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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2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아니,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항변대로라면 5번째 대책이거나 대책이라고 이름을 붙이지 않는 것이 맞을 것이다.
10일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를 강화하는 내용의 주택시장 안정 보완대책이 나왔지만 이번 대책에 놀라거나 앞으로 집값이 하락할 것으로 기대하는 이들은 찾기 어려웠다. 주변 지인들은 "이번엔 얼마나 오를지 기대된다", "평생 월세로만 살아야겠다" 식의 반응을 내놓기 바빴다. 일부에서는 이번이 몇 번째 대책인지 물어보는 이들도 있었다.
지난달 30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짜증 섞인 발언으로 인해 몇 번째 대책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비난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당시 국회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에서 이용호 무소속 의원이 "22번째 대책을 냈나"라는 질문에 김 장관은 "아니다. 4번째다. 언론들이 온갖 것을 다 카운트했다. 숫자와 관련해 논쟁하고 싶지 않다"고 항변한 것이 발단이 됐다. 김 장관은 문재인 정부 첫해에 나온 8.2 대책, 2018년 9.13 대책, 지난해 12.16 대책, 올해 6.17 대책만이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라고 주장했다.
부동산 대책 관련 숫자놀음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최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서울 아파트 중위값이 문재인 정부 3년간 52% 상승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국토교통부는 현 정권에서 서울 아파트 중윗값 상승률은 14.2%라고 반박했다.
이쯤에서 한 번 짚고 넘어가야할 것이 있다. 22번째, 아니 5번째의 대책을 내놓은 목적이 과연 무엇인지 말이다. 문재인 정부의 당초 목표는 집값 안정화였다.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15%나 50%나 체감하는 수준은 비슷하다. 15%밖에 오르지 않았다고 정부의 집값 안정화라는 목표가 달성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정부는 22번째, 아니 5번의 대책을 내놓는 과정에서 공급은 외면하고 집을 사려는 '수요'를 잡는데만 집중했다. 7.10 대책 역시 이같은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정부는 다주택자와 법인 대상으로 주택에 대한 취득세율을 최대 12%까지 끌어올렸고,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중과세율은 최고 6%로 높였다. 다주택자나 시세 차익을 노린 단기 매매자들의 숨통을 조이고 청년, 서민층을 대상으로 취득세 감면 특혜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22번째, 아니 5번째의 대책을 내놓는 동안 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철저히 배제했다. 집값이 상승하는 원인을 '투기꾼'만의 탓으로 돌리는데 급급했다. 초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해졌고, 그 유동성은 부동산과 증시로 흐른다는 어찌보면 당연한 논리는 정부의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쏟아져 나온 부동산 규제 정책에도 집값 안정화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면 정부·여당의 정책이 시장원리를 거스르고 있는 건 아닌지 되짚어봐야 할 시점이다. 야구에서 어떤 타자가 내리 21타수 무안타를 기록하면 4번 타자라도 대타를 내는 것이 기본이라는 한 야당 대표의 말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정부는 자신들의 대책이 항상 맞다는 고집에서 벗어나야 한다. 항상 옳은 것은 정부도, 대책도 아닌 시장이다. 집값 안정화라는 목표 아래 실수요자들은 왜 안정을 찾지 못하는지, 시장은 그 답을 알고 있다. 경제주체, 정책입안자 등 자산시장의 모든 참여자들은 이 말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시장은 항상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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