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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들어 하루라도 부동산 시장이 조용한 적이 없는 듯하다. 정부가 두 달에 한 번 꼴로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며 시장과 싸우고 있지만 집값은 잡히지 않고 부작용과 논란만 키우고 있어서다. 특히 부동산 시장의 작동법칙을 무시한 채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고수하면서 수혜보다 피해를 본 사람들이 더 많아지자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은 서울 주택 공급 확대를 놓고 시끌벅적하다. 정부와 여당은 22번의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이 안정되지 않자 서울 주택 공급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부 발표 이후 여기저기서 다양한 공급 확대 방안들을 제시되고 있고, 나아가 어느 방안이 더 효과적인 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언론에서도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강남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군 시설(골프장이나 예비군훈련장 등) 이전, 도심 초고밀도 개발 등의 대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연일 보도하고 있다.
정부가 수요 억제 정책만으로는 집값 불안을 잠재우는 데 한계를 느끼고 서울 주택 공급 확충에 나선 것은 다행스럽다. 다만 그 해법 중 하나로 그린벨트를 해제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당정 간을 통해서 의견을 정리했다"라며 "그린벨트 해제에 관련된 논란을 풀어가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미 당정은 그린벨트를 해제해 주택을 공급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모양새다.
그린벨트는 도시가 무질서하게 확산되는 걸 방지하고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설정된 녹지대다. 올해 1월 기준 현재까지 그린벨트로 묶여있는 지역은 약 150㎢, 서울 전체 면적의 4분의 1 정도다. 이 그린벨트는 시민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오염에 찌든 대도시를 정화하는 거대한 허파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018년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그린벨트 직권해제까지 운운하면서 압박을 가할 때부터 현재까지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하고 있다. 지난주 주택정책 관계자들이 모인 ‘주택 공급 확대 실무기획단 1차 회의’에서도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요구에 대해 서울시는 "녹지를 훼손하면 후손들에게 큰 죄를 짓게 된다"라며 불가하다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해제를 검토하고 있는 그린벨트는 강남구 세곡동과 서초구 내곡동 일대다. 이들 지역은 이명박 정부 당시 보금자리주택을 짓고 남은 땅으로, 보존가치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 지역의 그린벨트를 해제해 주택을 공급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가용면적이 적어 1만 가구이상 공급이 어려워 집값 안정화를 기대하기 힘들고, 오히려 주변 부동산 시장만 자극해 투기판으로 만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그린벨트 해제 이야기가 나오면서 인근 지역 주택 등을 중심으로 벌써 매수 문의가 이어지는 등 들썩거린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일각에서는 그린벨트 해제에 앞서 재건축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 도심에 충분한 주택 공급이 이뤄진다는 신호만 줘도 집값 안정 효과가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서울시가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하면서 강남구 대치동 소재 은마아파트 등에 대한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대안으로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번 훼손하면 복구가 불가능한 그린벨트 해제보다 재건축 규제 완화부터 먼저 검토하는 게 순서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