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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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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젠, 코로나 매직 타고 상장 10년만에 '대박 행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8.04 15:23

코로나 진단키트 개발로 'K-방역' 성공 기여한 천종윤 리더십

창업초기 역경 딛고 코스닥 시총 2위 기업 우뚝

▲천종윤 씨젠 대표.


[에너지경제신문=이나경 기자]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대부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고전하고 있음에도 국내 진단기기 업체 씨젠은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 올해로 설립 20년을 맞은 '분자진단' 전문 기업 으로 씨젠은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키트를 개발해 'K-방역'의 성공을 이끈 주역으로도 꼽힌다. 현재 씨젠은 국내에서 사용하는 코로나19 진단키트의 75% 이상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으며 해외에서도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으며 세계에서 주목받는 기업으로 우뚝 섰다.


◇ "셀트리온도 제쳤다"...씨젠, 시총 2위 안착·역대 최대 실적 예고

4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진단키트에 대한 수요 증가로 씨젠이 셀트리온제약(4조6513억원)을 누르고 코스닥 시총 2위에 올라섰다. 지난 1월초 8119억원으로 코스닥 시가총액 223위에서 2위로 로켓처럼 솟아 오른 것이다. 지난 1분기에만 전년도 매출의 70%를 달성한 씨젠은 곧 발표된 2분기 실적 역시 역대 최고의 성적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증권가에 따르면 씨젠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77.7% 증가한 2572억원, 영업이익은 2805.0% 늘어난 1349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영업이익률은 52.4%에 달한다. 씨젠의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63.7%, 2447% 급증한 9314억원, 571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올 가을부터 2차 팬데믹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제 및 백신 개발 이전까진 성장세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씨젠은 ‘분자진단’ 전문 기업으로서 천종윤 대표가 2000년 9월 이화여대 생물과학과 교수 시절 창업했다. 분자진단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질병 원인을 알아내는 진단법을 말한다. 미국 테네시대에서 분자생물학 박사학위를 받고 하버드대, UC버클리대 등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한 천 대표는 바로 이 분야에 전문성을 갖고 있다. 특히 씨젠은 사람의 침, 혈액, 소변 등 검체에 첨단 시약을 결합해 특정 바이러스나 세균이 있는지 탐지하는 진단기술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력을 쌓았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하는 코로나19 진단키트의 75~80%는 씨젠이 만든 것이며 이 제품은 해외에서도 각광받고 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이탈리아·스페인·프랑스 등 유럽 주요 국가는 물론 미국·캐나다 등 북미, 브라질·멕시코 등 총 67개국에서 씨젠의 진단키트를 사가고 있다. 실제 6월 말 기준 총 3000만 테스트 이상의 진단키트를 수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씨젠 진단키트 올플렉스.


◇ 위기속에서 빛난 천종윤 리더십


씨젠의 이러한 성공은 천종윤 대표의 빠른 판단에 크게 힘입은 것이다. 천 대표는 코로나 발생 초기 뉴스를 접한 후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해 회사의 모든 작업의 중단 명령을 내리고 모든 역량을 집중해 진단키트 개발에 쏟아 부었다. 그 결과 2주 만에 진단키트 ‘올플렉스(Allplex 2019-nCOV Assay)’를 개발해 냈다. 올플렉스는 전 세계 분자진단 시장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감염성 검사 제품으로 2개 유전자를 검출하는 타 진단키트와 달리 3개의 목표유전자 (E, RdRp, N) 모두를 검출해 정확도가 높다. 또 자동검사 시스템을 통해 4~6시간 만에 신속하게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올플렉스는 일반적으로 6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판매 승인을 단 2주만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긴급사용 승인을 얻어냈다. 현재는 ‘유전자 4개 탐지’ 기능을 갖춘 진단키트를 개발해 유럽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국내 승인 절차는 진행 중이다. 이 제품을 사용하면 코로나19 병원체에 변이가 나타난다 해도 진단 정확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

씨젠은 처음부터 대박을 이어간 것은 아니다. 천 대표는 2002년에는 교수직을 떠나 사업에 매진했지만 낮은 회사 인지도로 인해 수년간 적자를 면치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2005년 유전자 증폭 기술인 DPO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한 데 이어 2006년에는 동시 다중 유전자 증폭 플랫폼을 구축하며 분자진단 시장에서 조금씩 두각을 나타냈다. 그 결과 씨젠은 2007년 매출액 18억 원에서 2008년 42억 원, 2009년 131억 원을 거두고 코스닥 상장 직전인 2009년에는 영업이익 46억 원을 기록했다.


◇ 씨젠, 코로나 장기화 특수 노린다


천 대표는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진단키트제품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며 코로나19 특수의 장기화를 노리고 있다. 먼저 천 대표는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와 코로나19를 한번에 검사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9월 유럽에 처음 선보일 계획이다. 회사측은 올해 가을과 겨울에 독감과 코로나19가 동시에 퍼지는 ‘2중 유행’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씨젠의 새로운 진단키트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씨젠은 바이오기업을 넘어 첨단 IT 및 플랫폼 기업으로도 발돋움할 계획이다. 슈퍼컴퓨터에 맞먹는 대용량 컴퓨터에 20년간의 경험과 기술을 모두 집약해 빅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위해 천 대표는 통계학, 수학, 물리학, 전기공학 박사를 비롯해 각 분야 전문가를 영입했다. 바이오 분야와는 이질적인 경력의 인재들이 모여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기술을 융합해가며 SGDDS(Seegene Digitalized Development System)의 개발을 조용히 준비해왔다. 개발 완전자동화 시스템은 곧 학회에 보고할 예정이며 내년 정도에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씨젠은 분산된 생산 규모를 집약하고 다양한 제품군의 생산능력을 높이기 위해 경기도 하남시에 생산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건설 규모와 완공 시기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씨젠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 사태로 인해 분자진단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증가했고, 특히 2분기 실적에는 코로나 관련 수출 실적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또 한번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올해는 씨젠의 높은 경쟁력을 시장에 증명하고 이를 실적과 주가에 반영해 나가면서 회사가 확실하게 레벨 업(Level-up) 되는 시기가 될 것" 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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