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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시각] 디지털 기술은 정말 ‘그린’한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7.14 13:28

양리원(녹색기술센터 연구원)


디지털과 그린을 키워드로 한 한국형 뉴딜 정책이 발표되었다. 디지털 기술은 에너지효율을 최적화하는 스마트 그리드나 ICT(정보통신기술) 기반 상수도 관리 체계 구축에 필요한 기술로서 그린 뉴딜의 한 축으로 제시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서도 디지털 기술은 혁신적 방안으로 제안되고 있다. 기후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제방에 센서를 부착, 물의 흐름을 모니터링하고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확보, 조기경보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거나, 교통체증을 해결하는 등의 방법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도 있다.

일견 환경 보호와 기후변화 대응에 유용해 보이는 디지털기술은 정말 ‘그린’할까?

디지털 기술은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기술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는 데이터 센터와 같은 대형 디지털 인프라 시설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배운 적이 없다. 디지털 기기들이 화력발전소나 자동차 같이 배기가스를 내뿜는 것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인류가 개발한 모든 기술이 그랬듯이 디지털 기술도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매일 쓰는 휴대폰과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는 모두 전기로 작동한다. 서버,네트워크, 터미널의 생산 및 활용에 필요한 에너지는 매년 9%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인공지능(AI), 스마트 모빌리티, 사물인터넷(IoT) 등 우리가 알고 있는 4차산업 혁명의 핵심 기술들은 모두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를 생산할 것이라고 한다. 나아가 이를 보관할 데이터 센터는 엄청난 양의 전기를 소모하게 될 것이다. 2012년 ICT 네트워크는 전세계 전기소비량의 5%를 차지했다. 2025년에는 20%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전기를 생산하는 에너지원이 재생에너지로 모두 전환되지 않는 이상, 디지털 기술 사용의 증가는 자연스레 온실가스 배출 증가로 이어진다. 고화질 영상 스트리밍, 이메일 전송, 인터넷 검색 등으로도 지금 우리는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은 현재 전세계 배출량의 3.7%를 차지한다. 이는 항공산업의 배출량보다 많은 양이다.2040년에는 전세계 배출량의 14%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당초 예측되었는데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증가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환경파괴도 일어난다. 디지털 기기 생산에는 다양한 광물자원이 필요하다. 전기차, 리튬 이온 배터리, 센서, 반도체, 방열 소재 등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희소 금속만 코발트, 니켈, 망간, 텅스텐 등 40가지가 넘는다. 이러한 광물자원의 무분별한 채굴로 인해 자연이 훼손되고 채굴 및 제련 과정에서 독성폐수, 방사능 오염수 등이 배출 되는 등 환경 오염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전자폐기물(eWaste)도 문제다. 소프트웨어의 개발에 따라 하드웨어는 계속해서 바뀌고 있다. 바뀐 하드웨어는 쓰레기로 배출된다. 다들 쓰지 않는 휴대폰과 디지털 카메라 하나 이상 서랍에 있지 않은가. 현재 전세계 전자폐기물 발생량은 1인당 7.3kg이다. 회수나 재활용은 17%에 그치고 있다. 전자폐기물에는 납, 카드늄 등 각종 유독성 화학물질이 포함돼 있다. 전자폐기물의 무분별한 폐기는 환경만 오염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5월 발표된 한국형 뉴딜은 우리나라의 강점인 디지털 기술을 앞세워 국가망을 5G와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등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고, 비대면 사업 육성을 위해 노후 서버 및 네트워크 장비 교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위에서 지적된 디지털 기술의 문제점은 그대로 안고 있다.

아직 석탄/가스 발전이 전체 발전량의 66%를 차지하는 우리나라에서 디지털 뉴딜은 곧 에너지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를 의미한다. 지속가능한 디지털 전환과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려면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이 선제 되어야만 한다. 기후변화 비정부기구(NGO) "the shift project"가 지적했듯이 에너지 소비와 경제 성장을 디커플링(탈동조화, decoupling)하지 않은 채로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는 것은 파리협정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디지털 소비에 대한 우리의 인식도 개선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넷플릭스를 보거나 이메일을 보내는 것이 온실가스를 배출하거나 환경을 오염시키는 행동이라고 생각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갈수록 소형화되는 디지털 기기와 무형으로 제공되는 디지털 서비스의 특성 때문이다. ‘디지털 절약’, ‘친환경 소프트웨어’ 등의 개념과 전자기기를 고쳐서 오래 쓰거나 재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이제 본격적인 언택트 시대가 열린다. 디지털 기술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 경제를 이끌어 갈 첨병이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경제성장과 환경보호 중 양자택일 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돌이킬 수 없는 환경파괴를 일으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어떻게 디지털 전환을 이루어 낼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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