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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금융규제도 '오바마' 지우기?... 금융당국, ‘볼커룰’ 개정안 승인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6.26 16:13

▲미 연방준비제도(사진=A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미국 금융당국이 이른바 ‘볼커룰’(Volcker rule)을 완화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이후 월가를 옥죄고 있는 금융규제를 푸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미국 대형 은행들은 그동안 볼커룰이 지나치게 복잡해 시간과 비용 낭비를 초래한다며 완화해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도입된 볼커롤이 경제성장을 억제한다며 2016년 대선운동기간부터 월가의 요구에 호응하는 자세를 견지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미 금융당국은 지난해 5월부터 금융규제 완화를 추진했으며 1년여만에 제도 개선으로 이어졌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대형 은행의 잘못된 처신을 막기위해 도입했던 규제가 바로 차기 대통령에 의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 등의 보도에 따르면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와 통화감독청(OCC)은 지난 25일 이날 은행들의 자기자산거래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볼커룰 개정안을 승인했다. OCC는 은행들이 계열사 간의 파생상품 거래 시 증거금을 쌓도록 한 규정도 삭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같은 규정 삭제로 40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은행들이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게 됐다고 추산했다.개정안은 미 연방준비제도(Fed), 증권거래위원회(SEC),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등의 동의를 얻어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볼커룰은 파생상품 등 세계 금융위기의 원인이 된 은행들의 고위험 상품 투자를 막아 그 여파가 금융시장과 경제 전반으로 번지는 것을 막으려는 취지로 2010년 도입된 금융개혁법 ‘도드-프랭크법(Dodd-Frank bill)’의 부속 조항이다.

 2012년 7월 21일에 발효되면서 은행이 고수익을 얻기 위해 자기자본으로 고위험의 투기성 거래를 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 규정에 따라 미국 대형 은행들은 거래 목적을 입증하지 못하면 60일 이내의 단기 자기자본 거래를 할 수 없고 헤지펀드·사모펀드 투자는 자본의 3%까지만 허용했다.

이번 개정안에선 은행의 60일 이내의 단기거래를 자기자본거래로 간주한다는 규정을 없앴다. 은행들은 단기거래를 위해 당국에 자기자본거래가 아님을 번거롭게 입증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대신 ‘일련의 구체적 검사’를 통해 거래 금지 여부를 판단키로 했다. 

거래자본이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미만인 소규모 은행의 경우에는 60일 이내의 단기거래를 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자기자본거래 금지규정을 준수하는 것으로 간주하도록 했다.

은행들은 볼커룰 완화를 즉각 환영하고 나섰다.미 은행가협회의 롭 니콜라스 대표는 "이번에 FDIC가 취한 조치는 국가가 (코로나로 인해) 심각한 도전에 처한 상황에서 은행들이 경제에 유용한 역할을 수행하도록 도움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케빈 프로머 금융서비스포럼 인더스트리그룹 회장도 "오늘 확정된 개정안은 오랜 기간 의회 및 금융감독 기관들의 초당적 우려를 해소했다"면서 "볼커룰을 그대로 적용하면 너무 복잡해서 결과적으로 투자자들과 저축자들의 요구에 대응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볼커룰 완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오바마 정부 시절 FDIC 의장을 지낸 마틴 그루엔버그는 "볼커룰은 더 이상 공공 안전망의 혜택을 받는 은행과 은행 지주회사의 투기에 의미 있는 제약을 가하지 못할 것"이라며 "볼커룰이 적용되는 금융상품의 범위가 25%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비영리단체인 ‘더 나은 시장’의 조셉 씨세스키 수석파생상품컨설턴트는 "이번 조치로 인해 미 은행 시스템의 위험이 높아지게 됨으로써 결국 FDIC의 보호를 받는 미국 가구의 저축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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