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분당의 KT estate 스마트통합관제센터에서 직원들이 KT 스마트빌딩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 최윤지 기자]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5일 시행되면서 에너지 데이터를 활용한 에너지 서비스 혁신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데이터 3법 개정안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데이터 이용 활성화를 위해 추진됐다. 데이터 3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빅데이터를 비식별화한 ‘가명정보’를 영리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가명정보란 데이터 3법 개정안 시행과 함께 도입된 개념으로, 통계작성,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 목적 등으로 개인정보 일부를 삭제하거나 대체해 추가정보 없이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가명처리한 정보를 뜻한다. 이에 따라 소비자 행동변화, 기업서비스 혁신 등이 기대된다. 한편, 데이터 개방에 따른 개인정보 사생활 침해 등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 소비자 행동 변화…가정 중심의 디지털화 가속
데이터 3법 개정을 통해 가정은 에너지 사용의 주체가 될 수 있다. 현재 대부분 에너지 소비자들은 전력, 열 등 에너지와 관련해 과금(전기요금 등 사용료 부과)이 완료된 후 전달된 고지서를 통해 에너지 사용량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지능형전력계량시스템(AMI)이라는 스마트계량기 보급이 확산되고 서버와 네트워크가 구축되면 소비자가 시간대별, 날짜별로 에너지 사용량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관련된 해외 대표 사례로 ‘그린버튼연합’의 에너지 빅데이터 활용이 꼽힌다. 미국은 2012년 그린버튼연합을 형성했다. 그린버튼연합은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전력, 도시가스, 수도 등의 소비 정보를 소비자에게 다시 돌려주고, 이를 통해 개인이 소비한 에너지의 상세 패턴을 분석하고, 에너지 절약을 위한 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게 해준다.
소비자들은 개인의 사용량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개인들은 자신의 에너지 사용량 패턴을 도출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단열, 고효율 가전 사용, 에너지절약 수도꼭지 교체 등 에너지소비 개선을 위한 방안을 찾아낼 수 있게 된다. 이외에도 에너지 가격 변화(계시별 요금)에 따라 최적의 에너지 소비를 계획할 수 있게 돼 광열비 지출을 절약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개인의 에너지 효율 향상과 비용 절감을 넘어 연료사용 절감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 및 환경오염물질(미세먼지, NOx, SOx 등) 배출 저감 등 에너지 절감으로 인한 환경 효과로 사회 전체의 복지가 향상될 수 있다.
국내에서도 현재 AMI계량기는 공동주택 약 15만 호에 설치돼 있다. 정부는 그린뉴딜 종합계획을 통해 2022년까지 공동주택 500만 호에 AMI계량기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AMI계량기 데이터는 소비자에게 전달되고, 소비자는 이 데이터를 사업자에게 다시 전달한다. 한국전력은 이러한 데이터를 토대로 주택용 누진제 대신 계절과 시간대에 따라 전기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계시별요금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전력뿐만 아니라 가스도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제주도를 시작으로 AMI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상학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스마트수요관리 PD는 "AMI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나 인프라 투자가 요구된다"며 "데이터 확보 자체가 아니라 소비자에게 데이터를 제공해 소비자가 효율관리, 에너지관리 등을 선택적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산업으로서의 기반을 제공해야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가정용스마트전력망 개념도 |
◇ 기업서비스 혁신…새 비즈니스 세계가 열린다
개정된 데이터 3법은 기업서비스에도 혁신을 불러올 전망이다. 법안의 통과 이후 가장 주목받는 산업 분야로 개인의 민감한 정보를 다루면서 각종 규제를 적용받았던 금융, 헬스케어, 스마트시티 등이 대두됐다. 이뿐만 아니라 에너지 분야에서는 신산업 창출에 대한 기대감이 조성되고 있다.
미국 커런트(Currant)사는 소비자의 소비패턴을 파악하고 기상정보, 요금제, 사용 가전제품 정보를 활용해 최적의 에너지 사용을 유도할 수 있는 개인화 스마트 홈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개인화 스마트홈 시스템은 가전제품 사용에 대한 개인화 추천을 제공하고, 원격제어 스마트 플러그를 활용해 집안의 에너지 소비 제품을 외부에서 제어할 수 있도록 해 최적 거주환경을 유지하면서도 에너지 비용 절감을 달성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현재 서울시 심야버스, 석유제품 정보 서비스, 빌딩에너지 관리 시스템(BEMS) 등에 에너지 관련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이는 대부분 에너지 효율에 대한 정책 또는 서비스이다.
에너지 빅데이터를 통해 에너지 신산업 창출이 가능하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보조서비스 시장이 향후 에너지 빅데이터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할 신산업으로 꼽힌다. 보조서비스 시장은 가격입찰을 기반으로, 에너지와 예비력을 최적화할 수 있는 시장으로 꼽힌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이 증가하고 있고, 이러한 자원들은 불규칙적 자연환경으로 인해 간헐성(intermittency)을 가지고 있다. 재생에너지가 급속도로 확산된 독일을 봐도, 간헐적 자원의 확대는 필연적으로 전력망을 불안정하게 만들게 된다. 우리나라도 망 불안정성에 대한 보완책으로 보조서비스 시장을 도입할 예정이다.
박상규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보조서비스시장 정책 시행에 앞서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인한 시간대별 전력 출력 변화와 전력 수요량, 감축 가능량을 이용해 미래 시장 규모를 예측하고, 보조서비스 시장 운영을 위한 연도별 시행규칙을 도출해 민간 기업이 신산업을 창출할 수 있는 정책 기반을 다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개인정보보호 수행체계 개편 전·후 비교 |
◇ 사생활 침해 등…데이터 개방 따른 해결과제 산적
통계작성,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 목적 등으로 데이터가 개방되면서 이에 따른 해결과제도 거론되고 있다.
대표적 해결과제로는 개인 정보 공개에 따른 불안감 해소가 있다. 가명정보의 개념을 도입했지만, 특정 개인을 식별 불가능한 수준의 정보가 어디까지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추가정보 없이 개인식별이 불가능한 정보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고, 데이터를 프로파일링해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활용 가능한 데이터의 범위를 보다 명확히 하고, 관계기관의 업무 절차를 구체화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또, 에너지와 관련해 에너지 다소비 주체인 기업은 영업 기밀의 이유로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는다는 한계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법안, 시행령 등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
정부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5일 개인정보 보호를 전담할 개인정보 통합 감독기구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공식 출범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개인정보 보호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며, 5일 출범 후 가명정보 처리 관련 가이드라인 최종안을 공개한다.
에너지 분야의 데이터를 적절하게 다룰 수 있는 기관이 선임될 수 있는지도 해결과제다. 데이터의 활용도는 데이터 수요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데이터를 얼마나 중립적으로 제공하는지에 따라 달려있으므로, 데이터를 제공할 기관은 데이터를 활용할 연구소, 학교, 민간연구기관 등 연구기관의 필요 수요에 맞춰 데이터를 제공할 역량을 갖춰야 한다. 데이터 활용에 대한 수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하기 어렵고, 데이터 분석을 위한 자문도 수행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에너지 소비효율 향상에 대한 동기가 약하다는 점도 에너지 분야 빅데이터 산업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로 거론된다. 에너지 분야의 빅데이터의 핵심은 에너지 소비효율 향상이다. 그러나 한국은 네트워크 에너지가 비교적 저렴하고, 다소비에 대한 페널티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기업과 민간 모두 에너지 소비효율 향상에 대한 동기가 약하다. 따라서 건전한 방향의 에너지 전환과 데이터 산업의 성장을 위해 에너지 시장에 대한 개선 또한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박 부연구위원은 "데이터 3법 개정안 시행 이후 제공될 에너지 빅데이터는 에너지소비효율향상과 에너지 수급 안정성에 기여해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제시하는 에너지 전환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에너지 전 분야 종사자의 긴밀한 협조와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