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검 소속 부장검사가 ‘채널A 강요미수 의혹’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물리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검찰 내부는 말 그대로 망연자실 그 자체일 것으로 생각된다.
이 사태의 발단은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지난달 24일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不)기소‘의결 및 권고일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중앙지검이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거부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무리한 압수수색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태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 정권의 검찰개혁플랜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형국이 되어 버린 것이다. 물론, 양 당사자 측은 서로의 정당성을 주장하고는 있다. 설령 양 당사자 중 일방이 정당성을 확보한들 제3자 입장에서 볼 때는 참으로 안타까운 것만은 사실이다.
이런 사태를 예견한 듯 지난달 27일에는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 (개혁위)가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과 인사의견개진권을 사실상 전면 박탈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권고안은 오히려 개선보다는 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검찰개혁이 되려면 현재의 검찰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실천할 수 있는 권고안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개혁위의 권고안은 오히려 그 반대인 듯하다.
그 동안 검찰개혁의 필요성으로 제기되었던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었다. 즉, 검찰이 너무 정치권의 시녀역할을 했다는 점이었다. 검찰이 대통령이나 법무부 장관으로부터의 독립되도록 현행 법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검찰개혁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개혁위의 권고안은 검찰총장이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경우 직접 법무부장관이 직접 수사를 지휘하고 검사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우선,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과 관련해 현행 검찰청법은 구체적 사건에 한해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상대로 수사지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반해 개혁위 권고안은 검찰총장은 고검장만 지휘하고, 고검장들이 전국의 수사지휘권을 분담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 대상을 고검장으로 확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검찰을 정치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시키려는 것이다.
검찰총장의 인사의견개진권을 박탈하는 권고안 역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위협하는 개악이 될 수 있다. 현행법상 검사 인사와 관련해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권고안은 검찰총장이 검찰인사위원회에 서면으로만 검사인사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도록 변경하라는 것이다. 검찰총장의 인사개입을 전면 차단시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개혁위의 권고안은 검찰총장을 법무부 장관에 예속시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완전히 부정하는 개혁안이라고 할 수 있다.
굳이 이러한 개혁안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 이번 개혁위의 권고안이 나오기 전까지는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점진적으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어 왔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18년 검찰개혁 차원에서 대검찰청예규 운영지침에 근거하여 설치된 수사심의위원회이다.
검찰로부터 독립된 전문가들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의 결정은 구속력은 없지만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는데 커다란 보호막이 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지난 8번의 수사심의위원회의 권고결정을 검찰이 수용하면서 사회적 논란을 불식시킨 바도 있다.
오히려 검찰개혁의 방향은 수사심의위의 법적 지위를 격상시켜 예규가 아닌 법률에 근거규정을 두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번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순리대로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다. 수사심의위의 권고결정을 수용하고 개혁위의 권고안을 수정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