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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7·10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강남 3구‘를 중심으로 전셋값이 계속 오르며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56주 연속 상승했다. 사진은 26일 서울 용산구와 서초구 일대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 |
#. 서울 성북구 길음뉴타운 한 아파트(전용 59㎡)에 전세 4억6000만원을 주고 살고 있는 세입자 A씨는 오는 9월 전세 만기를 앞두고 지난 6월초 집주인과 통화를 했다. 원주인은 해당 집을 매도하고 싶어했고, 7월말까지 팔아보고 팔리지 않으면 보증금을 3000만~4000만원 올려서 연장하자고해 A씨는 동의를 했다. 부동산에 집이 매물로 등록되고 A씨가 10번 정도 집을 보여줬지만 매수희망자가 나타날 때마다 원주인은 호가를 올렸고 결국 계약은 불발됐다. A씨는 원주인에게 전세 연장 문의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원주인은 "전세가 껴 있어 집이 팔리지 않는다"고 말을 바꿨고, "전세계약 연장없이 집을 내놓을 수 밖에 없으니 재계약하려면 전세가를 1억원 얹어달라"고 요구했다. 난감해진 A씨가 공인중개사를 찾아 상담을 했지만 별 뾰족한 수는 없었다. 한 공인중개사는 "구두계약도 계약으로 보지만, 녹음이나 재계약과 관련해 문자로 주고 받은 증거가 없다면 세입자의 애로를 해소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집값이 상승하자 호가를 계속 올리는 집주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 △전월세신고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 3법’ 시행 전 전셋값을 올리려는 경향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7·10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집값은 2주째 상승세가 주춤했지만 전셋값은 56주째 상승세를 기록했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7월 3주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살펴보면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3%p 감소한 0.06%를 기록했다. 반면 전셋값은 0.12% 상승했다. 감정원은 "서울의 경우 임대차 관련 법안 추진과 매매시장 불안 등에 따른 영향으로 주거, 교육, 교통환경이 양호한 지역과 정비사업 이주 수요가 있는 지역 위주로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됐다"고 분석했다.
세부적으로는 강동구(0.28%)를 비롯해 송파구(0.23%), 강남구(0.20%), 서초구(0.18%) 등 강남권 아파트 전셋값이 전주와 비슷한 수준으로 크게 뛰었으며 마포구(0.20%), 성동구(0.16%), 용산구(0.14%), 성북구(0.12%) 등도 상승세를 보였다.
3040세대의 ‘지금 아니면 사지 못한다’는 ‘패닉 바잉’도 있지만 대출 규제 등으로 집을 살 엄두를 못내는 세입자들은 오른 집값만큼 전세금을 올리려는 원주인들로 인해 끙끙 앓고 있다.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활동중인 한 누리꾼은 "112㎡ 전셋값이 82㎡ 아파트 매매가에 근접하고 있다"며 "자식 교육 때문에 전세에 살고 있는데 2주택을 피하기 위해서 전세를 살아야하지만 이렇게 값이 오르니 너무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하소연을 했다.
원주인 역시 고민이 있다. 2년 전 신축 아파트에 청약 당첨돼 전세를 줬다는 누리꾼은 "임대차 3법 소급되면 무조건 입주 밖에 답이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누리꾼은 이어 "저도 2년 이상 세를 줄 생각이었고 세입자 역시 오래 살고 싶어했는데 양쪽 다 혼란스럽다"며 "워낙 싸게 세를 줬고, 어느 정도 올리는 것을 임차인분도 수긍했는데 머리가 지끈지끈하다"고 토로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임대차 3법에 따라 서울 전세시장 흐름도 변화되고 있다"며 "올해 양도소득세 비과세를 위해 실거주를 택한 집주인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이어 "청약 대기와 학군 이동, 정비사업 이주 등으로 전세 수요는 꾸준하지만 집주인의 2년 실거주 의무 강화와 보유세 부담을 덜기 위한 반전세와 월세 전환이 늘면서 전세 매물은 갈수록 말라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에너지경제신문 권혁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