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더 뉴 그랜저. |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가솔린 인기 모델은 3개월 이상 기다리셔야 합니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5~6개월 정도 대기하셔야 할 것 같고요."
서울의 한 현대자동차 지점에 그랜저 구매를 문의하자 돌아온 대답이다. 현대차의 플래그십 세단 그랜저가 내수 시장에서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고 있다.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을 등에 업고 운전자들의 선호가 집중되며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그랜저는 올해 상반기 국내 시장에서 7만 7604대 판매됐다. 전년 동기(5만 3442대) 대비 45.2% 급증한 수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2월 판매가 7550대까지 떨어지기도 했으나 3월 1만 6600대, 4월 1만 5000대, 지난달 1만 5688대 등으로 급반등했다.
이 같은 실적은 국내에서 판매 중인 단일 모델 중 최고 수준이다. 베스트셀링카 1위 자리를 줄곧 지키고 있음은 물론 연간으로는 2010년 쏘나타가 세웠던 최대 판매 실적(15만 2000대)도 뛰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상반기 기준으로도 당시 쏘나타가 세웠던 실적(7만 868대)을 넘어선 최고 기록이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가 국내에서 판매한 승용 모델이 총 15만 6826대인데, 이 중 절반 가량은 그랜저였다. 경쟁사인 르노삼성(5만 5242대), 한국지엠(4만 1092대), 쌍용차(4만 855대) 등의 전체 누적 실적보다 높은 수준이기도 하다.
작년 11월 6세대 그랜저의 부분변경 모델이 출시된 이후 고객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차인 ‘더 뉴 그랜저’는 축간 거리와 전폭을 기존 대비 각각 40mm, 10mm 늘려 공간성을 확보한 게 특징이다. 공기청정 시스템, 스마트 자세제어 시스템, 전방 충돌방지 보조-교차로 대향차 등 첨단 기술도 대거 적용됐다.
이미 지난해 사전계약 당시부터 흥행이 예고된 상태였다. 더 뉴 그랜저는 11일 영업일간 3만 2179대의 계약을 달성해 종전 6세대 완전변경 그랜저가 가지고 있던 국내 사전계약 최다 실적을 갈아치웠다. 예약 첫날에만 1만 7294명이 몰렸던 일화도 유명하다.
앞으로 전망도 밝다. 지금 계약하면 비인기모델도 1개월 이상 기다려야 할 정도로 대기물량이 밀려있다. 가솔린 3.0 캘리그래피 트림 등은 3개월 정도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리드 차량의 경우 최대 6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올 상반기 1만 6885대가 팔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형 그랜저는 디자인과 상품성이 상당히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는데다 현대차가 ‘성공의 대명사’ 등 콘셉트를 입혀 마케팅 작업을 펼친 게 판매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