1만건을 돌파하며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에코체는 음식물 처리기 시장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올루션 프리미엄 음식물 처리기’이다. 회사관계자는 "에코체는 별도의 설치가 필요 없어 집안 어디든 놔둘 수 있으며, 여름철 악취와 부패 없이 ‘에코 건조 보관 기능’으로 음식물쓰레기를 장기간 보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니즈를 저격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대기업에선 LG전자가 지난 2009년부터 정수기를 시작으로 랜털시장에 뛰어들었다. 가전 관리서비스 케어솔루션을 내세워 매출을 확대해나가는 LG전자는 현재 정수기외에도 공기청정기, 건조기, 의류건조기, 전기레인지, 식기세척기, 안마의자, 맥주제조기 등 총 8개 제품을 랜털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아직 랜털사업에는 공식적으로 뛰어들진 않았지만 교원 등 랜털 서비스 제공 업체에 B2B 형식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어 곧 시장에 진출할 거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해 코리아 랜털쇼에서 단독부스를 운영하고 올해는 랜털 수요가 많은 양문형 정수기 냉장고 등을 재출시한 바 있다.
통신업체인LG헬로비전도 기존 케이블TV·인터넷·이동통신(MVNO) 주력한 사업다각화 일환으로 랜털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LG헬로비전은 ‘먼저 받고 나눠 결제 랜털샵’을 최근 공식 오픈했다. 에어컨 등 계절가전, 헤어 드라이어 등 소형기기, 공기청청기·안마기 등 생활가전, 식기세척기 등 주방가전, B2B(사업자전용) TV 등 랜털시장 전 영역을 커버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LG전자·유플러스·생활건강 등 LG 계열사 유통망과 다양한 제품군을 무기로 랜털시장에서 단기간 내 시장점유율 확대 승부수를 던진다는 계획이다. 실제 LG헬로비전 랜털범위를 LG 계열 제품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에어컨·TV·공기청청기 등도 취급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관리 서비스의 대상이 아니었지만, 라이프 사이클 및 인식의 변화로 기존에는 없던 신규 가전제품이 필수가전화 돼 시장 내 다양한 제품들을 만나 볼 수 있게 됐다"며 "1~2인 가구와 같은 소형 가구 중심으로 가구 구조가 재편됨에 따라 2040년까지는 랜털시장은 매년 상승세를 타는 동시에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나경 기자 nakyeo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