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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기고] 세금의 또 다른 이름, 준조세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7.13 13:47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제도팀장


필자와 같은 월급쟁이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점이 있다. 진급하거나 연봉협상을 잘해서 월급이 올라도 실제로 손에 쥐는 실 수령액은 과거와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월급이 인상된 만큼 소득세와 같은 세금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사회 보험료도 덩달아 같이 오르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세금이 오르는 것에는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사회보험료나 디젤 자동차에 부과되는 환경개선부담금과 같은 법정부담금 요율이 오르는 것에 대해서는 신경을 덜 쓰는 듯하다. 이렇게 세금을 제외한 국민과 기업이 부담하는 공적, 재정적 부담을 흔히 ‘준조세’라고 한다. 인식의 차이가 있어서 그렇지 우리 호주머니에서 나가는 공적비용이라는 측면에서는 조세나 준조세나 마찬가지 부담이다. 준조세 항목에는 앞에서 언급한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료, 법정부담금, 비자발적 기부금, 벌금 등이 포함된다.

2018년 기준 준조세는 약 147조6000억원이다. 이는 조세총액 377조9000억원의 39.1%에 이르는 큰 규모다. 국민과 기업이 조세로 377조9000억원을 내고도 147조6000억원의 준조세를 추가로 부담한 것이다. 증가율로 보면 2017년 138조6000억원 대비 6.5% 증가한 것으로, 2010년 이후 매년 5~6%씩 증가하는 추세이다. 2010년 이후 GDP 성장률은 연간 2~3% 수준인데, 준조세 증가율이 2배 이상 높다보니 GDP 대비 준조세 비중도 커지고 있다. 2010년 6.4%, 2012년 7.1%로 7%대를 돌파한 이후 2018년에는 7.8%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준조세 중 기업이 부담하는 부분만 추려 보면 약 62조9000억원이다. 이는 법인세 총액 70조9000억원의 88.7%에 이르는 큰 규모다. 더욱 큰 문제는 기업의 이익이 줄어들었는데도 준조세 부담은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2018년 기준 국내 전체 기업(비금융 영리법인)의 당기순이익은 161조3000억원으로 2017년 188조7000억원 대비 14.5% 감소했지만 기업이 부담하는 준조세는 같은 기간 8% 증가했다. 법인세는 기업의 이익이 줄어들면 같이 줄어들지만, 준조세는 기업의 이익과는 관계없는 경직적인 고정비용인 것이다.

직장인들이 부담하는 준조세는 어떨까? 준조세 중 직장인이 부담하는 준조세는 2018년 46조8000억원으로 2017년 43조5000억원 대비 7.5% 상승했다. 직장인이 부담하는 준조세의 대부분은 사회보험료다. 사회보험료를 내는 대신 의료서비스, 노후대비 등 반대급부가 있기 때문에 반대급부가 없는 순수한 비용인 기업 준조세와 수평적인 비교는 어렵다. 다만 반대급부가 있더라도 인상 수준이 적정한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2018년 기준 임금상승률(명목)은 5.3%인데 비해 준조세 상승률은 7.5%로 2.2%p 높다. 이는 2018년의 특별한 현상이 아니라 매년 임금상승률에 비해 준조세 상승률이 더 높았다. 2018년이 오히려 양호한 편이다. 2017년 직장인 부담 준조세 상승률과 임금상승률의 격차는 2.8%p, 2016년 3.6%p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직장인이 실제 손에 쥐는 실제 임금 수령액은 임금이 오르기 전과 후가 크게 차이가 없다.

준조세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은 사회보험료 상승에 있다. 2018년 준조세 인상액 9조원을 분석해 보면 건강보험 3조5000억원, 국민연금 2조3000억원 등 4대 보험료 상승분이 89.4%를 차지했다. 이를 보면 내년 국민과 기업의 준조세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급여 항목 축소 등으로 2019년 건강보험 적자가 2조 8243억원인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치료비용을 건강보험이 모두 부담함에 따라 그 적자 규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고 이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사회보험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

적정한 규모의 준조세 부담은 어쩔 수 없다. 인구의 고령화로 인해 4대 보험료의 조정은 불가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부담이 과도하면 국민의 소비여력이 감소하고 기업은 비용 부담이 증가하여 경제 전체의 활력이 떨어진다. 지금이라도 준조세 부담을 줄일 특단의 조치를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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