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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View] 리튬·코발트·니켈 가격 "바닥쳤다"…2022년부터 본격 반등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7.09 14:38

유럽연합, 배터리 원자재 공급망 구축에 인센티브 통해 대중화 장려

중국, 전기차 보조금 정책 재도입 등 각국 지원책 시행으로 수요 급증

"리튬·니켈가격 2022년부터 본격 상승…코발트는 불확실" 전망

▲호주 필바라 필간구라 리튬광산(사진=포스코)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공급과잉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위축됐던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자재 가격이 앞으로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9일 블룸버그통신은 이같이 보도하면서 "특히 중국과 유럽 정부가 전기차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계획을 밝히고 광산 개발 신규 프로젝트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으로 인해 시장이 바닥을 쳤다는 의견이 힘을 받기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컨설팅 업체인 하우스 마운틴 파트너스의 크리스 베리 대표도 "유럽연합(EU)의 경우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원자재들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새로 구축하기 시작했고 인센티브 등을 통해 전기차 대중화를 장려하고 있다"며 "중국도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재도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배터리 기술에 대한 가격 또한 계속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원자재 가격이 앞으로 몇 년 동안 강세를 보일 수 밖에 없다"면서 긍정론에 가세했다.

리튬과 코발트 가격은 2017년∼2018년 고점대비 절반 이상 폭락했다. 전기차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광산개발 업체들이 일찌감치 사업을 확장하면서 공급과잉 현상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탄산리튬 가격은 2017년 말 1kg 당 155위안(2만 6515원)을 기록했지만 최근에는 33.5 위안(5730원)까지 떨어졌다. 전기차 배터리의 또 다른 핵심소재로 꼽히는 코발트 가격 역시 2018년 3월 톤당 9만 5500달러(1억 1408만원)에서 최근 2만 8500달러(3404만원)까지 급락했다.

니켈의 경우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로 거론되면서 작년까지 가격이 강세를 보였지만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작년 고점 대비 약 27% 가량 하락했다.

하지만 전기차 배터리 원자개 가격이 이 시점에서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현재는 전기차 시장이 코로나19로 위축되고 있지만 향후 몇 년 이내에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에너지조사기관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작년 200만대에서 2025년까지 850만대로 급증하고 2030년에는 2600만 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세계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위축된 전기차 시장을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점이 수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코로나19에 따른 저유가에도 불구하고 각종 지원정책을 통해 전기차 대중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410억 유로(55조 6792억원)를 대중교통, 전기차와 재생에너지에 투입할 계획이다. 독일 정부 또한 전기차 보조금을 3000 유로(404만원)에서 6000 유로(807만원)로 인상하고 충전 시설을 확충키로 했다.

프랑스는 80억 유로(10조 8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경기부양책을 발표해 자동차 산업을 회복시킬 예정이다. 프랑스 정부는 또한 경영위기에 빠진 르노자동차에 50억 유로(6조 7000억원)을 지원하고 전기차 구매에 대한 보조금을 6000 유로(807만원)에서 7000 유로(942만원)로 인상했다. 아울러 프랑스는 2023년까지 전국에 10만개의 전기차 충전 시설을 설치키로 했다.

스페인 정부도 37억 5000만 유로(5조원) 규모의 자동차산업 지원 방안을 마련한다. 이 중 27억 유로(3조 6000억원)를 자동차 회사 지원에, 나머지를 전기차 구입 보조금에 활용키로 했다.

금속 시장조사기관인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의 앤드류 밀러는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 점을 고려하면 배터리 수요에 대한 전망은 예상보다 나쁘지 않다"며 "특히 각국에서 발표되는 경기부양책이 청정에너지와 전기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중장기 수요는 강해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전기차 강세 전망에 리튬·니켈 가격도 상승 전망…코발트는 ‘글쎄’

▲충전중인 전기차.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 핵심 부품인 배터리에 들어가는 소재 가격 역시 급증한다. 유엔(UN)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리튬이차전지 음극재의 글로벌 시장규모가 2018년 70억 달러에서 2024년 588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리튬 광산에 대한 신규·확장 프로젝트의 지연으로 공급망이 앞으로 축소될 것이란 전망 또한 가격 상승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적용되고 있다. 미국 광산개발업체 아메리칸 리튬의 앤드류 보어링 이사는 "가격이 현재 시점까지 폭락한 상황에서 수익을 내는 업체들은 드물기 때문에 리튬 생산량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며 "리튬개발 신규 프로젝트들도 또한 중단되어 있어 앞으로 몇 년 이내 공급부족 현상이 도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리튬 생산업체인 미국 앨버말의 켄트 마스터스 최고경영자(CEO) 역시 "스팟가격은 바닥을 친 것 같다"며 "수요가 조금씩 증가하고 있음에 따라 리튬의 과잉공급량이 점차 줄어들어 결국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상황이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리튬 가격이 2022년부터 본격적인 반등에 나설 것이란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들은 2022년 배터리급 리튬가격이 현재 대비 42% 가량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배터리급 니켈 가격의 경우에도 이와 비슷한 시각이 제기됐다. BNEF의 앨런 레이 레스타우로 애널리스트는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니켈의 공급과 수요가 앞으로 2∼3년 이내 균형을 찾아가지만 빠르면 2023년부터 심각한 공급부족 현상이 찾아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코발트 가격 전망에 대해선 불확실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에 이어 세계 최대 코발트 광산업체 글렌코어가 콩고 내 무탄다 광산운영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코발트 가격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공급량이 줄면서 한국의 삼성SDI, LG화학, SK이노베이션은 물론 글로벌 배터리 업체들은 양극재에 들어가는 코발트의 비중을 줄이고 있다.

심지어 세계 1위 전기차 브랜드인 테슬라의 경우 지난달 중국 공업정보화부로부터 코발트가 없는 리튬인산철(LFP) 기반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3의 생산·판매를 승인받기도 했다. 가격이 비싸고 구하기 어려운 코발트의 비중을 낮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중국산 모델3에 들어가는 LFP 기반 배터리의 최대 장점은 가격이지만 출력이 낮고 무거워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리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코발트는 배터리의 출력과 안정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고성능이면서도 코발트를 완전히 제거한 배터리를 구현한 업체는 없다. 이에 배터리의 성능을 유지하면서 코발트를 대체할 만한 기술력 확보의 여부가 코발트 가격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전문가들은 전기차 시장 전망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을 배제하는 분위기다. 마스터스 CEO는 "세계가 코로나19 대유행에서 얼마나 빠르게 벗어날지 아무도 모른다"며 "대유행 속 정부의 보조금 정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실제 전기차를 구매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점은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회복되는 순간 리튬 산업도 회복할 것"이라며 전기차와 원자재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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