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직원들이 반도체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이종무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코리아’ 대표 기업은 지난 상반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 속에서도 비교적 선방했다. 원격 교육 도입과 재택 근무 확산 등으로 ‘큰손’인 데이터센터의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다.
하반기는 어떨까. 순탄치 않으리라는 예상이다. 반도체 글로벌 수요가 상반기를 정점으로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다. 스마트폰 시장은 3년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여기에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가 재유행하는 상황이다. 반도체 업계로서는 하반기를 맞는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D램 고정거래가격 추이 (단위: 달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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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 1월 | 2월 | 3월 | 4월 | 5월 | 6월 |
가격 | 2.84 | 2.88 | 2.94 | 3.29 | 3.31 | 3.31 |
PC용 DDR 8Gb 기준. 자료=D램 익스체인지 |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시름은 하반기가 진행될수록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메모리 반도체가 주력인 국내 기업으로서는 D램 가격의 등락이 실적에서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데, 최근 5개월 동안 이어진 D램 가격의 상승세가 하반기에는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의 집계를 보면 지난달 D램 고정거래가격(PC용 D램 DDR4 8Gb 기준)은 개당 3.31달러였다. 전달과 같은 수준으로 지난 1월부터 이어진 상승세가 멈췄다. D램 익스체인지는 최근 보고서에서 "3분기에는 D램 가격이 모두(서버용, PC용)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도체의 주요 수요처는 서버와 PC다. 상반기 반도체가 그나마 선방한 것도 반도체 공급 불확실성 우려로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선제적으로 재고 확보에 나선 것도 있지만, 코로나19로 동영상·게임 콘텐츠 수요가 늘어난 영향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하반기는 이러한 ‘코로나 특수’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서버 수요 업체에서 공격적으로 물량 확보에 나서면서 이미 재고가 상당 부분 쌓여 있기 때문이다. 수요 둔화 속에 공급 과잉 양상이 나타날 것이란 예상이다. 서버용 D램을 생산해도 팔기 어려운 상황으로, 서버 업체들이 앞으로 선뜻 지갑을 열기 어렵다는 의미다.
일부에선 지난해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지속적으로 개선됐던 공급 과잉률이 올 하반기에는 업황이 크게 악화했던 지난해 상반기 수준까지 급증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키움증권 박유악 연구위원은 "서버 D램의 경우 코로나19 발생 직후 북미 클라우드 고객을 중심으로 구매 강도가 매우 높아졌지만, 하반기에는 이에 대한 역기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연말로 갈수록 재고 수준도 높아져 가격 하락 압력을 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도 최근 보고서에서 "서버 수요 업체들의 재고가 쌓이면서 3분기에는 서버용 반도체 출하량이 소폭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스마트폰도 반도체 업계의 하반기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스마트폰용 반도체는 전체 메모리 반도체 수요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한다. 스마트폰 생산과 판매가 늘어야 반도체 시장도 덕을 볼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지난 1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은 2014년 1분기 이후 6년만에 분기 판매량이 2억 대로 내려앉았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의하면 2분기도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2억 7600만 대)은 3억 대를 넘지 못했다.
여기에 코로나19가 다시 극성을 부리고 ‘2차 쇼크’가 올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면서 PC, 모바일 등 시장에 전방위적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 수요와 이에 따른 실적이 당장 정상 수준으로 회복하기 어렵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