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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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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칼럼] 부동산정책, 발상을 바꿔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7.27 15:07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는 잡을 자신이 있다"고 장담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국민과의 대화’ 자리에서다. 과거 정부는 부동산을 경기부양에 활용했지만 자신은 성장률에 어려움을 겪더라도 더 강력한 수단을 강구하겠다며 한 말이다. 이어 한달도 지나지 않아 세금· 대출·청약 제도 등을 총망라한 초고강도 12·16 부동산 대책이 뒤따랐다.

그러나 집값이 어찌됐는지는 삼척동자도 안다. 집값은 문대통령 취임초부터 내내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했다. 올들어서도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2월에만 잠깐 주춤했을뿐 서울 외곽지역은 물론 수도권 먼 곳까지 급등세가 번지며 "자고 나면 1억씩 오른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급기야 지난 10일 문재인 정부의 22번째 부동산대책이 나왔지만 서민들의 전세난만 키웠다며 역풍을 맞고 있다. 오죽하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야구로 치면 22타수 무안타"라고 꼬집었을까. 이런 판국에 정부가 23번째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집은 국민의 생존과 인간다운 삶을 위해 음식이나 옷 처럼 꼭 필요한 존재다. 그런 집을 오로지 돈벌이의 대상으로 삼는 투기행위를 징벌하고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며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것은 탓할게 없다. ‘사회적 자살’이라 일컬어지는 극심한 저출산도 주택문제와 뿌리가 닿아 있다. 마땅한 거처조차 마련하기 어려운데 젊은이들이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낳아 기를 엄두를 낼 수 있겠는가. 기업인의 투자의욕을 꺾어 비생산적인 부문으로 소중한 자원을 흐르게 하는 병폐도 크다. 정책당국자들은 잠을 아껴서라도 국민에게 안정된 주거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대책을 궁리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의욕만 앞세워서 될 일이 결코 아니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는 말이 있다. 선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정교한 대책으로 뒷받침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투기꾼에 대한 분노를 앞세우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냉정하게 시장의 생리를 파악하고 시장에 맞서기보다 정책 의도대로 시장이 굴러가게 시장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유인책을 궁리해야 한다.

수요가 공급보다 많으면 가격이 오르는 건 기본적인 시장원리다. 여기서 수요는 실제 구매량이 아니라 사고자 하는 욕구다. 아무리 공급을 늘려도 투기 목적이든 실수요든 이런 욕구가 공급보다 더 빨리 커지면 집값은 잡히지 않는다. 집값이 오르니 더 집을 사려 안달하고 집값을 더 끌어 올리는 악순환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세상을 떠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전임자로 무상급식을 둘러싼 갈등속에 중도 퇴진한 오세훈 전 시장은 주거정책에서는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시프트(Shift)라고 이름 붙인 장기전세주택을 도입하면서 주택의 개념을 재산증식 측면이 강조된 ‘사는 것’에서 소유가 아닌 거주 편의성에 초점을 맞춘 ‘사는 곳’으로 바꾸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나름 가시적인 성과를 냈지만 그의 중도 퇴진으로 미완의 성공에 그치고 말았다. 중산층도 살고 싶은 임대주택을 만들겠다는 발상은 지금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주택 공급대책으로 태릉 군골프장 개발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임대주택 부지로 활용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신혼부부 등에게 공급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전국의 모든 신혼부부에게 제공될 수 없으므로 어차피 누구에게는 로또가 될 뿐이다. 집을 소유하지 않더라도 살고 싶은 기간동안 마음 편하게 저렴한 비용으로 살 수 있는 집을 쉽게 구할 수 있다면 무리하게 집을 사려 안달할 이유가 없다. 여유자금은 소비와 금융자산축적으로 이어져 경제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제 임기가 2년도 남지 않았다. 부동산문제는 자신 있다는 자신의 말을 실천하기 위해 더 이상 실패를 되풀이할 시간이 없다. 실패한 정책을 만든 참모들부터 평가해볼 일이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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