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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770만 배럴 '감산 롤백' 초읽기…"유가 하락 가능성"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7.14 13:47

▲OPEC(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수요 급감과 유가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주요 10개 산유국의 연대체)가 감산합의를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당장 다음달부터 감산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자 이를 우려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OPEC+는 지난 4월 코로나19로 인한 원유 수요 급감과 유가 하락에 대처하기 위해 6월까지 하루 97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한 데 이어 6월에도 7월까지 한 달 더 감산량을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원유 수요가 차츰 회복되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에 OPEC+는 15일(현지시간) 공동감시위원회(JMMC)를 열어 향후 감산 규모를 축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석유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OPEC+이 8월부터 12월까지 감산규모를 현행 하루 960만 배럴에서 770만 배럴로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원유 수요는 8월 9233만 배럴에서 12월 9433만 배럴로 220만 배럴 불어난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했다. 즉 OPEC+가 감산 규모를 770만 배럴로 줄일 경우 실제 원유 수요 증가분과 같은 양의 원유를 감축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미 경제매체 CNBC는 "감산합의는 유가를 벼랑 끝에서 다시 이끌어냈지만 향후 새로운 가격 붕괴가 촉발되지 않도록 OPEC+가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실질적으로 원유 생산량이 이전보다 늘어나기 때문에 유가상승에 긍정적인 요인들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유가하락에 대한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WTI 가격추이(사진=네이버금융)


실제로 국제유가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논의를 앞두고 관망세를 보이면서 하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1.1%(0.45달러) 떨어진 40.1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9월물 브렌트유 역시 배럴당 1.20%(0.52달러) 내린 42.72달러를 기록했다.

OPEC+의 감산 완화 이후에 회원국들 간 감산 이행률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RBC캐피털마켓의 헬리마 크로프트 원자재 부문장은 "8월 감산규제가 완화된 시점에서 산유국들이 다같이 감산에 동참하는지 아니면 원유 물량을 쏟아낼지 주목해야 한다"며 "협의체 내에서 규율이 유지될 수 있을까"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 유가가 저점대비 오른 만큼 ‘오일 머니’를 챙기려는 산유국들이 많아지지 않겠냐는 해석이다. 어게인캐피털의 존 킬더프 파트너는 "유가가 배럴당 40달러까지 향상되었기 때문에 산유국들은 더 많은 원유를 공급하고 싶어 안달이다"며 "감산 완화 결정은 너무 섣부른 판단이다.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수준에 도달하자 이러한 결정이 나왔는데 만약 배럴당 50달러까지 오를 경우 산유국들의 반응은 어떨까"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OPEC+ 협의체 내 공통의 관심사는 현금 부족이다"며 "산유국들의 절박함을 나타내는 신호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그룹의 에드 모스 역시 "이라크, 카자흐스탄, 앙골라, 나이지리아 등의 산유국들에 대한 감산 이행률이 불확실한 시점에서 원유를 더 풀겠다는 것은 의미있는 도박과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흐산 압둘 잡바르 이스마일 이라크 석유장관은 13일(현지시간) OPEC+ 합의로 할당된 감산량을 모두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스마일 장관은 이날 낸 성명에서 "원유 수출량을 계속 줄여 8월부터 감산 할당량을 100% 이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5, 6월 미처 채우지 못한 감산 할당량을 7∼9월 석 달간 모두 보충하겠다"라고 다짐했다. 그동안 이라크는 감산 이행률이 미흡한 ‘OPEC의 문제아’로 거론됐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코로나19의 ‘2차 파동’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크로프트 부문장은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과 이에 따른 봉쇄조치의 여부가 원유시장과 유가를 좌우할 변수로 지목했다.

그는 "코로나19 관련해서 시장은 그 무엇이든 감당할 수 있다는 낙관론이 팽배하다"며 "OPEC+에게 조기 경보 시스템이 충분히 갖춰줬는가? 2차 유행에 대한 불확실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OPEC+는 정말 날렵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킬더프 파트너 역시 "코로나19 사태가 다시 악화될 경우 유가는 배럴당 30∼35달러 수준으로 폭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환자가 330만명을 돌파함에 따라 미국인 100명 중 1명 이상이 감염자가 되고 있지만 코로나19 확산이 누그러지기는커녕 하루 신규 환자가 7만명을 넘기는 등 속도가 더 붙고 있다. 중남미 각국에서도 확진자 수가 빠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의 각국 집계를 종합하면 중남미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총 336만 명가량이다.

한편, OPEC의 맹주격인 사우디아라비아는 8월 감산 완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8월 원유 수출량은 7월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OPEC+의 감산 축소 결정 이후 글로벌 원유시장에 원유 공급량이 실질적으로 늘어날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사우디의 지난 6월 원유수출량은 전월대비 하루 50만 배럴 줄은 570만 배럴로 집계됐다. 이는 블룸버그통신이 지난 2017년부터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사상 최저치다.

14일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에서 증산된 원유는 자국내 전력수요 증가를 충당하기 위해 내수용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사우디는 여름철에 전력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에 평균대비 하루 55만 배럴가량 추가로 소비한다. 특히 올 여름의 경우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집에 머무르는 인구가 더욱 많아져 원유수요가 작년대비 많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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